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동하는 여자 가수 중 사랑의 아픔을 백지영보다 깊게, 짙게 그리고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러니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를 찾는 건 당연하다. “OST와 발라드는 같은 것 같지만 일단 노래할 때부터 달라요. 발라드가 가사를 떠올리며 부른다면, OST는 스토리를 알아야 곡을 소화할 수 있어요. 그래서 시놉시스를 정독하고 어떤 배우의 테마인지를 확인한 후 연기 스타일도 공부해서 부르는 편이예요.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노래하는 거죠.” 덕분에 우리는 영혼이 뒤바뀐 두 남녀(<시크릿 가든>)를, 조직과 국가의 힘에 휘둘리는 두 남녀(<아이리스>)의 사랑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었다. ‘사랑 안 해’를 부르기 위해 3개월간 독백레슨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목소리에 드라마를 그려내는 그는 영화 <원스>나 <오픈 유어 아이즈> 같은 색감과 메시지가 깊은 영화의 OST에 참여하길 꿈꾼다. “평소에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딱히 장르를 구분 짓고 보진 않지만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누군가 좋은 영화 추천해달라고 하면 빠지지 않은 게 <노트북>, <오픈 유어 아이즈>,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렛 미 인> 등이죠. OST가 좋은 영화들도 역시 빠질 수 없구요.” 그래서 그녀에게 ‘OST가 좋은 영화’를 부탁했다.
2007년 | 존 카니
“길거리에서 노래하던 청년과 우연히 만난 여자의 묘한 관계를 통한 잔잔한 로맨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 같아요. 정말 그냥 리얼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은 배우들의 연기에 연주 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구요. ‘falling slowly’나 ‘lf you want me’ 같은 어쿠스틱한 사운드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영화고, 저 역시 베스트 영화로 꼽고 싶어요.”
두 남녀는 가진 것이 없다. 여자는 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인다. 남루한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기타 한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으로 눈빛을, 마음을 나눈다. 관계가 급진전하지도 행복한 결말도 없지만 <원스>는 사랑이라 이름 붙여질 수 있는 그 어떤 감정을 음악과 함께 촘촘히 쌓아올린다. 지난 6월에는 뮤지컬로 변신한 <원스>가 토니어워즈 8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 | 바즈 루어만
“<물랑 루즈>는 언더컬처적인 19세기 말 프랑스의 이상가 혹은 몽상가들의 삶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보는 내내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최고였던 것 같아요. 판타지적인 요소도 많고 의상이나 배경, 연기, 댄스까지 볼거리가 정말 많은 영화였기 때문에 더 기억에 많이 남아요. 거기에 애절하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도 너무 아름다웠구요. 많은 분들이 OST에서 ‘Lady marmalade’를 좋아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함께 부른 ‘Come what may’를 더 좋아해요.”
<물랑 루즈>의 ‘Lady marmalade’는 여자 가수들의 섹시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대표곡인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콘서트 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곡이다. 향락과 퇴폐로 가득한 파리의 한복판 ‘물랑 루즈’에도 죽음이 갈라놓지 못한 절절한 사랑이 있다. 화려한 쇼와 정교한 무대장치, 컬러풀한 의상은 물론 가난한 예술가와 그의 죽어가는 연인이라는 설정은 오페라 <라보엠>을 연상시킨다. 2001년 칸영화제 개막작.
2009년 | 크리스 웨이츠
“뱀파이어와 늑대들의 역동적인 그래픽이 인상적이었어요. 혹 놓치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뉴 문>은 OST가 굉장히 좋은 영화예요. 그 중에서도 저는 ‘Possibility’라는 곡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에드워드가 떠난 후 벨라가 창문을 바라보며 1월, 2월, 3월 시간이 흘러갈 때 나왔던 곡이에요. 너무 애절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정말 강추입니다!”
<뉴 문>은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의 두 번째 시리즈로 늑대인간 제이콥을 등장시켜 에드워드-벨라-제이콥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고혹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켰으며, 백지영이 언급한 ‘Possibility’를 비롯해 ‘Satellite heart’ 등이 찬사를 받았다.
2007년 | 커스틴 쉐리단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얼얼해지는 영화에요. 특히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있어요. 귀 기울이기만 하면 돼요’ 라는 대사가 마음에 많이 남아요. 아름다운 음악과 스토리에 반해 꽤 여러 번 반복해서 봤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어거스트가 차 지나가는 소리, 공 튀기는 소리, 발소리, 바람소리 등 모든 것을 음악으로 느끼고 노래에 박자를 넣어주듯 표현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 엔딩에 나오는 ‘Someday’도 참 좋아해요.”
부모의 반대로 헤어진 연인, 그들에게서 태어난 아이 그리고 아이를 찾는 엄마. 얼핏 가족영화의 틀을 입은 듯 하지만, 기타리스트 남자와 첼리스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통해 <어거스트 러쉬>는 음악영화로 재탄생되었다. 특히 부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어거스트(프레디 하이모어)의 연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기분을 안겨준다.
2005년 | 마이크 니콜스
“제작된 지 8년이 넘어가니까 분명 잊혀질만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클로저>는 여운이 참 많이 남아요. 남녀의 심리를 정말 세밀하게 잘 표현해준 영화이고, 딱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름한 느낌이랄까. 영화 속 네 남녀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결국 그 사랑 앞에서 이기적이고 철부지가 된다는 심리가 참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듯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역시 명곡이죠.”
“Hello, Stranger” 어느 날 낯선 여자가 남자의 마음에 들어왔다.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연을 맺게 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댄(주드 로).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 찾아온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래리(클라이브 오웬). 네 남녀의 엇갈린 마음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물기를 머금은 런던의 풍경은 이러한 질문에 더없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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