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리짱 [고유명사]
1. 겉절이 중의 으뜸
2. 뭐 그냥 이렇게 살아요. 나는 마음에 들어요.

겉절이는 배추, 상추, 열무 등을 즉석에서 양념에 무쳐 먹는 것을 말한다. 염장을 통해 저장성을 높이는 김치와 달리 겉만 절여 먹는다는 이름의 뜻답게 메인 디시가 될 수 없으며, 얕은 맛을 낸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방송에 있어서 중심인물이 되지 못하고 주변부를 맴돌며 핵심에서 빗나간 발언을 일삼는 사람을 ‘겉절이’라고 표현 하는 것은 이러한 음식의 정체성을 투영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겉절이라고 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무모한 노력을 더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아를 받아들이고 그 단계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MBC <무한도전>의 정준하는 겉절이 중의 으뜸, 마이너 중의 대인배로서 ‘쩌리 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겉절이를 리드미컬하게 발음한 [걷쩌리]에 최고의 단계를 의미하는 구어 ‘짱’이 붙은 합성어인 쩌리짱은 뚝심 있는 캐릭터의 반전에 가까운 승리에서 비롯되어 ‘믿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박민규의 문학과 장기하의 음악으로부터 성행하게 된 일군의 루저 문화의 한 갈래인 ‘루저개그’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쩌리짱의 캐릭터를 포착하고 고착화 시켜 준 장본인이 MC날유가 아닌 하찮은이라는 점이다. 그는 오랫동안 깍두기로서 날유의 아우라에 기댄 방송 생활을 영위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주변의 인물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개그를 희생했다는 점은 얼핏 간염의 위기로 40년 세월을 반추한 결과로 짐작되나, 날유에게 다른 혈액형을 수혈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는 그가 이타적 방송생활을 할 리 만무하다. 한 가지 예상 가능한 것은 혼자의 힘으로 날유를 격퇴시킬 수 없는 그가 쩌리짱을 부각시킴으로서 ‘2인자 리더십’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2인자이자 리더인 그가 쩌리인 동시에 짱인 동료를 통해 형용모순의 세계를 완성하게 된다면 1인자 독식의 사회 구조는 붕괴의 균열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하와 수가 아닌 쭈구리와 쩌리짱은 자신을 낮추고 욕심을 버림으로서 캐릭터의 생명연장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탐구생활 : 쩌리짱의 이름을 3번 부르면 소원이 이루어 집니다. 각자 원하는 바를 빌어보세요.
* 쩌리짱 쩌리짱 쩌리짱! 나만의 친구를 만들어 주세요.
* 쩌리짱 쩌리짱 쩌리짱! 제가 들키지 않게 해 주세요.
* 쩌리짱 쩌리짱 쩌리짱! 홈런, 이 그라운드 홈런이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 쩌리짱 쩌리짱 쩌리짱! 쎄미테퐁춰핸죠올중꾸워?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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