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그를 영화 으로 데뷔한 신인 배우로 알고, 어떤 이는 KBS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배우라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SBS 에서 광평대군을 연기한 배우 서준영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 세종(한석규)을 연상케 할 정도로 총명하지만 비극적 죽음을 맞았던 광평대군 역할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정작 그의 이름은 낯설다. MBC 뮤직비디오에서 권상우의 아역으로 데뷔하고, 의 주인공을 맡아 주목받던 신인이었지만 다시 MBC 등을 통해 주인공의 아역으로 돌아가는 흔치 않은, 조금은 기구해 보이는 경력의 배우. 하지만 데뷔 7년차에 이르러서야 다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는 서준영은 억울해하지도, 오랜만에 얻은 인기에 호들갑 떨지도 않는다. “상관없어요. 캐릭터가 남는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이미 부침을 겪어봤던 배우의 자기 방어일까. 하지만 자신의 연기를 “남의 것 보듯” 본다고, 그 이유에 대해 “다음 작품에서 똑같은 연기를 할까봐 싫어서”라 대답하는 그의 연기에 대한 욕심은 제법 단단히 여물어 보인다. 때만 해도 “연예인이라는 이름에 취해 겉멋 들어 연기했”지만 이후 “연기할 때 느껴지는 마약 같은 한 순간”을 다시, 그리고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잘 기억도 못하는 20여 편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다시 말해 7년 동안 열심히 했음에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비운의 배우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에만 힘쓴 지난 7년이라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에 출연할 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PC방과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힘들지 않았던 사람이 어딨겠냐”고 툭툭 털 듯 말하는 모습에선 인기나 결과보다는 그저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태도가 느껴진다. 대중에게 아직은 신인인 그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던 영화’를 추천하는 건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1.
2011년 | 박희곤
“영화 속에서 남자들끼리 우정이 정말 깊잖아요. 멍청하리만큼 깊은 우정 속의 시련으로 싹을 틔워서 나무를 만든 것 자체로도 너무나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고 짠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너무나 하고 싶은 영화였는데 결국 스케줄이 안 되서 못 했어요.”
은 연장까지 총 15회, 4시간 56분 동안 치러진 세기의 라이벌 대결, 롯데 최동원과 해태 선동열의 이야기다. 1987년 5월 16일에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던 실제 경기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열기 넘치는 야구시즌을 그립게 하는 영화다. 이들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손이 찢어지고 어깨가 부서지도록 공을 던진다. 마운드의 같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는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라이벌이자 친구다. 2. (The Change-Up)
2011년 | 데이빗 돕킨
“제가 잘하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 영화에서 보면 친한 친구 둘이 서로의 삶을 부러워해요. 그러다가 서로 몸이 바뀌고, 서로의 인생을 살게 되죠. 두 주인공처럼 상대방 인생을 모를 때는 ‘너는 행복할거다’, 혹은 ‘너는 지금 행복하니까 투덜대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건 영화에서처럼 그 사람 인생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걸 너무 잘 보여 주는 영화에요.”
서로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라면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혹은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은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던 두 친구 미치(라이언 레이놀즈)와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가 영혼이 바뀌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성장 영화다. 전형적인 미국형 코미디다운 웃음도 주지만, 그 교훈 또한 확실하다. 살면서 “놓치고 사는 것이 없는지”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3. (My Back Pages)
2011년 | 야마시타 노부히로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더빙작업에 참여하면서 봤던 영화에요. 큰 사건은 없지만, 그 잔잔함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져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사이에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느낌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돼요.”
일본의 1960년 말, 학생운동 이후 격변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다. 이상주의적인 저널리스트 사와다(츠마부키 사토시)는 열혈 운동가처럼 보이는 대학생 우메야마(마츠야마 켄이치)를 우연히 알게 되고, 사와다는 우메야마가 벌이는 시위를 독점취재 하겠다고 나선다. 이후 모든 사건들이 폭풍우처럼 지나가고, 영화의 마지막 5분에 모습을 드러낸 사와다의 모습은 진한 잔상을 남긴다. 4. (The Journals Of Musan)
2010년 | 박정범
“실제 존재하는 이야기와 다름없는 이야기죠. 내가 저 안에 있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박정범 감독님이 직접 주연하시고 연출도 하셨는데, 영화 속에서 디테일이 잘 살아있더라고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털어내게 해주는 영화에요. 타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의 무산은 함경북도에 있는 승철의 고향이자, 무산(無産)을 뜻한다. 즉, 북한 혹은 남한에서도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가 기록한 일기란 뜻이다. 이 영화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들을 향한 남한 사회의 냉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비단 탈북자들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승철의 일기는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 사회의 음지로 내몰리는 이들의 일기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면 “제가 할 수 있습니다”란 승철의 작은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5. (The Lion King 3D)
1994년 |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 , 같은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요. 어렸을 때 처음 만화를 보게 된 것도 와 때문이었거든요. 너무 좋아한 영화라 몇 번을 다시 봤어요. 그리고 영화에 나왔던 ‘하쿠나마타타’란 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노래를 듣기도 하거든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울한 심바를 위로하는 티몬과 품바는 마술 같은 주문 ‘하쿠나마타타’. “모두 잘 될 거라”며 긍정의 기운을 전하는 티몬과 품바는 월트 디즈니의 라는 TV 애니메이션을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은 3D로 다시 태어나 관객을 만난다. 초원 위를 뛰노는 아프리카 사자들이 눈앞에 있고, 티몬, 품바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나를 위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절로 하게 된다. 의 그것처럼 짧지만 강렬한 등장은 아니지만 현재 서준영은 KBS 일일연속극 에 출연해 거의 매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이름값을 높이겠다기보다는 “한 이틀만 쉬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예의상 일뿐. 왜냐하면 그 마약 같은 연기의 매력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작품이면 한 신이든 열 신이든 가리지 않았던” 신인은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도 작품이 들어온다면 계속 할 생각”이라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많은 신인들이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말하지만 느지막이 그들 모두가 출연작의 대사를 인용해 “역병과 같은 연기의 씨앗이 시발점이 되어 연기에 대해 타협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란 어렵다. 적어도 연기를 제대로 오래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만큼은 뚜렷한 서준영은 이 장기 레이스 속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사진. 채기원 ten@
이미 부침을 겪어봤던 배우의 자기 방어일까. 하지만 자신의 연기를 “남의 것 보듯” 본다고, 그 이유에 대해 “다음 작품에서 똑같은 연기를 할까봐 싫어서”라 대답하는 그의 연기에 대한 욕심은 제법 단단히 여물어 보인다. 때만 해도 “연예인이라는 이름에 취해 겉멋 들어 연기했”지만 이후 “연기할 때 느껴지는 마약 같은 한 순간”을 다시, 그리고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잘 기억도 못하는 20여 편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다시 말해 7년 동안 열심히 했음에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비운의 배우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에만 힘쓴 지난 7년이라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에 출연할 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PC방과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힘들지 않았던 사람이 어딨겠냐”고 툭툭 털 듯 말하는 모습에선 인기나 결과보다는 그저 좋아서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태도가 느껴진다. 대중에게 아직은 신인인 그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던 영화’를 추천하는 건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1.
2011년 | 박희곤
“영화 속에서 남자들끼리 우정이 정말 깊잖아요. 멍청하리만큼 깊은 우정 속의 시련으로 싹을 틔워서 나무를 만든 것 자체로도 너무나 즐겁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고 짠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제가 너무나 하고 싶은 영화였는데 결국 스케줄이 안 되서 못 했어요.”
은 연장까지 총 15회, 4시간 56분 동안 치러진 세기의 라이벌 대결, 롯데 최동원과 해태 선동열의 이야기다. 1987년 5월 16일에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던 실제 경기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열기 넘치는 야구시즌을 그립게 하는 영화다. 이들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손이 찢어지고 어깨가 부서지도록 공을 던진다. 마운드의 같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는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라이벌이자 친구다. 2. (The Change-Up)
2011년 | 데이빗 돕킨
“제가 잘하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이 영화에서 보면 친한 친구 둘이 서로의 삶을 부러워해요. 그러다가 서로 몸이 바뀌고, 서로의 인생을 살게 되죠. 두 주인공처럼 상대방 인생을 모를 때는 ‘너는 행복할거다’, 혹은 ‘너는 지금 행복하니까 투덜대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건 영화에서처럼 그 사람 인생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걸 너무 잘 보여 주는 영화에요.”
서로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라면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혹은 성장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은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던 두 친구 미치(라이언 레이놀즈)와 데이브(제이슨 베이트먼)가 영혼이 바뀌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성장 영화다. 전형적인 미국형 코미디다운 웃음도 주지만, 그 교훈 또한 확실하다. 살면서 “놓치고 사는 것이 없는지” 한 번쯤 뒤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3. (My Back Pages)
2011년 | 야마시타 노부히로
“시각장애인 분들을 위한 더빙작업에 참여하면서 봤던 영화에요. 큰 사건은 없지만, 그 잔잔함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져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사이에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느낌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돼요.”
일본의 1960년 말, 학생운동 이후 격변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다. 이상주의적인 저널리스트 사와다(츠마부키 사토시)는 열혈 운동가처럼 보이는 대학생 우메야마(마츠야마 켄이치)를 우연히 알게 되고, 사와다는 우메야마가 벌이는 시위를 독점취재 하겠다고 나선다. 이후 모든 사건들이 폭풍우처럼 지나가고, 영화의 마지막 5분에 모습을 드러낸 사와다의 모습은 진한 잔상을 남긴다. 4. (The Journals Of Musan)
2010년 | 박정범
“실제 존재하는 이야기와 다름없는 이야기죠. 내가 저 안에 있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박정범 감독님이 직접 주연하시고 연출도 하셨는데, 영화 속에서 디테일이 잘 살아있더라고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을 털어내게 해주는 영화에요. 타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의 무산은 함경북도에 있는 승철의 고향이자, 무산(無産)을 뜻한다. 즉, 북한 혹은 남한에서도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가 기록한 일기란 뜻이다. 이 영화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25로 시작하는 탈북자들을 향한 남한 사회의 냉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비단 탈북자들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승철의 일기는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 사회의 음지로 내몰리는 이들의 일기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면 “제가 할 수 있습니다”란 승철의 작은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5. (The Lion King 3D)
1994년 |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 , 같은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요. 어렸을 때 처음 만화를 보게 된 것도 와 때문이었거든요. 너무 좋아한 영화라 몇 번을 다시 봤어요. 그리고 영화에 나왔던 ‘하쿠나마타타’란 말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노래를 듣기도 하거든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우울한 심바를 위로하는 티몬과 품바는 마술 같은 주문 ‘하쿠나마타타’. “모두 잘 될 거라”며 긍정의 기운을 전하는 티몬과 품바는 월트 디즈니의 라는 TV 애니메이션을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은 3D로 다시 태어나 관객을 만난다. 초원 위를 뛰노는 아프리카 사자들이 눈앞에 있고, 티몬, 품바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나를 위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절로 하게 된다. 의 그것처럼 짧지만 강렬한 등장은 아니지만 현재 서준영은 KBS 일일연속극 에 출연해 거의 매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이름값을 높이겠다기보다는 “한 이틀만 쉬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예의상 일뿐. 왜냐하면 그 마약 같은 연기의 매력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작품이면 한 신이든 열 신이든 가리지 않았던” 신인은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되도 작품이 들어온다면 계속 할 생각”이라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많은 신인들이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말하지만 느지막이 그들 모두가 출연작의 대사를 인용해 “역병과 같은 연기의 씨앗이 시발점이 되어 연기에 대해 타협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란 어렵다. 적어도 연기를 제대로 오래 해보겠다는 마음 하나만큼은 뚜렷한 서준영은 이 장기 레이스 속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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