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시원하게 해놨지? 이제 곧 경기 시작한단 말이야.
걱정 마, 걱정 마. 간만에 보는 빅매치인데 그걸 깜빡했으려고. 이게 진짜 얼마만의 ‘고연전’이냐. 전희철에, 김병철에, 저쪽은 안 나올 것 같던 이상민도 나오고. 현주엽이랑 서장훈이 빠진 게 영 아쉽지만 진짜 이 멤버들의 경기를 다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그건 맞는 말인데… 굳이 이 경기를 ‘고연전’이라고 콕 집어 말해야 돼? ‘연고전’이라고 해도 되잖아.
그건 내 마음이지. 그리고 ‘연고전’은 꼭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이름 같지 않냐? 너 연세대 농구팀 팬이었다고 지금 이러는 거야?
그런 너는 고려대 팬이었다고 그러는 거잖아. 그 때 남자애들 보면 꼭 연세대 농구팀이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 것 때문에 괜히 안티 되고 그러더라?
야, 사람을 뭘로 보고…
시작한다! 와! 이상민 달리는 거 봐! 꺅! 자유투래, 자유투.
야, 자유투 따도 들어가야 점수인 거지. 봐, 결국 하나 놓쳤네. 오, 고대는 그냥 깔끔하게 2점슛으로 역전하네.
그래도 우리가 먼저 넣었거든요?
야, 우리도 이제 시작이야. 오, 오, 그래 전희철! 봐, 3점슛 넣는 거. 3점슛을 넣는 센터, 저게 전희철이지. 솔직히 서장훈 있던 시절의 연세대가 잘하긴 잘했는데 뭔가 좀 정이 안 가는 플레이였어. 만날 서장훈 포스트에 꽂아 넣고 패스해서 골밑슛 하는 게 승리 공식이었잖아. 그에 반해 전희철 봐. 저렇게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고. 가끔은 제대로 슬램덩크도 작렬해주고.
웃기시네. 그 시절에도 문경은이랑 우지원이랑 김훈은 3점슛 잘만 넣었거든? 그리고 그 때 고려대에 서장훈이 있었다고 그렇게 점수를 많이 올렸을 거 같아? 다 이상민 같은 컴퓨터 가드가 있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야. 얼마나 완벽해.
너 오늘 입 좀 풀렸다? 만날 나한테 묻기만 묻더니?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스포츠라는 걸 본방 사수한 건 그 때 뿐이라고. 청소 시간에 몰래 경기 보고. 그러니까 지금 얼마나 좋겠어. 전설의 독수리 오형제에서 서장훈만 뺀 나머지 네 명이 나왔는데.
그래, 그렇게 전설의 이름들이 열심히 뛰는 사이에 고려대가 11대 1까지 앞서네?
나도 예전에 농구 좀 봐서 아는데, 10점 차이 저거 따라잡는 거 금방이다?
하긴, 오늘 경기 제목인 < Again 1995! >의 그 1995년 농구대잔치 경기에서도 10점 차로 벌어졌던 점수를 고려대가 다 따라잡았었지. 그 때도 전희철의 3점슛으로 물꼬를 텄었지 아마.
그 때 고려대 졌잖아.
야, 그 때 동점까지 간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4초 남겨놓고 오심 때문에 연세대 공격 순서로 갔었던 거거든? 그거 아니었으면 서장훈이 마지막 버저비터를 넣어서 이길 수도 없었을 거고.
그 때 이상민 부상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쫓아오지도 못했을 걸?
야, 부상도 게임의 일부인 거거든?
그런 식이면 오심도 게임의 일부인 거거든?
너 오늘 말 왜 이렇게 잘 하냐. 알았어, 인정. 어쨌든 그 날 경기는 고려대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어. 아예 점수 차가 많이 났으면 모를까 단 슛 하나 차이였으니까. 그러니까 오늘 경기 제목처럼 ‘고연전’의 상징적인 경기가 됐겠지. 사실 문경은은 졸업생이라 그 경기에선 안 뛰었는데도, 왠지 같이 뛴 것 같고.
지금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연세대 따라 잡고 있는 거 보여? 우지원이 넣었어!
어, 어, 뭐야 어느새 22 대 18까지 갔네? 자유투도 그렇고 1쿼터에선 우지원이 그래도 제 몫을 해주는데? 실력이 아주 녹슬진 않았나보네? 심지어 얼굴이랑 몸매도 녹슬지 않았어. 문경은은 후덕해져서 마음이 아픈데 어쩜 우지원이랑 이상민은 여전히 저렇게 날씬하고 얼굴도 샤프할까.
그래, 내가 봐도 우지원은 참 잘생겼어. 그래서 우지원 살던 대치동 아파트 벽에 낙서하고 그랬냐? 하도 ‘사랑해요’라는 낙서가 많아서 한 해에 한 번씩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던데. 무슨 아주 아이돌이여.
아이돌이었지! H.O.T. 이전에 이미 5명이 각각 뚜렷한 콘셉트를 보여준 팀이 바로 연세대 농구부야. 이상민은 컴퓨터 가드에 우지원은 꽃미남 슈터, 문경은은 듬직한 리더, 김훈은 스마일 가이, 서장훈은… 귀여운 막내?
고려대 베스트 5도 만만치 않았다? 훤칠하고 기술이 좋은 전희철에 탄력이랑 파워가 좋던 현주엽이 더블 포스트를 맡고, 양희승은 불꽃 3점슛에, 신기성은 터보 가드, 김병철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특히 고려대 농구부는 만화 주제곡도 부르면서 나름 헝그리한 도전자의 이미지가 있어서 더 멋있었어. 고교 최대어였던 현주엽이 고려대를 택한 것도 고등학교 선배 서장훈을 잡겠다는 포부 때문이었고.
그런데 어째 오늘은 고려대가 계속 앞서네? 어, 또 들어갔어. 짜증나.
골밑슛에 속수무책이네. 거 봐, 서장훈 빠지면 골밑에 뭐가 없다니까, 연세대는? 내가 비꼬려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그래, 데이터가. 연세대가 처음으로 농구대잔치 우승한 게, 서장훈 1학년 때라는 게 다 증명을 해요.
그럼 서장훈 은퇴하면 제대로 한 번 붙던가. 지금 좀 이기고 있다고 깐죽대긴.
그거 좋지. 고려대랑 연세대 라이벌전을 하는데 현주엽이랑 서장훈이 빠진 건 여전히 찜찜하단 말이지. 진짜 그 경기가 성사되면 직접 보러 가도 좋겠다, 그치?
성사돼도 너랑은 안 가.
나 실제로 ‘연고전’ 되게 보고 싶은데.
사진제공. XTM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걱정 마, 걱정 마. 간만에 보는 빅매치인데 그걸 깜빡했으려고. 이게 진짜 얼마만의 ‘고연전’이냐. 전희철에, 김병철에, 저쪽은 안 나올 것 같던 이상민도 나오고. 현주엽이랑 서장훈이 빠진 게 영 아쉽지만 진짜 이 멤버들의 경기를 다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그건 맞는 말인데… 굳이 이 경기를 ‘고연전’이라고 콕 집어 말해야 돼? ‘연고전’이라고 해도 되잖아.
그건 내 마음이지. 그리고 ‘연고전’은 꼭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이름 같지 않냐? 너 연세대 농구팀 팬이었다고 지금 이러는 거야?
그런 너는 고려대 팬이었다고 그러는 거잖아. 그 때 남자애들 보면 꼭 연세대 농구팀이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 것 때문에 괜히 안티 되고 그러더라?
야, 사람을 뭘로 보고…
시작한다! 와! 이상민 달리는 거 봐! 꺅! 자유투래, 자유투.
야, 자유투 따도 들어가야 점수인 거지. 봐, 결국 하나 놓쳤네. 오, 고대는 그냥 깔끔하게 2점슛으로 역전하네.
그래도 우리가 먼저 넣었거든요?
야, 우리도 이제 시작이야. 오, 오, 그래 전희철! 봐, 3점슛 넣는 거. 3점슛을 넣는 센터, 저게 전희철이지. 솔직히 서장훈 있던 시절의 연세대가 잘하긴 잘했는데 뭔가 좀 정이 안 가는 플레이였어. 만날 서장훈 포스트에 꽂아 넣고 패스해서 골밑슛 하는 게 승리 공식이었잖아. 그에 반해 전희철 봐. 저렇게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고. 가끔은 제대로 슬램덩크도 작렬해주고.
웃기시네. 그 시절에도 문경은이랑 우지원이랑 김훈은 3점슛 잘만 넣었거든? 그리고 그 때 고려대에 서장훈이 있었다고 그렇게 점수를 많이 올렸을 거 같아? 다 이상민 같은 컴퓨터 가드가 있으니까 그게 가능했던 거야. 얼마나 완벽해.
너 오늘 입 좀 풀렸다? 만날 나한테 묻기만 묻더니?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스포츠라는 걸 본방 사수한 건 그 때 뿐이라고. 청소 시간에 몰래 경기 보고. 그러니까 지금 얼마나 좋겠어. 전설의 독수리 오형제에서 서장훈만 뺀 나머지 네 명이 나왔는데.
그래, 그렇게 전설의 이름들이 열심히 뛰는 사이에 고려대가 11대 1까지 앞서네?
나도 예전에 농구 좀 봐서 아는데, 10점 차이 저거 따라잡는 거 금방이다?
하긴, 오늘 경기 제목인 < Again 1995! >의 그 1995년 농구대잔치 경기에서도 10점 차로 벌어졌던 점수를 고려대가 다 따라잡았었지. 그 때도 전희철의 3점슛으로 물꼬를 텄었지 아마.
그 때 고려대 졌잖아.
야, 그 때 동점까지 간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4초 남겨놓고 오심 때문에 연세대 공격 순서로 갔었던 거거든? 그거 아니었으면 서장훈이 마지막 버저비터를 넣어서 이길 수도 없었을 거고.
그 때 이상민 부상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쫓아오지도 못했을 걸?
야, 부상도 게임의 일부인 거거든?
그런 식이면 오심도 게임의 일부인 거거든?
너 오늘 말 왜 이렇게 잘 하냐. 알았어, 인정. 어쨌든 그 날 경기는 고려대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었어. 아예 점수 차가 많이 났으면 모를까 단 슛 하나 차이였으니까. 그러니까 오늘 경기 제목처럼 ‘고연전’의 상징적인 경기가 됐겠지. 사실 문경은은 졸업생이라 그 경기에선 안 뛰었는데도, 왠지 같이 뛴 것 같고.
지금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연세대 따라 잡고 있는 거 보여? 우지원이 넣었어!
어, 어, 뭐야 어느새 22 대 18까지 갔네? 자유투도 그렇고 1쿼터에선 우지원이 그래도 제 몫을 해주는데? 실력이 아주 녹슬진 않았나보네? 심지어 얼굴이랑 몸매도 녹슬지 않았어. 문경은은 후덕해져서 마음이 아픈데 어쩜 우지원이랑 이상민은 여전히 저렇게 날씬하고 얼굴도 샤프할까.
그래, 내가 봐도 우지원은 참 잘생겼어. 그래서 우지원 살던 대치동 아파트 벽에 낙서하고 그랬냐? 하도 ‘사랑해요’라는 낙서가 많아서 한 해에 한 번씩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던데. 무슨 아주 아이돌이여.
아이돌이었지! H.O.T. 이전에 이미 5명이 각각 뚜렷한 콘셉트를 보여준 팀이 바로 연세대 농구부야. 이상민은 컴퓨터 가드에 우지원은 꽃미남 슈터, 문경은은 듬직한 리더, 김훈은 스마일 가이, 서장훈은… 귀여운 막내?
고려대 베스트 5도 만만치 않았다? 훤칠하고 기술이 좋은 전희철에 탄력이랑 파워가 좋던 현주엽이 더블 포스트를 맡고, 양희승은 불꽃 3점슛에, 신기성은 터보 가드, 김병철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특히 고려대 농구부는 만화 주제곡도 부르면서 나름 헝그리한 도전자의 이미지가 있어서 더 멋있었어. 고교 최대어였던 현주엽이 고려대를 택한 것도 고등학교 선배 서장훈을 잡겠다는 포부 때문이었고.
그런데 어째 오늘은 고려대가 계속 앞서네? 어, 또 들어갔어. 짜증나.
골밑슛에 속수무책이네. 거 봐, 서장훈 빠지면 골밑에 뭐가 없다니까, 연세대는? 내가 비꼬려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그래, 데이터가. 연세대가 처음으로 농구대잔치 우승한 게, 서장훈 1학년 때라는 게 다 증명을 해요.
그럼 서장훈 은퇴하면 제대로 한 번 붙던가. 지금 좀 이기고 있다고 깐죽대긴.
그거 좋지. 고려대랑 연세대 라이벌전을 하는데 현주엽이랑 서장훈이 빠진 건 여전히 찜찜하단 말이지. 진짜 그 경기가 성사되면 직접 보러 가도 좋겠다, 그치?
성사돼도 너랑은 안 가.
나 실제로 ‘연고전’ 되게 보고 싶은데.
사진제공. XTM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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