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수 밤 11시 5분
그 어떤 유력 매체보다 탁월한 인터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종종 잊게 되는 사실이지만 ‘무릎 팍 도사’의 기본 콘셉트는 게스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인터뷰이의 속마음과 삶의 궤적을 끌어내는 맥거핀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만 간혹 고민 자체가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거나 그 해답이 정말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꿈과 현실 중 어떤 걸 좇아야 할지, 그 둘 모두를 좇는 것은 가능한지 묻는 타블로의 고민이 그랬다. 순간적인 울컥함 때문에 무대 위에서 일을 저지르고 보지만 그에 대한 수습은 남이 다 하는 걸 보면서 미안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은 본인 표현대로 30살 애이고, 그것은 직장의 안정과 어디론가 엇나가고픈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 나이대의 수많은 어른애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어제의 타블로는 아이큐 170에 스탠퍼드를 나온 천재 힙합 뮤지션이 아니라 음모론을 믿고, 순간적인 사고도 잘 치는 ‘똘끼’ 있는 어른이었고, 때문에 강혜정과의 사랑은 단순히 ‘엄친아’의 최종 코스가 아닌 ‘똘끼’를 접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 고민이 될 수 있었다. 새 앨범 홍보를 위해 “잠시만 현실과 타협하면 안 되겠느냐”는 그의 농담에서 삶의 질감이 느껴진 건 그래서일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무릎 팍 도사’의 해결책이 어느 때보다 무책임하게 느껴진 것도 그래서다. 여태 꿈과 현실의 조화를 잘 이뤘으니 그냥 그대로 쭉 살라는 해답은 덕담은 될지언정 프로그램 내내 동질감을 느끼며 타블로와 소주 한 잔을 나누고 싶었던 애어른들에게 다시 한 번 그와 우리의 거리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물론 인터뷰이의 속마음을 파헤치는 탁월한 인터뷰 외에 대체 무엇을 더 바라느냐고, 예능 프로에 왜 그리 요구사항이 많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만큼 ‘무릎 팍 도사’는 예능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글 위근우

SBS 24회 수-목 밤 9시 55분
는 어제도 거대한 이야기들이 계속됐다. 백실장(정호빈)과 태혁(이완)은 대정그룹의 주인이 되네 마네 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정우(지성)는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배다른 형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눈물 겨운 부정도 계속된다. 하지만 는 이 모든 게 ‘입’으로 이어진다. 장회장(전광렬)은 ‘카지노를 포기’하며 정우를 구하려 한다고 하고, 백실장과 태혁은 ‘사람 없는 바’에서 대정그룹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모, 후계자, 배신 등의 거대한 단어들이 계속 나오지만 결국 그 모든 건 자세한 일이 진행되기 보다는 대사, 대사, 대사로만 이어진다. 장회장이 변호사에게 정우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말하는 것을 태혁이 집에서 엿듣는 것은 이 드라마의 전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엄청나게 큰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 화면에 나오는 건 주요 인물들의 반복적인 상황 설명뿐이다. 가 애초에 광고한 스케일에 비해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은 사실 이 드라마의 스케일이 설정과 대사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스케일이란 결국 장회장의 커다란 집과 해외 로케가 전부다. 심지어 대정그룹 회장의 집에 가사 도우미 하나도 없다니.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미덕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그래도 끝나는 순간까지 최완규 작가가 뭔가 에피소드를 만든다는 점뿐일 것이다. 다만, 결국 다 대사로 처리될 뿐이지만.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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