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을 맞아 폐지가 결정된
글 윤희성
<놀러와> MBC 월 밤 11시 15분
무브먼트의 엄청난 팬이었던 적이 없다하더라도 MBC <놀러와>의 ‘무브먼트 특집’을 보며 한참 웃다 여러 번 울컥했을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부다 사운드’의 이하늘이 ‘자매’ 관계라는 ‘무브먼트’의 수장 타이거 JK에게 한 말처럼, <놀러와>에 모인 그들은 그 험한 시대를 뚫고 살아남은 힙합 신의 생존자들이다. 그들은 자장면 곱빼기 하나 때문에 기획사 사장에게 혼났고, 기자에게 ‘저급한 음악 하는 놈들’ 취급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음악하고, 싸우고, 1년에 한 번씩 윤미래의 생일을 축하하며 살아남았다. 어느덧 그들의 합동 공연은 공연장을 꽉 채웠고, 에픽하이-다이나믹 듀오-리쌍의 앨범은 함께 음반판매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이 10년의 감격스러운 생존기를 <놀러와>는 1시간여 동안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놀러와>는 무리해서 그들의 음악을 설명해주는 대신 무브먼트 멤버들이 각각 여러 차례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악동처럼 끄집어내는 동료들의 부끄러운 에피소드는 사실 그들이 얼마나 막역한 사이인지 보여주었다. 겉으로는 즐겁게 놀고 장난치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10년의 인내와 우정이 있었다. <놀러와>가 방영시간 내내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어느덧 무브먼트 멤버들의 랩으로 하이라이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연연하지 않고 무브먼트라는 공동체의 ‘분위기’를 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브먼트 멤버들의 랩에 이어 마지막에 등장한 이하늘의 짧은 랩은 이 소문난데다 먹을 것도 많았던 잔치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힙합 신을 휘젓던 ‘래퍼 스카이’가 랩실력을 자랑하지 않고 허경영 랩을 패러디 할 줄이야. 그렇게 힙합은 예능과 만나고, 모두가 <놀러와>의 놀이를 즐겼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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