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방영하는 경쟁 드라마의 시청률은 30%를 넘겼고,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전작에서 입은 부상이 악화되어 방영 직전 하차했다. 이번 주 첫 방영을 앞둔 MBC 새 수목드라마 <히어로> 이야기다. 환경적인 요인만 따지면 결코 유쾌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이지만 빠듯한 촬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히어로> 현장은 김경희 감독부터 배우, 스태프들 전체를 아우르는 일종의 들뜬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에서 신문 재벌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유쾌함을 잃지 않는 용덕일보 기자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라도 하듯. 다음은 11월 16일 강남 촬영 현장에서 진행된 주연배우 이준기와 윤소이와의 인터뷰다. 정신없는 촬영 스케줄 안에서도 “현장에 나오면 그냥 재밌다”는 이들의 긍정적 모습은 일종의 <히어로> 미리보기일지도 모르겠다.

상대역이 김민정 씨에서 윤소이 씨로 바뀌었는데 주연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이준기
: 많이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민정 씨가 빨리 완쾌해서 같이 작품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스태프들까지 좀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방영 전에 민정 씨가 결국 그만두게 되었으니까. 주연 타이틀을 함께 할 배우로서 힘이 좀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소이 씨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서 빨리 추스를 수 있었다. 또 도혁과 재인의 관계를 돌아볼 기회가 생겨서 더 좋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윤소이 : 사실 뒤늦게 합류해서 현장 분위기도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준기 오빠가 리드를 잘해줬다. 스태프들과의 자리에도 합류시켜주고 밥도 같이 먹게 해주고, 스케줄 조정까지 해줬다. 촬영 3일째까지는 좀 ‘멍 때리는’ 게 있었는데 4, 5일째부터는 도혁과 함께 잘 맞아가고 있다.

“현장에 있는 자체로 즐겁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촬영 스케줄이 새로 잡히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있을 거 같다.
윤소이
: 사람 몸이 간사한 게, 금방 적응을 한다. 많이 재워주면 많이 재워주는 대로, 조금 재워주면 조금 재워주는 대로. (웃음) 아직 젊으니까. 그보단 심리적 압박이 있다.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또 내 부분 촬영이 많이 남아서 정신없이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혹시 놓치고 가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도 된다.
이준기 : 나 역시 어디 가서 나이 얘기 하면 욕먹을, 젊은 나이니까. 다만 예전엔 현장에서 체력을 과시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말수가 줄었다. (웃음)

일종의 내홍을 겪은 건데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이준기
: 나는 현장 나오는 게 그냥 재밌다. 현장에 있는 자체로 즐겁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 작품에선 물 만난 고기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비해 테이크마다 연기를 더 다양하게 시도해본다. 전에는 미리 준비하고 가서 그걸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준비한 것 외에도 이런 표정 저런 표정, 이런 말투 저런 말투를 시도한다. 스스로 많이 뽑아내고 싶은 의지가 있다.

어떤 면이 그렇게 즐겁게 찍는 계기가 된 거 같나.
이준기
: 현장에서 노는 느낌? 그런 게 있다. 초반에는 좌충우돌 뛰는 모습 때문에 매 신마다 소소한 재미가 있다. 오늘 댄스홀 신에서처럼 변장도 하고. 백윤식 선생님도 평소보다 움직임이 많으신 편이다. 용덕일보 식구들의 활약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오늘 댄스홀 잠입 신이 3회 에피소드인 걸로 아는데 이때부터 신문기자로 활동하는 건가.
이준기
: 그건 아니다. 재인과 연루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하나다. 4, 5회부터 서민들과 가까운 신문을 표방하는 용덕일보의 기자로서 서민들의 사건을 다루면서 뛸 거 같다.

서민과 가까운 신문이라면.
이준기
: 이미 알겠지만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어이없게도 도혁을 비롯한 삼류들이 모여 신문사를 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에 반해 우리의 상대 신문사는 거대 신문기업이자 엘리트 집단이고. 용덕일보를 만든 사람들 자체가 비주류이기 때문에 서민적이고 주류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또 발로, 마음으로 뛴다. 도혁이란 캐릭터가 워낙 어린 시절에 불우한 상처를 안고 자랐지만 열정적이고 자신감 강한 열혈 청년이다.

“사회부 기자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전작인 <일지매>에서처럼 어떤 히어로, 혹은 정의감 있는 기자로서 자의식을 갖게 된 이후의 연기가 달라질 거 같나.
이준기
: 일부러 지금은 그런 걸 배제하려 한다. 물론 극적 상황이란 것들이 생길 수 있고, 그러면서 전작과 비슷한 부분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 한다. 일종의 강박관념일지도 모르겠지만. 초반에 촬영 들어가며 생각했던 건 <일지매>처럼 큰 그림을 그려놓고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기보단 그냥 사람 냄새 나는 인물이 스스로를 성찰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단 거였다.

혹시 기자 캐릭터를 위해 실제 기자를 만난다거나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연구하진 않았나.
이준기
: 우선 우리 드라마가 기자의 전문성 따지는 드라마는 아니다. 굳이 누굴 롤모델로 삼고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놓기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는 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기자 일을 할 때, 좌충우돌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내가 취재를 하는 신이나 소시민들을 대표할 때의 어떤 뉘앙스를 잡아내기 위해 기자들이 쓰는 칼럼이나 재미난 기사들은 일부러 찾아보려 한다.

그럼 최근 읽은 사회고발적인 기사 중 도혁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울컥하는 내용은 없었나.
이준기
: 글쎄, 최근엔 보이는 게 신종 플루 기사밖에 없어서. (웃음) 아, 그러고 보니 아동 성폭행범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감독님께 그걸 너무 민감하진 않게라도 드라마에서 다뤄보자고 했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건 피해자 입장에서 두 번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일 거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내 생각이 좀 짧았다는 걸 알았다.

실제 기자가 된다면 어떤 분야를 다뤄보고 싶은가.
이준기
: 그냥… 사회부 기자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학창시절에 부조리를 보면 불끈하는 의협심 같은 게 있지 않나. 그 땐 글 쓰는 것도 좋아했고, 워낙 버라이어티하게 뛰어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배우하기 전 아르바이트 할 때는 공부를 많이 해서 기자가 된다면 사회부 기자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발로 뛰고 부조리도 캐는 열혈기자.

“<아이리스>의 시청률을 신경 쓰진 않는다”

소이 씨도 여형사 캐릭터를 전부터 많이 하고 싶어 했던 걸로 안다.
윤소이
: 첫 작품을 액션으로 시작해서 형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여형사가 나오는 작품 중 캐릭터가 부각되고 배우로서 표현을 많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았다. 그러면서 실제로 제의도 받았는데 욕심나지 않았다. 이번 재인 캐릭터는 형사로서 일할 때, 도혁과 있을 때, 가족과 있을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욕심이 났다.
이준기 : 액션을 상당히 기대했는데 별로… (웃음) 그래도 상당히 잘하는 편이지만.
윤소이 : 고3 때 훈련을 받았는데 4, 5년을 놀아서 몸이 많이 굳었다. 액션을 잘하고 싶은데 또 너무 드세게 나올까봐 걱정도 된다.

현장 분위기도 좋고 드라마 내용도 흥미로울 것 같지만 현재 KBS <아이리스>가 수목드라마를 꽉 잡고 있어 부담스러울 거 같다.
이준기
: 2주 전인가? <아이리스>가 시청률 30퍼센트 돌파하고 나선 상당히 편해진 거 같다. 사실 20퍼센트 대에선 부담감이 컸다. 주연을 맡는다는 건 작품의 흥행과 작품성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또 내게도 복귀작이고. 하지만 그쪽이 30퍼센트가 넘어가니까 그냥 이젠 운이 따라줘야겠구나 생각하면서 편한 마음을 가졌다. 스태프들과 함께 진정성을 추구하며 한다면 적어도 작품 끝나고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 웃으며 좋은 작품 만들자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리스>가 몇 퍼센트 나왔다느니 하는 그런 불필요한 말은 안 하게 된다.

그럼 <히어로>가 어떤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만났으면 좋겠나.
이준기
: 일단 경쟁작들 모두 훌륭한 작품이지만 우리 작품도 우리만의 진정성과 매력이 있다. 그걸 알아주는 시청자들에겐 충분히 사랑받는 드라마가 될 거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선물 준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는 그 날,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 여운이 있는 작품이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