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하는 건 어때요?
아내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하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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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하는 건 어때요?
누가 제게 ‘소녀시대 중 누굴 좋아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용화 군의 아내에게 한 표 던졌을 거예요. 아홉이 한꺼번에 무대에 섰을 때는 고만, 고만 비슷하게 보여 영 구분이 안 갔는데 언제부턴가 서현 양의 참하니 단정한 자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용화 군이 첫 만남 후 가진 인터뷰에서 “눈이 맑고 솔직해 보였다”고 했을 때 저도 ‘옳거니!’하고 맞장구를 쳤답니다. 하지만 누구는 애교 넘치고, 누구는 털털하고, 누구는 섹시 댄스를 잘 추고, 뭐 이런 식으로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이 있을 터, 서현 양이 담당한 부분이 ‘순수’인가 싶어 한동안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죠. 그런데 보면 볼수록 어찌나 깍듯하고 예의가 바른지 혹시 내숭인지 콘셉트가 아닌지 의심을 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무공해 청정 처자임이 확실해요. 지난 번 카페에서 간식으로 말린 사과를 꺼내놓는 서현 양을 보면서도 역시 무공해 처자답다고 생각했어요.

보면 볼수록 어찌나 예쁜 무공해 처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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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인사성은 얼마나 바른가요.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는 마음 또한 참 예쁘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점점 사라지는 요즘,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가 아쉬운 요즘 서현 양의 사근사근한 “감사합니다!”는 지하 암반수처럼 시원합니다. 다만 저도 오래 전에 들은 얘긴데 감사(感謝)라는 단어 자체가 ‘고마움을 느낀다’라는 뜻이기에 그 뒤에 ‘합니다’를 붙이는 게 옳지 않은 어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보다는 훨씬 뜻 깊은 우리말인 ‘고맙습니다’를 쓰는 게 더 좋대요. 기회 있을 때 남편이 넌지시 일러주시면 어떨까요? 아마 똘똘한 서현 양이라면 이내 수용하지 싶은데요.

그런데 사실 저는 서현 양이 웨딩 버라이어티 MBC 에 투입된다는 소식에 부정적이었던 사람이에요. 모범생 이미지가 따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 낯을 가리는 서현 양이 과연 ‘남편’이라는 사람과 친해지기는 할는지 그도 걱정이더군요. 용화 군도 생전 처음 겪어보는 타입이라 당황한 것 같던데, 맞죠? 허나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자기계발서를 읽어달라는 아내의 요청이지 싶어요. 자기계발서에 탐닉한 용화 군이라니! 에구,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요. 어쨌거나 서현 양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을 때 참 반가웠어요. 너나할 것 없이 책을 멀리하는 세상에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처자라니 얼마나 예쁩니까.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이라든지 에쿠니 가오리라든지, 요즘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몇몇 작가들을 입에 올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뜻밖에 자기계발서에 탐닉 중이라기에 놀랐습니다.

자기계발서에서만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아내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하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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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자기계발서라는 걸 이때껏 단 한 권도 정독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 터라 가타부타 뭐라고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우리 2~30대 적엔 그런 종류의 책들이 아예 나오지도 않았고 최근 들어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한 50대를 위한 자기계발서’라는 홍보 문구에 솔깃한 적이 있긴 해도 ‘책이 내 삶에 대해 뭘 안 다고 이러라 저러라 해?’ 하고 무시해치웠거든요. 그래서 일단 서현 양을 이해해보고자 서현 양의 추천도서를 읽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서현 양의 추천 1순위인 를 보고 나니 왜 서현 양이 그처럼 자기계발서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군요. 서현 양이 지난번에 얘기했던 거 기억나죠? 부모님과 떨어져 일찌감치 시작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차마 부모님에게조차 말씀드릴 수 없는 혼자만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에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요. 그렇게 책을 통해 하나하나씩 해답을 찾아온 서현 양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짠하기도 했어요.

어머님이 곁에 계시다면 당장 데이트 하러 나서는 딸을 붙들고 일러주실 말씀이 얼마나 많으시겠어요. 비용은 상대방과 엇비슷하게 쓰는 게 옳다든지, 값나가는 선물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되는 거라든지,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고맙지만 그걸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든지. 그렇게 부모님께 가르침을 받아야 할 소소한 것들을 서현 양은 책에서 얻고 반성도 하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자기계발서라는 게 사실 다 옳은 얘기긴 하죠. 그러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얘기이긴 해도 남녀에 따라,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답니다. 용화 군이 함께 책을 읽어가며 그런 점들을 짚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굳이 자기계발서가 아니더라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길 바라고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 합주만큼이나 ‘책 읽기’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내에게 시집 한 권 선물하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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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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