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펼쳐진 최종 예선 무대는 치열보다는 감동에 가까웠습니다. 계속된 선발과정을 통해 뽑힌 40명의 참가자들이 8개의 팀을 이뤄 진행된 심사는 팀당 2,3명 정도만 통과할 수 밖에 없는 살벌한 상황이었죠. 그러나 ‘여인천하’ 팀의 김국환 씨가 비장애인과 팀을 이뤄 무대에 오르기는 생전 처음이라며, 한 사람의 실수로 팀이 전멸할 수 있는 상황에도 자신을 기꺼이 포용해준 동료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부터 가슴이 찡해오더라고요. 하기는 시각장애를 지닌 팀원이 있기에 그 어떤 퍼포먼스도 펼칠 수 없을 터, 불만을 갖자고 들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하모니를 이루려면 그간 열심히 준비해온 춤이든 애드리브든 자제해야만 했을 테니까요. 그래놓으니 역시 서로 튀어 보려 애쓰다 팀워크가 엉망이 된 다른 팀들과 ‘여인천하’ 팀은 확실히 차별이 되더라고요. 예선에서 심사위원 화요비가 ‘100 퍼센트 합격’이라 극찬한 정슬기 씨가 리드보컬이 아닌 코러스를 맡았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죠 뭐. 가수 이효리가 심사 중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었지만 어느 누군들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저 역시 서로 눈을 맞춰 가며, 그리고 김국환 씨를 배려하며 조심스레 화음을 맞춰나가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걸요.

이효리의 눈물보다 보고 싶었던 것

그런데 고백하자면 공연을 보다 중간에 ‘혹시?’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답니다. 방송은 다 짜고 하는 거라는 말을 하도 자주 들어서인지 제작진이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래 실력이 빼어나고 호감이 가는 분들로 팀을 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순간 들더라고요. <슈퍼스타K>가 시작된 이래 딱히 뉴스가 될 만한 명장면이 없었으니 그 같은 은밀한 시도를 할만도 하잖아요. 영국의 <브리튼즈 갓 탤런트>도 제2의, 제3의 폴 포츠를 만들어내고자 꼼수를 쓰는 게 눈에 보여 비난을 샀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번 경우엔 그럴 수 없겠더라고요. ‘리더’ CD를 뽑은 강진아 씨가 다른 팀의 리더들과 함께 순서대로 팀원을 한명씩 골랐던 거고, ‘심장이 없어’라는 에이트의 노래 역시 순서에 의해 선택했던 거니까요. 강진아 씨의 탁월한 안목 덕이거나 인복 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순수하지 못해 잠시나마 여러분을 삐딱하니 본 저를 용서해주시렵니까? 나이는 자꾸 먹는데 통찰력이 늘기는커녕 반비례하니 이를 어쩜 좋습니까.

심사위원과 제작진이 전원통과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당연한 결과라 여겨집니다. 한쪽 모서리를 들어내면 조화가 깨질 게 분명하거늘 어찌 단 한명인들 탈락시킬 수 있겠어요. 오히려 옥에 티 노릇을 한 건 제작진의 편집이 아닐는지요. 아무리 양현석과 이효리가 슈퍼스타라지만, 그리고 모처럼의 스타의 눈물인지라 주목할 만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오래 심사위원석을 비추었잖아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격이지 뭐겠어요. ‘분장실의 강선생’의 안영미 선배 말마따나 그게 바로 세상사는 이치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째 좀 씁쓸했다 할까요.

<초콜릿>, <스케치북> 관계자분들, 여인천하를 섭외해주세요!

다른 분들은 어땠을지 몰라도 저는 팀원들의 생생한 표정과 눈빛에 더 주목하고 싶었답니다. 지금 듀엣을 하는 게 어떤 멤버인지, 고음의 애드리브는 누구인지 궁금하건만 카메라는 눈치 없게 계속 눈물만 잡고 있으니 아무리 이효리를 좋아하는 저라 한들 짜증스러울 밖에요. 이효리가 아니라 제 딸이 거기 앉아 있었대도 민망스러워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눈물이 화제가 되고 그와 더불어 여러분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요? 혹자들은 뭐 하러 <아메리칸 아이돌>의 짝퉁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비아냥거리고, 또 어지간한 인재들은 이미 대형기획사에서 싹쓸이 했기에 변변한 친구 하나 찾아낼 수 없으리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의 묘미는 ‘여인천하’ 팀 같은 기적을 발견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요?

강진아, 반강옥, 김국환, 김준현, 정슬기, ‘여인천하’ 팀 여러분. 최종 결과가 어찌 될지 여러분도 저도 알 수 없지만 이날 그룹 미션의 소중한 추억은 아마 평생토록 여러분 가슴에 남겠지요. 어쩌면 여러분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려와 협력, 그리고 겸손이 어떠한 마법의 힘을 가졌는지 충분히 느끼셨을 테니까요. 혹시 <슈퍼스타K>에서는 다시 다섯 분의 화음을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만 대신 다른 음악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SBS <김정은의 초콜릿>이나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관계자님들, 부디 우리 ‘여인천하’ 팀 좀 초대해주세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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