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엉엉 조석 날 가져요
[위근우의 10 Voice] 엉엉 조석 날 가져요
현재 대한민국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를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 혹은 이렇게 말해도 되겠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두 가지 종류의 웹툰이 있다. 조석이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 이것이 호들갑처럼 느껴진다면 최근 그의 활동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자. 얼마 전 에 판촉물로 나눠준 러그를 스카프처럼 목에 감는 장면이 나오자 러그는 당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아무리 클릭이 클릭을 부르며 급상승하는 게 실시간 검색어라지만 를 보는 독자들의 압도적 숫자를 쉬이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런 작품의 인기를 바탕으로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최근 들어 더 눈에 띈다. 지난 11월 말부터 조석은 게임 (이하 < WOW >)의 새 확장팩 ‘대격변’ 출시를 앞두고 관련 웹툰을 시작했고, 면도기 회사인 도루코의 새 제품 출시 이벤트로 를 4회 연재한다. 특히 ‘대격변’과 관련한 웹툰 연재 소식은 국내 수많은 < WOW > 팬들에게 ‘대격변’ 발매 소식만큼이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쉽게 말해, 조석은 현재 가장 ‘핫한’ 만화가다.

A급 연예인을 능가하는 조석의 팬덤
[위근우의 10 Voice] 엉엉 조석 날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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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잘 나가는 인기 만화가는 있었다. 조석의 인기가 흥미로운 건, 그것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넘어 만화가 개인에 대한 팬덤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매주 가 새로운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개인 블로그와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그의 유행어를 인용한 ‘엉엉 조석 날 가져요’라는 고백이 이어진다. 와 네이버가 매주 함께 하는 ‘그의 플레이리스트’ 코너에서도 그의 기사는 웬만한 A급 연예인의 그것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만화가로서의 공식 일정이 아니면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는 크리에이터가 일종의 셀러브리티처럼 소비되는 흥미로운 현상.

물론 이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설이 제기될 정도로 그의 만화가 재미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가상의 캐릭터로서 활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령 의 서나래가 낢 캐릭터로 자신의 일상을 살고, 의 이말년이 화자이자 관조자로서의 이말년 캐릭터를 보여준다면, 조석은 자신의 만화 안에서 순서가 뒤바뀐 에어로빅을 추다가 자신도 모르게 원귀의 한풀이를 시켜준다. 그것은 분명 픽션이다. 하지만 몸치가 겪을 수 있는 해프닝이라는 일상적 코드가 그 가상세계의 바닥에 깔리면서 만화 속 사건의 주체 조석과 “일상에서의 소재만으로 만화를 만든다면 그건 일기”라고 말하는 만화 창작의 주체 조석 사이의 경계는 교묘하게 지워진다. ‘훈남’인 그의 외모가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 역시 그 두 주체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식의 경계 지우기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완벽하게 실현했던 건 올해의 유세윤일 것이다. 말하자면 유세윤이 UV 퍼포먼스로 자기를 넘어서는 자기를 보여줬던 것을, 조석은 만화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담론에의 요구
[위근우의 10 Voice] 엉엉 조석 날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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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조석은 유럽 축구나 < WOW > 같은 20대 후반 평범한 남성인 본인의 취향을 만화 속 자신을 통해 훨씬 더 보편적이고 친숙하게 대중에게 소개한다. 아니, 납득시킨다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의 개그 센스가 탁월한 건, 소위 ‘병맛’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본질을 너무나 정확하게 꿰뚫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전역한 남자들이 단체 매직에 걸리는 날’이라는 그의 표현만큼 예비군 훈련에 대한 완벽한 설명은 없다. 그의 또 다른 만화 에서 AC밀란을 축구계의 유니세프로 표현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축구 팬이라면 배를 잡고 웃을 표현이지만 동시에 유럽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의미를 어느 정도 가늠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조석 만화의 대단함이다.

유세윤의 UV 활동이 통쾌했던 건, 대형 기획사와 트렌드라고 하는 엔터테인먼트계의 어떤 모범 답안 바깥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취향을 하나의 완성된 텍스트로서 대중에게 납득시켰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조석 역시 마이너한 정도는 아니라도 마니악한 자신의 정서와 취향을 납득시키며 작품 안과 바깥에서 스타가 됐다. 두 가지 케이스만으로 이를 어떤 경향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된 건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창작과 웃음, 그리고 자신의 삶의 삼위일체를 통해 대중의 열광과 지지를 얻은 이 새로운 형태의 셀러브리티들을 과연 과거의 유명인, 혹은 스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자와 비평가를 긴장시킬,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담론에의 요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 출처. 네이버 웹툰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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