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과 왓슨은 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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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TV의 간판 드라마 가 승승장구다. 는 지난 1월 26일 방영된 13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22.5%를 기록했다. 이 숫자는 2010년 1분기 드라마 시청률 중 최고치임은 물론 2000년부터 방영된 시리즈 전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분기 타 드라마들이 회를 더할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는 꾸준히 20%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12월 23일 공개된 영화 은 1월 18일 이미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근 도호의 1강 체제에서 도에이 배급의 극영화로는 1년만의 박스오피스 1위 영화다. TV와 스크린을 통한 의 시너지 효과가 톡톡히 결실을 이룬 것이다.

는 2000년 아사히TV의 ‘토요와이드 극장’에서 방영된 단막 드라마가 그 시작이다. 미즈타니 유타카를 주인공으로 한 형사물을 궁리하던 아사히TV는 일본TV의 형사 드라마 에서 미즈타니 유타카와 함께 출연했던 테라와키 야스후미를 불러 콤비물을 기획했다. 모두 3부작으로 제작됐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덕에 연속드라마로 연장됐다. 2002년 시즌1을 시작으로 매년 한 시즌씩 제작돼 2010년 시즌9에 이르렀고, 2008년과 2010년엔 스핀오프 작품을 포함해 총 세 차례 영화화됐다. 단막 드라마로 시작해 장수 시리즈물로 자리 잡은 셈이다. 1970년대 후반 학원물 드라마 붐의 시초가 됐던 의 열혈 선생님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미즈타니 유타카는 20 여년이 지나 시리즈의 형사로 부활했다.

일본판 셜록 홈즈의 매력
셜록과 왓슨은 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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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수사와 감식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뒤이어 목격자와 피의자가 속속 등장한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도 종종 삽입된다. 전형적인 형사물 공식 그대로다. 다만 는 주인공의 부서를 특명계로 설정해 경찰 수사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미즈타니 유타카가 연기하는 주인공 스기시타 경부는 하나의 작전 실패로 특명계로 좌천된 인물이다. 특명계는 심지어 생활안전부 소속이다. 어느 부서에서도 찬밥 신세지만 동시에 살인, 강도, 사고, 테러 등 어느 사건이든 개입한다. 이 설정은 부서별로 돌아가는 경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주인공 형사의 폭넓은 발도 확보한다. 제목 그대로 파트너의 팀워크를 통한 재미도 있다. 는 여덟 번째 시즌에서 스기시타 경부의 파트너를 카메야마(테라와키 야스후미)에서 칸베(오이카와 미츠히로)로 바꿨다. 냉철한 추리의 스기시타를 몸으로 받쳐주던 카메야마의 조화가 스기시타와 칸베의 스무고개식 대화로 바뀌었다.

의 가장 큰 힘은 캐릭터의 개성이다. ‘일본판 셜록 홈즈’란 수사가 붙은 미즈타니 유타카의 스기시타 경부는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라 믿는 굳은 심지의 형사로, 세밀한 분석과 사리 분명한 태도로 시리즈를 끌고 간다. 그의 파트너, 특명계를 무시하는 주변 부서들의 경찰 캐릭터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는 살인사건의 수사를 특명계의 두 콤비를 이용해 자유롭게 활보하면서도 경찰 특유의 매너리즘이 투과된 캐릭터들을 십분 활용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주변인물을 쉽게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과하게 힘을 들이거나 성을 내지도 않는다. 경찰 시스템과 법의 한계로 진실이 빛을 바래는 순간에도 는 스기시타 경부의 씁쓸한 표정으로 결말을 대신한다. 시청자와 관객을 대신해 울분을 토하는 대부분의 일본 형사물과 달리 있는 현실 그대로 수렴하고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 후지TV에 시리즈의 열혈 형사 오다 유지가 있다면, 아사히TV엔 시리즈의 쿨한 형사 미즈타니 유타카 있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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