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장│떼창

떼창 [명사]1.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모아 노래하는 것
2. 해외 뮤지션들의 필수 관광코스

목적이나 행동을 같이 하는 무리를 뜻하는 ‘떼’와 노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한자 ‘창(唱)’의 합성어인 떼창은 말 그대로 큰 무리의 구성원들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사람들이 성부를 나누어 화성을 이루거나 목소리를 맞춰 노래를 부르는 합창과 달리 떼창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선율을 함께 부르며, 궁극적으로 발성의 정확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량의 규모를 과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다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노래를 부르되, 구절을 분담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하나의 노래 안에서 여럿의 목소리가 구성된 경우는 엄밀히 떼창에 포함되지 않는다.

풍류를 사랑하며 즐거운 기분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음악 공연을 관람하며 뮤지션과 동화된 순간의 희열을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표현하기를 즐긴다. 그래서 KBS 에는 매번 가무를 뽐내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고 내한 공연을 한 수많은 해외 뮤지션들은 한국 관객 특유의 ‘폭풍떼창’에 깊은 감명을 받고는 한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가사의 세계적인 히트송과 전설적인 명곡은 물론 기타 솔로 연주부분까지도 힘껏 떼창으로 소화하는 한국 관객들의 열정과 집중력은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할 정도다. 그리고 뮤지션들은 자신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확인하여 좋은 기억을 남기게 된다. 사실 진심을 전하기 위해 입을 모아 노래하는 것은 ‘구지가’ 설화에서부터 전해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쩌면 최근 용산 모처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소리 없는 떼창이 울려 퍼졌는지도 모르겠다. 장관님, 장관님 패드를 내 놓아라. 만약 내어놓지 않으면 회피해 버리리라.
떼창의 단계
A) 소녀심 : 좋아하는 뮤지션의 명곡을 암기
B) 걸걸걸 : 노래의 섬세한 디테일을 꼼꼼하게 확인
C) 매애직 : 시간이 부족하다면 클라이막스만이라도 완벽하게 연습
D) 피카츄 : 뮤지션과 호흡을 맞추며 그가 떼의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창
Z) 일당백 : 노래와 완전한 합일을 이루어 목젖으로 공연장을 정ㅋ벅ㅋ

글. 윤희성 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