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걸그룹 멤버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진출했다. 침체된 극장가에 '국민배우'로 꼽히는 연기파 배우들이 없는 대신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안겨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너도나도 등장해 분투하고 있다.
최근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 3일 개봉한 이후 53만 관객을 돌파하며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윤여정, 한예리 등 우리나라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인 '플랜B'에서 제작한 미국영화다. 다시말해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는 한국영화가 아닌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여름 개봉한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대부분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했고, 개봉키로 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은 개봉을 무기한 미루거나, 넷플릭스, 티빙 등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올해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등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안, 한국영화는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43만 관객을 동원한 '미션 파서블'이 가장 성공한 영화이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1월 개봉한 문소리-김선영-장윤주 등 연기파 여배우들을 내세운 영화 '세자매'는 8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2월 개봉한 기대작 '새해전야'는 16만명을 동원했다. '새해전야'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등 스타급 대세 배우들이 라인업을 채웠는데도, 흥행 하지 못했다.
비교적 상업적으로 더 알려진 '세자매'와 '새해전야'가 맥을 못추는 동안, 저예산 영화들도 꿋꿋하게 개봉을 강행했으나 극장가는 그 어느때보다 썰렁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큰 규모의 상업영화는 개봉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그 결과 올해 초는 독립영화나 재개봉 영화들이 주로 극장에 걸렸다.
이런가운데 신작 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시선을 잡았다. 무대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 스크린을 채운 것.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걸그룹 EXID 출신 정화부터 베리굿 조현, 레드벨벳 아이린, IOI 임나영 등이 차례로 영화배우로 출사표를 던졌다.
정화와 조현은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용루각: 비정도시'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잔혹한 범죄를 심판하는 의문의 비밀 조직 '용루각' 멤버들의 뜨겁고 강렬한 액션 느와르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정화는 용루각의 전략가 '지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의문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지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로, 정화는 스크린 첫 도전인셈 치고 무난한 연기를 펼쳤으나 관객들에게 임펙트를 주진 못했다. 아울러 조현은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소녀 '예주' 역을 맡았는데, 연기력이 비주얼을 앞서지 못했다.
영화는 3000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 흥행에 참패했다. '역주행' 신화를 쓴 이후 가요계 정상까지 올랐던 정화는 스크린 데뷔부터 쓴 맛을 봤다. 조현 역시 스크린 데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씁쓸함만 남겼다. 더군다나 영화 홍보 과정에서 조현 측과 '용루각' 측이 코로나19 늑장 대응과 관련해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논란까지 발생해 아쉬움이 더했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데뷔 이후 7년여만에 본명 배주현으로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씨름 유망주 우람(신승호 분)과 앵커 지망생 현지(아이린 분)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블패티'를 통해서다.
아이린은 낮에는 베이비시터, 밤에는 수제버거 레스토랑 마감 아르바이트를 뛰며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이현지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캐릭터를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대사처리나 표정연기 등에선 미숙함이 보였다. '더블패티'는 팬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1만3000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 치곤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봄이 왔다. 오는 24일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스크린에 출격한다. 프로젝트그룹 IOI 임나영과 레인보우 조현영이 '트웬티 해커'로, '용루각: 비정도시'로 데뷔 신고식을 치룬 조현이 공포물 '최면'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아 관객을 만난다. '트웬티 해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해커들의 두뇌 게임을 그린 영화다. 화이트 해커 동아리 '베러월드'와 천재 해커 HEX가 블랙 해커와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범죄,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로 담아냈다. 임나영은 만화 같은 연애를 꿈꾸는 낭만소녀 주희 역을 맡았다. 블랙 해커 조직에 맞서는 천재 해커 박재민(HEX)역의 권현빈과 호흡을 맞춘다.
앞서 임나영은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악의 꽃'으로 연기에 첫 도전했다. 이어 '트웬티 해커'로 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썸머가이즈' '이미테이션' 등 드라마 출연도 앞두고 있는 임나영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조현영도 비중있는 배영 조혜수를 맡아 극에 흥미를 더한다. 조현영은 앞서 '심장이 뛴다' '내안의 그놈' 등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조현은 '최면'으로 또 한 번 스크린에 나선다. '최면'은 최교수(손병호 분)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 조현은 캠퍼스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걸그룹 멤버 현정으로 분한다. 미모 뿐만아니라 '연기'로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지, '용루각: 비정도시' 흥행 실패를 딛고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4월에는 EXID 출신 하니가 영화배우로 시작을 알린다. 비공식 1000만 영화라 불리며 화제를 모은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신작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서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하니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10대 가출 청소년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다소 파격적인 영화에서 하니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예능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높인 그가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확인 시켜줄 지 궁금증을 더한다.
마치 짠 것 처럼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진출하고 있다. 윤여정을 비롯해 전도연, 김혜수 등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배우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극장가를 채운 이들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최근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 3일 개봉한 이후 53만 관객을 돌파하며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윤여정, 한예리 등 우리나라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인 '플랜B'에서 제작한 미국영화다. 다시말해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는 한국영화가 아닌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영화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여름 개봉한 '반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대부분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했고, 개봉키로 한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은 개봉을 무기한 미루거나, 넷플릭스, 티빙 등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올해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등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안, 한국영화는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43만 관객을 동원한 '미션 파서블'이 가장 성공한 영화이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1월 개봉한 문소리-김선영-장윤주 등 연기파 여배우들을 내세운 영화 '세자매'는 8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2월 개봉한 기대작 '새해전야'는 16만명을 동원했다. '새해전야'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등 스타급 대세 배우들이 라인업을 채웠는데도, 흥행 하지 못했다.
비교적 상업적으로 더 알려진 '세자매'와 '새해전야'가 맥을 못추는 동안, 저예산 영화들도 꿋꿋하게 개봉을 강행했으나 극장가는 그 어느때보다 썰렁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큰 규모의 상업영화는 개봉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그 결과 올해 초는 독립영화나 재개봉 영화들이 주로 극장에 걸렸다.
이런가운데 신작 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시선을 잡았다. 무대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 스크린을 채운 것.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걸그룹 EXID 출신 정화부터 베리굿 조현, 레드벨벳 아이린, IOI 임나영 등이 차례로 영화배우로 출사표를 던졌다.
정화와 조현은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용루각: 비정도시'는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잔혹한 범죄를 심판하는 의문의 비밀 조직 '용루각' 멤버들의 뜨겁고 강렬한 액션 느와르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정화는 용루각의 전략가 '지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의문의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지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로, 정화는 스크린 첫 도전인셈 치고 무난한 연기를 펼쳤으나 관객들에게 임펙트를 주진 못했다. 아울러 조현은 힘든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소녀 '예주' 역을 맡았는데, 연기력이 비주얼을 앞서지 못했다.
영화는 3000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 흥행에 참패했다. '역주행' 신화를 쓴 이후 가요계 정상까지 올랐던 정화는 스크린 데뷔부터 쓴 맛을 봤다. 조현 역시 스크린 데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씁쓸함만 남겼다. 더군다나 영화 홍보 과정에서 조현 측과 '용루각' 측이 코로나19 늑장 대응과 관련해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논란까지 발생해 아쉬움이 더했다. 레드벨벳 아이린은 데뷔 이후 7년여만에 본명 배주현으로 스크린 도전에 나섰다. 씨름 유망주 우람(신승호 분)과 앵커 지망생 현지(아이린 분)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블패티'를 통해서다.
아이린은 낮에는 베이비시터, 밤에는 수제버거 레스토랑 마감 아르바이트를 뛰며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이현지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캐릭터를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했지만 대사처리나 표정연기 등에선 미숙함이 보였다. '더블패티'는 팬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1만3000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 치곤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봄이 왔다. 오는 24일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스크린에 출격한다. 프로젝트그룹 IOI 임나영과 레인보우 조현영이 '트웬티 해커'로, '용루각: 비정도시'로 데뷔 신고식을 치룬 조현이 공포물 '최면'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아 관객을 만난다. '트웬티 해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해커들의 두뇌 게임을 그린 영화다. 화이트 해커 동아리 '베러월드'와 천재 해커 HEX가 블랙 해커와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범죄,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로 담아냈다. 임나영은 만화 같은 연애를 꿈꾸는 낭만소녀 주희 역을 맡았다. 블랙 해커 조직에 맞서는 천재 해커 박재민(HEX)역의 권현빈과 호흡을 맞춘다.
앞서 임나영은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악의 꽃'으로 연기에 첫 도전했다. 이어 '트웬티 해커'로 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썸머가이즈' '이미테이션' 등 드라마 출연도 앞두고 있는 임나영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조현영도 비중있는 배영 조혜수를 맡아 극에 흥미를 더한다. 조현영은 앞서 '심장이 뛴다' '내안의 그놈' 등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조현은 '최면'으로 또 한 번 스크린에 나선다. '최면'은 최교수(손병호 분)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 조현은 캠퍼스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걸그룹 멤버 현정으로 분한다. 미모 뿐만아니라 '연기'로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지, '용루각: 비정도시' 흥행 실패를 딛고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4월에는 EXID 출신 하니가 영화배우로 시작을 알린다. 비공식 1000만 영화라 불리며 화제를 모은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신작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서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하니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10대 가출 청소년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다소 파격적인 영화에서 하니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예능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높인 그가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확인 시켜줄 지 궁금증을 더한다.
마치 짠 것 처럼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잇따라 스크린에 진출하고 있다. 윤여정을 비롯해 전도연, 김혜수 등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배우들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극장가를 채운 이들 걸그룹 출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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