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 종종 “크리스마스에 노는 것 보다 촬영하면서 보내는 게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하던 배우. 술은 언제나 반 병이 주량이고, 담배는 끊었다고 말하는 건장하고 건전한 청년. 그리고 뭘 해도 착해 보일 것처럼 생긴 얼굴을 가진 남자. 올해 크리스마스를 일하면서 보내게 된 그는 이제 무언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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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수 : 고수의 형. 어린 시절 잘생기고 성격 좋고 책임감도 강한 형 때문에 늘 뒷전이었던 고수는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다른 이들의 관심권 안에 들어 갈 수 있었다고. 고인수는 그런 고수에게 탤런트 모집 광고와 함께 “관심 있으면 한 번 도전해 봐라”라는 쪽지를 써서 연예계 데뷔를 권유했다. 고수는 그 쪽지를 보고 연예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친구들이 자동카메라로 찍어준 사진으로 프로필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1년 정도 연예인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당시 그는 돈이 떨어지자 부모에게 손 내밀기 싫어 2주 정도 노숙자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고수는 결국 길거리 캐스팅 돼 잡지 모델을 거쳐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데뷔한다.

김민식 : MBC 시트콤 , , 등에서 고수와 함께한 감독. 신인시절 고수는 연기력이 부족해 에서 말없이 웃었지만 “지킬 건 지켜야지”로 유명한 ‘박카스’ CF의 인기와 함께 ‘순수청년’의 이미지로 주목받는다. 그는 CF를 찍을 당시 “뛰는 겁니까” 한마디만 하고 20시간 정도 달리기만 했다고. 또한 그는 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 충남 논산에서만 살면서 군인이 되고 싶어했고, 주목받은 후에도 찍고 싶은 CF를 “국가홍보 CF”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바른생활’ 청년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민식 감독은 고수에 대해 ”에 발탁시켜준 것을 고마워하며 , 까지 연속 출연했다. 그렇게 의리를 지켜준 건 대단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창명 : KBS 의 MC. 고수는 이 프로그램에 한동안 고정 출연하며 270cm의 높이뛰기 기록을 내기도 했다. 고수는 고교 시절 100m 달리기에서 12.7초를 기록했고, 권투와 MTB, 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양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SBS 출연 당시에는 ‘560도 돌려차기’를 대역 없이 했을 정도.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곱게 생긴’ 얼굴 때문에 액션 보다는 멜로드라마에 많이 캐스팅됐다. 또한 고수는 ‘예능 울렁증’이 있어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다.

김하늘 :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고수는 MBC 에서 자신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상처를 받았다가 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를 MBC 로 꼽으면서도 자신을 인터뷰한 기자가 “그만한 드라마 안 나올 것 같다”고 하자 “가 있다”고 응수 했을 정도. 또한 는 배우로서 그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반듯하게 생긴 외모를 가진 그는 일상을 바탕으로 한 사랑보다는 계모의 딸을 사랑하게 된 처럼 선 굵은 멜로드라마를 연기할 때 돋보이고, 에서 보여준 그의 지고지순한 캐릭터는 드라마에 깔린 격한 감정선과 함께 극대화 됐다. 이후 그는 모든 드라마에서 한 여자만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캐릭터로 출연했다. 더욱이 그는 초등학교 때는 “여자애들이 놀자고 그래도 피하는” 성격이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남자 학교만 다녀 “여자와는 친구라는 게 어색”했다고. 여러모로 멜로에 타고난 배우라고 할 수 있을 듯.

장윤현 : 고수가 출연한 영화 을 연출한 감독. 당시 고수는 몇 편의 드라마에서 “대본을 받자마자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는” 환경 속에서 캐릭터를 잘 이해 못한 채 연기한 적도 있었다. 또한 그는 최민식과 게리 올드만을 좋아하고, 를 15번 이상 봤으며, 의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당시 드라마 제작자들은 그에게 계속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만을 요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은 고수에게 연기 변신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작품. 그는 마약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를 연기하며 7개월 동안 청바지에 가죽재킷만 입고 을 찍었다. 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고수에게는 늘 같은 톤을 보여주던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것을 해볼 수 있던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 고수는 영화에 필요한 욕을 잘 하지 못해 스태프들이 돌아가며 그에게 욕을 가르쳤다고. 연극 에 함께 출연한 염효섭 역시 고수에 대해 “욕하는 장면마다 쑥스러워하고 어색해 한다. 일상생활에서 착한 건 좋지만 배우로서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다해 :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전의 드라마에서 고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연기하면서 연기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고, 영화 은 반대로 그와 너무 다른 이미지여서 고수의 고유한 매력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의 이정현은 가난한 살림에 어머니에게 극진하고, 한 여자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그가 연기한 캐릭터와 비슷했지만 살인미수범의 누명을 쓴 뒤 겪는 고통과 복수의 과정은 이전까지 고수가 보여주지 못한 강인함을 드러냈다. 고수는 “이정현이 나인지, 내가 이정현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할 만큼 캐릭터에 애착을 보였고, 는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며 대중과 마니아 양쪽을 잡는데 성공했다. “바보 같은 역할, 맨날 손해만 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배우가 착한 캐릭터를 유지하며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 였다.

조재현 : 에서 고수의 아버지로 출연한 배우. 고수는 촬영을 시작할 무렵 조재현이 꿈에 나와 “넌 무대에 서야해”라는 말을 한 이후 조재현을 좀 더 특별한 선배로 생각했고, 그 후 친해진 조재현의 권유에 따라 연극 에 출연했다. 공익근무 기간 동안 조재현과 함께 극단 골목길의 연극을 자주 봤던 고수는 “살다보면 뭔가가 사람들 사이를 분류하고 규정하는데 골목길에서는 그런 걸 못 느꼈다”며 연극의 전단지 붙이기, 연습실 청소까지 함께하며 극단의 일원처럼 행동했다. 그는 “지문도 없는 대본”을 보며 연기에 대해 새롭게 눈떴고, “어느 순간 대중 앞에 던져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떠밀려 여기까지 와 있던”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그리고 그는 영화 과 SBS 로 본격적인 컴백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이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손예진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그가 연기한 요한은 지고지순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한 여자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 여자 때문에 연쇄 살인범이 된다. 고수의 기존 이미지를 이용하면서도, 그에게 다른 모습을 요구하는 캐릭터. 비록 의 시나리오는 캐릭터의 내면을 깊게 들어가기엔 부족함이 있고, 거의 말없이 진행되는 고수의 연기 역시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표정만으로 다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몇몇 순간에 감정 없이, 마치 유리처럼 투명하게 속이 비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고수의 얼굴은 속을 알 수 없는 살인자이자 멜로드라마 주인공 양쪽 모두를 만족시킨다. 은 새삼 그가 얼마나 고운 얼굴을 갖고 있는지 알게 해줬다. 그리고 은 고수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변주하기 시작한 첫 작품일지도 모른다.

한예슬 :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고수는 고교시절 좋아했던 여자와 10여년 만에 재회하는 남자 차강진을 연기한다. 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배역을 다시 한 번 연기한 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 시간동안 달라진 자신의 연기를 캐릭터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 고수는 외모나 성격이 반듯한 모범 청년에 어울리는 탓에 그런 배역들을 연기했고, 그러다보니 그것이 자신의 이미지로 굳었다. 그리고 여러 작품을 거쳐 자신의 연기 폭을 조금씩 넓히며 다시 멜로드라마로 복귀했다. 대중적인 기대와 새로움 사이, 그리고 연기력을 보다 확실히 인정받아야 하는 30대의 나이 앞에서 “내 생활이 굉장히 재밌지만 남들에게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는 그가 대중을 어떻게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Who is next
고수가 연기한 김장훈의 뮤직비디오 ‘슬픈 선물’에 등장한 장동직이 출연한 KBS 의 이병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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