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호날두인가 하는 축구선수는 박지성이랑 같은 팀에 있는 선수 아니야?
아, 얼마 전까진 박지성이랑 같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였지.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이 확정된 상태고.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물어보는 거야. 그럼 이제 그 선수랑 박지성이랑은 같이 안 뛰는 거지?
아무래도 박지성이 레알로 가던가, 호날두가 맨유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그렇겠지? 내 생각엔 아마 그럴 일은 여간해선 없을 거 같아.

그럼 둘이 적이 돼서 싸울 수도 있는 거야?
기본적으로 맨유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의 팀이고, 레알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팀이니까 자국 리그에선 싸울 일이 없어. 대신 유럽 내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 리그에선 붙을 확률이 상당히 높지. 챔피언스 리그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예전에 내가 설명한 적 있으니까 여기 클릭해서 천천히 정독해봐. 이미 설명해준 거라 그렇지, 내가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다?

호날두라는 선수가 꽤 잘하는 선수 아니야? 그러면 두 팀이 싸우면 박지성 팀이 좀 불리한 거 아닌가? 한 쪽은 잘하는 선수가 들어가고, 한 쪽은 그 반대니까.
맨유라는 팀이 최근 2년 동안에는 호날두의 득점에 많이 의존하는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웨인 루니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아직 남아있고, 박지성과 라이언 긱스처럼 뛰어난 미드필더가 허리 라인을 튼튼하게 잡아주니까 많이 흔들리진 않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호날두를 팔면서 레알로부터 이적료를 8000만 파운드나 챙겼거든. 아, 이적료가 뭔지를 말하자면 일종의 위약금 같은 거라고 보면 돼. 네가 케이블 TV를 3년 약정으로 계약했는데 1년이 되기도 전에 브로드앤TV에서 자기네로 갈아타라고 하면서 위약금을 자기네가 물어주기도 하잖아. 이적료도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 일정 기간 계약을 맺은 선수를 그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데려오려면 일종의 위약금, 혹은 위로금 명목의 돈을 주는데 그 액수는 선수 네임밸류가 높으면 어마어마해지지. 이걸 이적료라고 하는데 이건 케이블 TV에 돈을 물어주듯, 데려오는 선수의 원래 소속팀에 주는 거야. 선수에겐 연봉을 따로 챙겨주고. 어쨌든 맨유는 8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650억 원이란 돈을 챙겼으니까 그 돈으로 호날두를 대신할 대형 공격수를 데려올 수 있겠지.

1650억 원? 호날두가 그렇게 잘하는 선수야?
잘하는 선수지. 작년에 FI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타기도 했으니까. 발도 빠르고, 드리블 테크닉은 거의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고, 무회전 프리킥도 무시무시하지. 이번에 기록한 8000만 파운드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야.

그럼 8000만 파운드가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그만큼 잘하는 선수를 데려오려면 그 돈을 또 몽땅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기본적으로 레알이라는 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돈 푸는 걸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아서 항상 높은 이적료를 내는 걸로 유명하거든. 그리고 아까 말했지만 이적료라는 게 위약금 같은 거라고 했잖아. 그러면 계약기간이 끝난 다른 좋은 선수에게 이적료 없이 높은 연봉을 제시해 데려올 수도 있지. 물론 이번엔 스페인의 발렌시아에 소속된 다비드 비야를 데려올 생각인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이적료를 지불해야겠지만. 오히려 지금 문제는 레알이 맨유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다비드 비야까지 데려올 태세라는 거야.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없어?
이게 처음 보는 이름이라 그렇지 그냥 천천히 잘 들어보면 이해가 될 내용인데… 그러니까 맨유가 호날두를 팔고 받은 돈으로 그에 못지않은 좋은 선수, 그러니까 다비드 비야라는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 하거든? 그런데 이미 호날두를 데려오느라 무지막지한 돈을 쓴 레알이 또 3400만 파운드를 써서 그 비야까지 영입하려 하고 있는 중이야.

또? 그렇게 얘기가 나왔으면 비야라는 선수도 잘하는 사람일 거 아니야.
그럼. 지난해 유로 2008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선수니까. 지금의 레알은 말하자면 과거 지구방위대라 불리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거 같아. 피구랑 지단, 호나우도, 베컴처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몸값과 인기를 갖고 있던 선수를 보유하던 시절처럼. 호날두 영입도 엄청나지만, 그로부터 며칠 전 이탈리아 축구리그인 세리에A의 AC밀란에 있던 카카도 영입했거든. AC밀란은 몰라도 카카는 알아? 역시 잘생긴 애니까 너도 아는구나. 역시 잘생기고 봐야 돼. 이거 ‘열폭’ 아니다? 아무튼 2007년에 올해의 선수상을 탈 정도로 패스 능력에 공격력까지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인데다 꽃미남이라 상업적 가치에선 호날두 이상일 수 있는 카카도 영입한 상태라 지금의 레알 멤버는 한 마디로 ‘ㅎㄷㄷ’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맞아. 기존 멤버를 대표하는 라울과 카시아스, 이구아인도 초특급 선수니까. 게다가 비야까지 오면 정말 ‘ㅎㄷㄷㄷㄷ’인 거고. 세계 3대 리그라고 하는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 그리고 프리메라리가에서 최고 선수 한 명씩을 데려오는 거니까. <꽃보다 남자 10년 후>라는 영화에 장동건, 정우성, 배용준, 조인성이 캐스팅된 거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되게 유명한 선수들이 모인 거지? 그럼 레알이라는 팀이 세계 최강이 되는 거야?
그냥 이름값만 따지면 그것도 불가능한 건 아닌데, 사실 예전에 지구방위대라 불릴 때 오히려 레알의 성적이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거든. 초A급 주연이 모였는데 뒷받침해줄 연기파 조연이 없다고 할까? 게다가 주연끼리 자기가 왕 해먹겠다고 다투기까지 하고. 앞으로 어떤 선수를 더 영입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유명 공격수가 잔뜩 있는 반면, 수비라인이 허술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리버풀의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 영입에 나섰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안 될 말이고.

왜 안 될 말인 거야? 그 사람이 레알에 가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그건… 내가 리버풀 팬이니까? 난 박지성의 맨유보단 제라드와 토레스가 있는 리버풀을 더 좋아하거든. 왜냐면…

그건 네가 자장면을 좋아하는지, 짬뽕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랑 똑같아. 나랑은 상관없다는 거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좀 까칠하게 구는 수가 있다?

아유, 그러세요? 무서워라. 그럼 혼자 코너 진행해 보시던가.
내 말은… 내 의도는… 내 얼굴이 까칠해질 때까지 잠 안 자고 널 위한 스포츠 상식을 수집하겠단 얘기지. 피부도 까칠, 수염도 까칠. 이게 다 널 위한 거라니까? 얼굴 좋아지는 거 같으면 바로 지적해.

사진제공_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