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룹이다. 빈틈없는 칼 군무로 기억되는 무대 위의 모습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데뷔 전부터 함께 몸을 부대끼며 쌓아온 팀워크는 각자의 몸에 자연스럽게 새겨져 있고, 그래서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개인보다 팀의 이름을 앞세운다. 김성규는 이런 인피니트의 리더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쉴 새 없이 공연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선 동생들에게 ‘몰이’를 당하느라 바쁜 줄만 알았더니, 지난 19일엔 부지런히 만든 첫 솔로 앨범 < Another Me >를 공개했다. 인피니트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밴드 넬과 작업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는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매듭지었다. 그리고 꽤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멤버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의 인터뷰. 김성규는 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눈을 비비면서도 첫 솔로 앨범을 내놓은 가수로서, 더불어 한 팀의 리더로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잊지 않았다.

Q. 지난주 금요일부터 음악 방송 무대에 섰는데, 앨범을 녹음할 때와는 기분이 달랐을 것 같다.
김성규: 엄청나게 긴장됐다. 솔로 활동 첫 방송이었던 KBS 는 그 전날 일본에서 아레나 투어를 끝낸 후라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편하게, 노래에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워낙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섰던 무대라 아쉬움이 많다.

“이제는 얼굴에 자신감을 가질 때”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Q. 인피니트에서 첫 타자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데 감회가 새롭진 않나. 혼자 멋있는 콘셉트로 앨범 재킷도 찍고. (웃음)
김성규: 일단 재킷 사진은 내가 골랐다. 잘난 얼굴은 아니지만, 개성시대니까 이제는 얼굴에 자신감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웃음) 사실 앨범 발매 다음 날 사장님께서 ‘앨범이 나왔는데 기분이 어떠냐’고 전화를 주셨다. 그런데 정말 실감을 못하고 있던 터라 평소랑 똑같다고 말씀드렸다. 다른 게 있다면 멤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는 기분이랄까. 예전에는 다들 우리 앨범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요즘은 “형 앨범이…” 라고 한다. 그걸 들으니 ‘아, 내 앨범이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혼자서 활동하는 건 좀 외로울 것 같다. 타이틀곡 ‘60초’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만 해도 멤버들이 항상 현장에 와줘서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아레나 투어 끝나고 먼저 한국으로 돌아와서 방송을 하니까 실감이 나기 시작하더라.

Q. 앨범이 전반적으로 록과 어쿠스틱 트랙으로 구성돼 있는데, 인피니트 때와 아주 다른 사운드의 노래를 부르는 건 어땠나.
김성규: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록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스쿨 밴드도 했으니까. 무엇보다 넬이라는 밴드는 가수를 결심하게 된 원인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보컬에 있어서도 ‘I need you’나 ‘Shine’ 처럼 넬 형들이 주신 곡들은 내가 그 스타일을 잘 알고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내 색깔이 묻어나오게 불렀던 것 같다. 반면 ‘눈물만’ 같은 경우는 녹음 당시 좀 감성에 젖어서 불렀는데, 넬 음악을 들으면서 쌓여있던 색깔이 나도 모르게 많이 나왔다. 녹음된 걸 들어보니 넬의 (김)종완 형과 가성을 넘나드는 뉘앙스 같은 게 굉장히 비슷해서 ‘음,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웃음)

Q. 무엇보다 팀에서 한 파트를 맡아서 노래를 부를 때와 달리 솔로로 한 곡을 이끌고 가는 거라 포인트도 달랐을 텐데.
김성규: 인피니트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고음을 주로 담당했지만, 이젠 한 곡 전체의 느낌을 담아야 하니까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기보단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이 한 곡을 끌고 가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거다. 짧은 인생이지만, 내가 경험했던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표현하면 더 와 닿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톤은 이렇게 잡고, 숨은 이만큼만 쉬고 이런 생각을 하면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서툰 점들이 드러나더라. 그래서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는 이 부분에 대한 나의 느낌인 뭘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Q. ‘60초’의 경우 60초 안에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이 독특한 곡인데 어떤 생각을 했나.
김성규: 분명 60초 만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반대로 또 ‘60초 만에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질 수도 있을까?’ 라는 질문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다행히도 나한테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 예전에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자애를 많이 좋아했는데, 그 애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퇴하게 됐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연락도 안 되고, 지금 뭘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내 삶에서 순식간에 그 아이가 사라진 거다.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는 게 놀라웠다. 팬 분들이 들으면 뭐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뭐 짝사랑이었으니까. 학우였고. (웃음)

“동생들한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Q. 녹음도 녹음이지만, 무대에선 밴드와 함께 라이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김성규: 우선 함께 무대에 서는 밴드 멤버 분들과는 굉장히 많이 친해졌다. 다만, 여기서는 내가 막내기 때문에 적응이 안 되고 있다. 성종이 마음을 굳이 이해하지 않으려고 밴드 분들을 좀 피해다니기도 한다. (웃음) 노래를 할 땐 뭔가를 딱 짜서 들어가는 것보다는 이걸 표현하는 데만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느 때와 같이 노래하지만, 내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때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집중하는지 보여 드리려고 한다. 열심히 해서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고 싶다.

Q. 창피하지 않다는 것의 기준은 뭔가.
김성규: 무대에서 내가 만족하는 것 아닐까. 좀 이기적이지만, 그래서 많이들 사랑해주셔야 한다. (웃음) 사랑 받을 수 있게끔 충분히 노력할 거고,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 드릴 거기 때문에 자신은 있다. 하지만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 같은 가시적인 순위에 대해선 정말 자신이 없다. 성적에 연연하다가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무엇보다 그런 것으로 실망하기에는 이 앨범이 나한테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새로운 도전이자 큰 기쁨, 자축할 만한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누가 예쁘다고 하진 않지만 보기만 해도 좋은 운동화처럼.

Q. 책임감이라는 부분은 어떤가. 솔로 활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인피니트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큰지, 못해도 김성규의 이름을 걸고 나온 거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성규: 전자가 훨씬 크다. 멤버들이 장난기가 심한 친구들이라서 부담을 많이 준다. 어떤 식이냐면, 앨범 판매량이나 음원 순위를 신경 쓰는 거다. 체크는 룸메이트이기도 한 우현이가 굉장히 많이 한다. 호야는 본인도 인피니트 h 앨범이 있기 때문에 “형, 뭔가 빨리 보여줘야 해” 라고 압박을 하고, 성열이나 엘은 용기를 북돋워 준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정신이 혼미하다. (웃음) 누군가는 채찍질, 누군가는 당근을 주고 누군가는 냉정한 판단을 하니까. 사실 멤버들이 “형이 여기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면…” 이라고 장난치긴 하지만, 항상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준다. 나 역시 동생들한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도 혼자 출연할 일들이 전보다 많아질 텐데 각오는 좀 돼 있나. (웃음)
김성규: 인피니트 활동 중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두려움이 있었다. 팀 대표라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난 인피니트를 알려야 하는데’ 이런 마음이었던 거다. 많은 분들이 보시는 프로그램에서 재미도 없고, 병풍처럼 눈치만 보게 될까 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에 성열이나 성종이, 엘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편집됐을 때 그들에게 했던 말이 있으니 긴장되는 게 있었다. “너 팀을 알리고 싶지 않니? 정말 목숨 걸고 예능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우리가 대충하면 죄송한 거야. 좀 더 우리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자, 음악 무대에서처럼” 이런 말들. (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나를 꾸짖을 사람이 없지 않을까? 아무튼 그때보단 부담이 훨씬 덜하다.

Q. 팀 활동과 솔로, 예능을 병행하는 정신없는 스케줄을 견디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김성규: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할 때마다 항상 했던 이야기가 있다. 물론 피곤할 것이고, 가끔은 인피니트 스케줄과 개인 스케줄을 다 소화하는 게 힘들 수 있지만, 정말 프로라면 피곤한 걸 티 내지 마라. 다 같이 생각해보자. 활동을 너무나 하고 싶은데 못하는 친구들도 많고, 데뷔를 못하는 친구들도 많고, 개인의 다른 목표를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니 뒤를 돌아보자. 우리의 예전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런 활동을 너무나 하고 싶었지 않았냐 이런 이야기였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다. 빡빡한 스케줄이긴 해도 내가 정말 꿈꾸던 건데 누구한테 짜증을 낸다면 좀 웃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잘 버틸 수 있게 되는 거다.

Q. 리더라는 자리에 대해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김성규: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오히려 조금 덜 하는 거다. 데뷔 때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나하나에 과민반응을 했는데, 이제는 멤버들이 알아서 척척 해주기 때문에. 예전엔 의무적으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이 한 번 더 내가 했던 말을 생각해주더라. 요즘엔 내가 더 풀어져서 방송에서 사소한 실수들을 하고 있다. 그럴 때 멤버들이 “형, 왜 그래. 그거 아니잖아” 그러면 “어, 미안해” 이러고. (웃음) 어떤 면에서는 이번 솔로 활동이 리더로서의 부담을 벗어던지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나 자신만 돌보면 되니까. 그렇지만 멤버들과 같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스케줄이 없을 땐 나한테 와라, 난 너희를 환영한다” 라고 말했다. 다들 우리도 그냥 좀 쉬겠다는 분위기긴 하다. (웃음)

“리더의 잔소리가 줄어들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다”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김성규 “나 없는 인피니트는 생각하기 싫다”
Q. 다들 개인 활동을 하는 중에도 인피니트의 팀워크는 여전히 끈끈한 것 같다. 비결이 뭘까.
김성규: 간단하다.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데, 아이들이 착하다. 다들 생각하는 게 고와서 팀워크가 유지되는 것 같다. 남자 아이들끼리 있으니까 굉장히 많이 다투지만 악감정으로 이어지는 건 전혀 없다. 친구들끼리 싸우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푸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관계다. 친구이자 가족이자 조언자인 거다.

Q. 솔로 활동을 하면서 예전만큼 리더의 역할을 못 해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함이 생기진 않나.
김성규: 리더의 잔소리가 줄어들면 아이들이 좋아할 거다. 내가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이 친구들한테는 조그만 자유를 얻은 느낌일 수도 있다. (웃음) 몰랐는데, 내가 잔소리를 그렇게 많이 한다고들 하더라. 앞에서는 아이들이 “아우, 알았어, 알았어” 그러고, 나중에야 문자로 “형, 충고 고마워” 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관계라서 내가 소홀해졌다 싶어도 다들 섭섭한 내색을 하진 않을 거다.

Q. 반대로, 본인이 없어도 다른 멤버들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서운하지 않을까. (웃음)
김성규: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없으면 그들이 잘 지낼 수가 없다. (웃음) 기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팀에서 항상 평균을 담당하고 있다. 외모 빼고. 예를 들어 예능감이라든지 추진력, 보컬 실력, 댄스 실력 등등. 못하는 친구들은 끌어주고 잘하는 친구들은 끌어내려 주면서 (웃음)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그림이 참 좋지 않을 거다. 그리고 리더가 없는 팀은 어딘가에 빈틈이 있는 법이다. 아이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리더를 따로 선출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건 내가 막을 거다. 내가 없는 팀을 생각하기가 싫다. 엘이 드라마를 찍을 때 느낀 건데, 한 명이라도 없으면 굉장히 허전한 기분이 들더라.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다들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애들이 “엘이 없을 때랑은 다른데? 전혀 허전하지 않은데?” 이러면 어쩌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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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터뷰. 황효진 기자 seventeen@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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