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첫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히어로>의 3류 찌라시 기자 진도혁(이준기)이 맞서게 되는 거대 언론의 이름은, ‘대세일보’다. 수목드라마의 대세가 거의 정해진 지금,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에서는 그 대세에 맞서는 카드로 <히어로>를 꺼내 들었다. <히어로>는 첫 회부터 무리하지 않고 앞으로 달리기 위한 단단한 바닥을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기자의 전형성을 능청스럽게 벗어버린 진도혁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드라마에 뒤늦게 합류한 윤소이는 씩씩하고 반듯한 여형사 주재인에 자신만의 시원시원한 스타일을 덧입혔다. 스캔들 기사 거리를 위해 카라의 콘서트장에 위장 잠입하는 첫 시퀀스에서부터 각각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먼데이 서울’의 기자단들을 비롯한 조연들의 캐릭터 역시, <히어로>가 주연들 바깥의 이야기에도 소홀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특히 출소한 뒤 달라진 세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조폭 두목의 초라한 신세를 몇 마디 대사 없이도 표현해 내는 백윤식은, 평범하게 마무리 될 것 같았던 첫 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겼다. 이렇게 <히어로>는 길어졌다면 지루해질 수 있었을 초반 소동들을 짧게 끊어 보여주고 캐릭터 설명에 공을 들임으로서 첫 회 만에 용덕일보를 만들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조금의 산만함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용덕일보는 아마 대세일보의 ‘대세’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비판적인 언론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히어로>도 지금의 대세를 뒤엎을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글 윤이나

<괜찮아U> SBS 수 오후 6시 25분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리얼 버라이어티 <최양락 정형돈의 괜찮아U>는 평일 오후 6시 대에 편성되어 있다. 이 시간대에 잘 어울리는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찾아가는 콘셉트를 리얼 버라이어티에 버무린 프로그램으로 KBS <6시 내 고향>의 아성에 도전함과 동시에 그 시간대에 버림받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정형돈이 메인 MC를 맡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떠내려가는 중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시청률보다 방송 내용이다. 시골, 그 지역 먹거리, 음향효과, 자막, 게임에 목숨 건 구성까지 <패밀리가 떴다>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데, 출연진의 인지도는 유재석과 정형돈의 격차만큼이나 크다. 이른바 <패밀리가 떴다>의 마이너리그인 셈이다. 게다가 ‘1박 2일’의 공복 콘셉트, 타짱, 몰카, <무한도전>식의 시민 참여 게임, 복불복 등등 남들 하는 거 죄다 한 번씩 따라 하는데 정말 잘 못 따라 한다. 구슬도 꿰어야 서 말이라는데 이건 꿸 수도 없게 구슬 자체가 깨졌다. 이와 더불어 예능 강박증에 빠져 특산물 소개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고, 출연진들도 아직 부족해 보인다. 공중파 리얼 버라이어티 유경험자가 정형돈 한 명밖에 없으니 그가 오기 전까지 갈팡질팡하며 최양락부터 성대현, 정가은, 심민, 진웅 모두 오직 열심히 하겠다는 자세로 리포터 스타일의 커다란 리액션과 호들갑만을 주고 받을 뿐이다. 정형돈을 ‘돼지의 탈을 쓴 여우’라고 말한 최양락의 말이 방송 중 가장 웃긴 말이자, 그 안에서 정형돈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말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항돈이가 이끌어가는 <패밀리가 떴다> 마이너리그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어색한데 말이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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