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극장은 잔잔한 박수로 채워졌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상영된 영화 <집행자>는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의 입장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10월 9일 오전, PIFF 첫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는 최진호 감독과 주연배우 조재현, 윤계상이 함께했다. “연출은 없고 연기만 있는 영화”라며 겸손하게 말문을 뗀 최진호 감독은 <집행자>를 통해 사형제도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첫 상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폭력에 이미 익숙해진 고참 교도관 종호 역의 조재현은, 관객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면서 “영화 너머의 제도를 보아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창백하지만 순수했던 눈동자가 사형제도의 폭력성을 경험하며 점점 핏빛으로 붉어져 가는 신입 교도관 재경을 연기한 윤계상은 “재경의 변화 과정에 따라 나도 성장해갔다”며 감회를 밝혔다. 유독 윤계상에게 집중된 질문을 유연하게 자신에게 돌리는 조재현의 재치가 돋보였던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는 일본에서 온 한 영화팬의 질문을 한국 팬이 즉석에서 통역해 주는 정겨운 풍경도 벌어지기도 했다. <집행자>는 오는 13일과 15일, 두 번의 상영이 남아있다.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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