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고졸 취업생의 슬픈 초상
, 고졸 취업생의 슬픈 초상" /> 수 KBS1 오후 7시 30분
는 특성화 고등학교 취업을 알선해 준다는 목표 아래, TV를 통해 기업 면접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분야에 맞게 선정된 기업은 ‘꿈의 기업’으로 명명되며, 면접을 통과해 스튜디오에 초대된 결선 4인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종 면접을 통해 우승자를 가린다. 언뜻 보면 고등학생들이 문제와의 경쟁을 통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KBS 과 비슷한 것 같지만,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 “문제와 나” 사이의 경쟁임을 강조하는 과는 달리 는 친구들과 경쟁해 이기면 취업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보상을 받는다. 를 통해서 압박 면접과 합숙에서 살아남는 법칙을 하와이까지 가서 알려준 바 있는 KBS가 이번에는 고등학생들의 취업 알선까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입시보다 취업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이러한 형식을 가져온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실력이 있으면 학벌이나 그 외 조건들은 상관없다”는 오디션의 환상, 공정사회의 논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은 전면에 부각시킨 뒤 시치미를 떼고 심사만이 평가 요소임을 강조하는 구성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식과 동일하다. 사연과는 별개로 결선 미션과 최종 면접이 우승자를 가릴 만큼의 변별력을 갖지 못함은 물론이다. 결선에 오른 학생들에게는 아르바이트와 같은 경험이나 수상 경력이 옵션처럼 붙어있는 상황에서 진짜 ‘실력’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가 고졸 정규직 취업이 얼마나 대단한 혜택인가를 자랑하는 동안, 한 학교 학생 전부가 정규직 입사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참혹한 현실은 가려진다. 결선 진출자 모두를 취업시켜주기로 약속한 기업 임원에게 박수를 보낼 때, 그 네 명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갖는 것은 당연시 되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문제를 풀고 종을 울리는 게 낫겠다. 그건 적어도 이렇게 씁쓸하고 슬픈 뒷맛을 남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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