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란다. 무대에서 놀 줄 아는 소녀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딴 Mnet 에서 잠에서 덜 깬 모습, 화장 전의 맨 얼굴을 꺼내놓고,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습실에서 깔깔거린다. 짐승돌 2PM은 자신들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의 Mnet 에서 정신줄을 놓고 논다. 그들은 홍대 앞 클럽에서 설렌 또래 남자애들의 모습과 어이없는 콘셉트 사진을 찍는 스타의 모습을 오가며 여전한 매력을 발산 중이다. 각기 아이돌 스타들의 꾸며진 모습 뒤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두 프로그램은 아이돌이 아닌 아이들의 진심에 가까이 다가갔을까? 다음은 최지은, 위근우 기자가 이들을 24시간 감시하고 기록한 분석이다. /편집자주

“94년생이고 16살이에요.” Mnet <2NE1 TV> 3회는 2NE1의 막내 공민지의 자기소개로부터 시작한다. 태어나고 자란 곳, 춤과 음악에 빠진 계기, 데뷔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각자의 입을 통해 간략하게 정리된다. 이것은 <2NE1 TV>를 연출하는 최재윤 PD가 2NE1을 처음 만났던 주에 멤버들을 파악하기 위해 찍었던 영상이지만 방송에 쓰인 것은 한참 뒤였다. 그보다 앞서 <2NE1 TV> 1회는 이들이 속한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 빅뱅, 테디, 거미 등의 근황을 보여주었고 2회는 2NE1의 데뷔에 포커스를 맞췄다. 갓 데뷔해 주목받고 있는,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매체 노출 역시 거의 없었던 걸 그룹을 대중 앞에 내놓는 방식으로 <2NE1 TV>는 ‘YG->2NE1->멤버 개인’으로 줌을 당기며 들어가는 구성을 선택했고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YG가 선사하는 거대한 떡밥의 장

그래서 <2NE1 TV>는 2006년 빅뱅의 데뷔 프로모션 가운데 하나였던 곰TV <리얼다큐 빅뱅>과 사뭇 다른 형식을 취한다. <리얼다큐 빅뱅>이 여섯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하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경쟁과 연습, 탈락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서사를 강조했다면 <2NE1 TV>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고 그것을 이끄는 내레이션 역시 없다. 연습과 스케줄로 지쳐 방송사 대기실 바닥에서 잠들어 있는 공민지나 깔끔하게 녹음을 마치고 나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얼굴이 빨개져 수줍어 하는 CL의 모습을 비추면서도 카메라나 자막은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이 프로그램은 이미 데뷔해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의 일상에 자유롭게 접근해 그들이 존재하는 어떤 ‘순간’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그 결과 <2NE1 TV>는 ‘해적 방송’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예고 없이 뿌려지는 스팟 영상을 포함해 조각조각 나뉘어 있으면서도 대상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대한 떡밥의 장이 되었다. 그 안에는 YG라는 조직 특유의 마케팅 방식, 히트곡이 만들어지는 과정, G-드래곤의 솔로 앨범에 대한 계획 등 대중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정보들이 함께 담겨 있다. 거기서 어떤 조각들을 골라 ‘건강식품 매니아 박봄’이나 ‘게장 다라’ 같은 캐릭터를 찾아내 어떻게 가지고 놀지를 결정하는 것은 팬들의 몫이다. 마치 TV판 ‘미투데이’ 같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가능한 것은 2NE1이 스토리보다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 적합한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필요한 지금 이 순간

그런데 방송이 6회로 접어들면서 <2NE1 TV>는 초반의 밀도 있는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4회에서 2NE1의 숙소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며 최재윤 PD의 전작 <오프더 레코드 효리>를 떠올리게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지점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리얼타임 리얼리티 쇼였던 프로그램의 성격은 ‘스타 다큐’에 한 발 가까워졌고, 멤버들이 함께 숙소에서 장난을 치거나 CL이 멤버들에게 선물할 운동화에 밤새 그림을 그리는 시퀀스는 분명 흥미로운 면이 있지만 때로는 반복되고 때로는 지루할 만큼 늘어진다. “내가 만드는 방송은 다 찍고 나서 DVD 컬렉션으로서 의미 있는 완성품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봤으면 좋을 것 같은 장면을 정확히 판단하려고 한다”던 최재윤 PD의 말은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2NE1 TV>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만큼 정교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글 최지은

“우리 셋이 뭐하라고!” 다른 멤버들이 빠져 셋만 남은 2PM의 택연, 우영, 찬성 이 세 사람의 외침에 제작진은 ‘하아…진짜 뭐 하나…’라는 자막으로 화답했다. 단순한 농담이 아닌 진짜 고민처럼 보이는 이 자막은 이제 겨우 4회를 방영한 Mnet <와일드 바니>에게서 느껴지는 불안, 혹은 아슬아슬함의 정체일지 모른다. 아이돌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2PM을 그리겠다는 이 프로그램은 매주 하나씩의 미션을 내놓지만 그 미션이 특별한 것도, 그렇다고 미션을 수행하는 2PM의 모습이 예전과 차별화되는 신선함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아이돌을 배반한 2PM으로 할 수 있는 것

기본적으로 아이돌 스타라는 사회적 이름을 얻게 된 2PM이 그것과 별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오히려 하나의 가상적 정체성을 만든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것은 병원과 법정에서 연애하는 90년대 전문직 드라마 주인공들의 사생활처럼 비현실적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아이돌이 아닌 2PM을 보여주겠다는 <와일드 바니>도 실제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세운 것 같진 않다. 이 프로그램 속에서 멤버들은 노래방 직원에게 사인을 해주고 클럽 안에서 자신들에게 몰려드는 인파를 보며 흐뭇해하고, 아이돌로서 뛰어야 할 행사 사이에 택연의 몰래 카메라를 진행한다. 그래서 <와일드 바니>가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아이돌 이미지를 배반한 2PM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지어 4회에서는 미션 자체가 ‘배반’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이것은 자충수다. 2PM이라는 그룹은 이미 스테레오 타입의 아이돌 이미지를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확보한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싱글로 완전히 짐승 이미지를 굳히기 전에도 이미 2PM은 MBC 에브리원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 시즌 3>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 때도 재범은 서툰 한국말로 헛소리를 했고, 우영은 예능에 대한 욕심을 보였고, 택연은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 가장 아이돌 같아서 오히려 그룹 안에서 이질적인 존재인 닉쿤 역시 자신은 윙크 자판기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것이 아이돌의 정체성을 탈피한 아이돌로서의 2PM이 가진 정체성이다. 그래서 <와일드 바니> 2, 3회에서 다양한 엽기 사진을 찍은 건 2PM이 자신의 정체성에서 탈출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더 공고히 하는 과정이다. 물론 사진 속 멤버의 모습을 보는 건 재밌다.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걸 시켰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기획과 아이돌 기획의 언밸런스

여기서 프로그램은 고민에 빠진다. 2PM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시키며 리얼을 포기한 채 그들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소비해야 할지, 아니면 아직 사람들이 보지 못한 그들의 리얼한 어떤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색다른 미션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적어도 4회까지 만을 봤을 땐 아직 후자의 길을 유지하려 하는 듯하다. 그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철지난 몰래 카메라를 ‘아이돌에게서 볼 수 없는 복수’라는 식으로 포장해, 그나마도 조잡하게 풀어내는 걸 보면 과연 그 선택을 뚜렷하게 유지할 어떤 목표나 계획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즉 기획과 출연자, 더 정확히 말해 프로그램 기획과 아이돌 기획의 언밸런스를 조율할 미션 혹은 새 포맷을 아직은 찾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와일드 바니>는 어쩌면 극도로 치밀하고 계산적인 엔터테인먼트 생산 시스템의 속도를 방송, 그것도 제법 ‘핫’한 시선을 표방하는 방송이 뒤쫓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지 모른다. 아마도 방송 역시 이런 유의미한 지표들을 해석하고 대응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쫓아 발전할 것이다. 다만 그 발전의 밑거름으로 기억되는 것이 해당 프로그램에 과연 영광을 부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글 위근우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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