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결국 민주화운동 폄훼와 안기부 미화였다.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의 이야기다. '설강화'를 향한 시청자들의 공분은 커져가고 있으며, '설강화' 제작지원을 했던 기업들은 줄줄이 '손절'을 선언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가 역사왜곡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이 남파간첩 남자주인공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하고 다친 그를 치료해주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등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설강화 지원 회사 리스트'라는 글을 공유하며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언급된 업체들은 빠르게 협찬 및 제작지원을 철회하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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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3대 제작지원사 중 하나인 P&J 그룹 넛츠쉐이크는 광고 철회를 선언했다. P&J 그룹 정경환 대표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홍보 에이전시의 소개로 '블랙핑크 지수, 정해인이 나오는 드라마'라며 협찬 제안을 받았다"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홍보 효과가 좋을 거라는 말을 듣고 내용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접한 후 방송이 나간 직후 제작사에 협찬 고지 철회 요청을 드렸고, '3회부터 자막 광고에서 빼주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은 19일 공식홈페이지에 "jtbc 드라마 설강화 소품 협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12월 지자체로부터 소개를 받아 연락한다는 드라마 제작 소품팀의 전화가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협찬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저희들은 떡 홍보가 될 거라는 단순한 기대로 협찬을 결정했다"며 "출연 배우와 제목을 들었을 뿐 어떤 내용이 제작될 거라는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도자기 브랜드 도평요는 공식 블로그에 "어떠한 정치적 색깔도 없다. 협찬의뢰가 들어왔고 해당 드라마의 대본 혹은 줄거리에 대한 사전고지를 받은 바 없어 협찬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며 "협찬 전 제작사와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진행하게 돼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차 브랜드 티젠은 공식 SNS를 통해 "최근 일어난 광고 협찬 문제로 인해 심려 끼쳐 드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직접적인 제작협찬이 아닌 채널에 편성된 단순 광고 노출이었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고 선을 그었다.

가구 브랜드 흥일가구는 이미 방영 전인 지난 3월 협찬 철회를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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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는 방영 전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이미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주인공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방송을 통해 직접 보고 확인해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방영된 1, 2회는 '설강화'가 역사왜곡을 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게 할 뿐이었다. 남파간첩 남자주인공이 안기부 요원들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의 목소리로 1980년대 민중가요 '솔아 푸르른 솔아'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청원글은 하루 만에 정부의 답변 기준인 서명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설강화'에 대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식 한복, 월병 등 역사왜곡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라 결국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바 있다. 당시 ‘조선구마사’ 폐지에는 청원 이틀 만에 20만 명이 동의한 전례가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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