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각본에 전념하겠다는 거다.” 20부작 SBS 의 반환점인 10부를 지나며 장항준 감독은 연출에서 물러나 각본에만 전념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은 처음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흔들림 없이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밝혔다. “미리 작업해 둔 대본이 일찌감치 떨어져서 김은희 작가 혼자 작업하는 게 무리가 가는 상황이었다. 시간에 쫓기면 자칫 쓰기 쉽고 찍기 쉬운 방향으로 샐 수 있다. 이를테면 멜로 코드를 대폭 강화하는 것처럼.”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연배우 박신양 또한 “해야 할 이야기를 잘 하고 있다. 이 방향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흔들려서는 안 되는, 해야 할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피하고 싶다고 전제한 장항준 감독은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도 중요한 일인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그는 “요즘은 자기 것을 버리고 가치를 쫓아가는 사람들이 없다.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윤지훈(박신양)이나 고다경(김아중) 같은 인물들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배경 역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은폐하려는 사람들 간의 대립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되었다. 에서 그려진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탐욕스러운 개인이나 세력을 비판한다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권력욕과 이기심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쓰레기 같은 놈들은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이명한(전광렬)처럼,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를 들어 보인 그는 “윤지훈이 정의로운 인물이고 이명한이 탐욕스러운 인물이라고 치자. 그 외 나머지는 사실 방관자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뚝심이 이어가는 후반전 극 중 실제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사건들이 많은 이유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조건 안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말하기 위한 장치다. 장항준 감독은 “다른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너무 안 다뤘던 거지, 우리가 사회문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명쾌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나 시청률이 좋지 않았다면 끝까지 다루지 못 할 수도 있었는데 호응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 장 감독은 비록 “우리나라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어쩔 수 없어”라는 부장검사(김응수)의 대사는 SBS 자체 심의를 통과하지 못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비교적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약 없이 다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공동 집필하는 11회~20회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의문사를 둘러 싼 이야기와, 한 노인의 죽음을 통해 환경 문제를 다룰 에피소드들이 남았다. 그리고 극 초반에 제시된 서윤형 사건으로 돌아오며 마무리 짓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칫 격렬한 반발을 살 수 있을 만큼 센 소재들을 늘어놓으면서도 대중의 지지를 사는 데 성공한 은 과연 정의와 진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뚝심 있게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을까. “흔들림 없이 지금 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장항준 감독에게 지금 막 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피하고 싶다고 전제한 장항준 감독은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도 중요한 일인가를 말하고 싶었다”고. 그는 “요즘은 자기 것을 버리고 가치를 쫓아가는 사람들이 없다.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윤지훈(박신양)이나 고다경(김아중) 같은 인물들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배경 역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은폐하려는 사람들 간의 대립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선택되었다. 에서 그려진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탐욕스러운 개인이나 세력을 비판한다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권력욕과 이기심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쓰레기 같은 놈들은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이명한(전광렬)처럼,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를 들어 보인 그는 “윤지훈이 정의로운 인물이고 이명한이 탐욕스러운 인물이라고 치자. 그 외 나머지는 사실 방관자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뚝심이 이어가는 후반전 극 중 실제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사건들이 많은 이유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조건 안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말하기 위한 장치다. 장항준 감독은 “다른 드라마에서 지금까지 너무 안 다뤘던 거지, 우리가 사회문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명쾌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나 시청률이 좋지 않았다면 끝까지 다루지 못 할 수도 있었는데 호응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 장 감독은 비록 “우리나라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어쩔 수 없어”라는 부장검사(김응수)의 대사는 SBS 자체 심의를 통과하지 못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비교적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약 없이 다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공동 집필하는 11회~20회에 대해 장항준 감독은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의문사를 둘러 싼 이야기와, 한 노인의 죽음을 통해 환경 문제를 다룰 에피소드들이 남았다. 그리고 극 초반에 제시된 서윤형 사건으로 돌아오며 마무리 짓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자칫 격렬한 반발을 살 수 있을 만큼 센 소재들을 늘어놓으면서도 대중의 지지를 사는 데 성공한 은 과연 정의와 진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뚝심 있게 끝까지 밀어 붙일 수 있을까. “흔들림 없이 지금 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장항준 감독에게 지금 막 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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