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 불가 상태의 자본주의"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1008072796826_1.jpg" width="250" height="170" /> SBS 일 밤 11시 5분
<최후의 제국>은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세계의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는 여행기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상위 1%만을 위한 체제로 변해버린 자본주의로 인해 신음하는 99%의 사람들이 있고, 바로 전 시간대 드라마 에서 세경(문근영)의 가족이 겪는 중산층의 몰락은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재앙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집을 잃은 한 미국 가족의 집이 된 낡은 차 한대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주는 대신 짜놓은 모유를 팔아야 하는 중국 여인의 집을 지나 마지막 정박지로 아누타 섬에 도착한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회인 ‘공존, 생존을 위한 선택’은 아누타 섬에 살고 있는 원시 부족의 삶의 철학인 ‘아로파’의 다른 말이다.

아누타 섬의 소박한 공동체와 석상의 높이를 경쟁하다 멸망한 이스터 섬을 비교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훌륭한 우화다. 하지만 협동과 나눔으로 요약되는 ‘아로파’라는 이상이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최후의 제국>은 자본주의로 병들어 있는 현대사회와 오지의 원시 부족사회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을 제시하고, 후자의 행복이 전자의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이상인 것처럼 포장한다. ‘아로파’의 철학이 적용되는 문화로 협동조합을 제시했지만, 결국 회귀하는 곳은 아누타 섬이다. 고장난 자본주의가 초래한 세계적 재앙의 민낯을 보여주겠다는 <최후의 제국>의 성실한 기록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다큐멘터리가 기록할 때, 좋은 다큐멘터리는 그 기록에 비추어 지금, 여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최후의 제국>도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아로파’는 정녕 불가능한가?” 하지만 이 시리즈를 모두 보아도 결국 그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최후의 제국>의 진단이 보여주기 이상의 의미가 되려면, 이 불가능이라는 답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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