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마귀때로는 순수한 학인의 마음으로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어학사전 검색창에 ‘음란’을 치면 ‘음탕하고 난잡함’이라는 의미가 뜨고, 이어 ‘음탕’의 뜻을 물으면 ‘음란하고 방탕함’이라는 답이 돌아오는 등 뫼비우스의 한자가 발목을 잡을 때 우리는 앞서 진행된 성인인증 절차의 무용함만을 새삼 확인할 따름이다. 그러나 쉽게 말해 음란이란 색정, 즉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마음과 맞닿아 있는 상태로 ‘음란마귀’는 이러한 삿된 욕망을 증폭시켜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게 하는 죄악의 원천이자 초자연적인 힘을 의미한다. 방송인 하하의 모친이기도 한 김옥정 목사가 한 달 간의 해외 방문을 마친 뒤 돌아왔을 때,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 채 삼각팬티 바람으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아들의 친구들을 보고 “독사의 자식들! 눈에 음란마귀가 가득 꼈어!” 라고 일갈하며 이들을 내쫓았다는 에피소드는 지난 해 9월 KBS 에서 소개되며 종교를 넘은 용어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1. 음란한 마귀
2.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시험에 들지 말게……
cf. 엄빠주의
또한, 최근 가수 별과의 결혼을 발표한 하하는 8월 25일 방송된 MBC 에서 ‘속도위반 의혹’을 부인하며 “그 아이(별)는 신앙심이 매우 깊어 혼전 순결 계약이 있다”고 말했고, 예비 신부를 향한 영상편지에서 “빨리 신혼여행 가자. 나에겐 음란마귀가 있어! 나 지금 너무 힘들어!”라는 절박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즉 과거에 억누르거나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던 ‘음란마귀’는 점차 아끼고 사랑하는 상대, 혹은 육체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으로 변화해 왔으며 사람들은 종종 “음란마귀가 씌었다”는 핑계로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 왔던 욕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를 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누군가에 끌리고 두근대고 흥분하는 인간의 본능은 결코 악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곱게 기른 음란마귀 하나쯤은 있는 거니까.
용례 [用例]* 남자들의 속마음 (feat. 음란마귀)
“데이트할 때 ‘술 잘 먹어?’ 라는 그 말은 스킨십이 하고 싶단 그 말이다. 데이트할 때 ‘영화 볼래?’ 라는 그 말은 스킨십이 하고 싶단 그 말이다. 데이트할 때 ‘아 배고프다’는 말은 밥 먹고 스킨십을 하고 싶다 그 말이다!” – 용감한 녀석들
* 김하나 자매의 계정을 빌어 예비 목사를 유혹하는 음란마귀
“저 자매가 그냥 일방적으로 나를 쭉 좋아하는 모양인데, 좀 측은하고 그래서 내가 상대를 해준 건데 저 자매가 일방적으로 벗고 찍어 보낸 사진이지 내가 절대로 원한 게 아니라구!” – 조한철
* 음란마귀 완전 박멸의 폐해
“ 이종석-정석원 키스신 있었다.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그 영상이 잘려…” – 제작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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