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김철수는 문청(文靑)이다.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자 시간강사이며 아시아의 톱스타 이마리(최지우)의 책 <아스카의 연인>의 대필 작가이기도 한 그는 제인 오스틴과 프루스트, 장 그르니에를 자유자재로 인용하고 “뭔가 허전해 진다”라는 평범한 말을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사람들 마음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심연’”이라고 바꿔 놓는 남자다. 물론 그의 말에 의하면 “인용은 잘난 척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글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수단”이란다.

학생에게 러브레터를 받아도 그 자리에서 빨간 펜으로 수정해주며 “말줄임표를 쓰는 건 별로 좋지 않은 버릇이야. 인터넷 통신체를 쓰는 건 아주 안 좋은 버릇이고”라며 무안 주는 걸로 모자라 “혹시 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 아닐까? 일종의 권위에 대한 의존 현상”이라고 잘라 말하는 그는 심지어 애인에게도 “사랑에 목숨 거는 거, 나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 자기 사랑 때문에 남 상처 주는 거 싫거든”이라며 무심코 상처를 주고 “손 안 잡아서 삐졌잖아, 너”라며 눈치 없는 직설화법을 사용한다.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조차 “사실 사과 같은 거 잘 못하는 편이에요. 왜냐면 사과할 일 안 만들고 살거든요. 싸움도 안 해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해서” 라며 은근히 잘난 척 하고 상대를 열 받게 하는 김철수에 대해 이마리는 <오만과 편견>의 남자주인공 다아시와 똑같다며 “잘난 척 대마왕이죠. 괴팍하고 까칠하고 차가운 사람이에요 (중략) 그래도, 귀여운 점이 있긴 해요”라는 분석하는데, 그래도 다아시는 김철수보다 돈이 많고…돈이 많았다.

갈래 : 드라마, 로맨스, 노팅힐

[1점 문제]Q. 다음 철수의 대사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작가의 이름과, 실제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작가의 이름이 바르게 연결된 것을 고르시오.
“책을 읽어보긴 했어요? 읽어봤을 리가 없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 )가 지었다는데.”

1) 괴테-단테
2) 단테-로테
3) 괴테-로테
4) 단테-괴테
5) 단테-안상태

[2점 문제]Q. 다음 중 철수가 <아스카의 연인>을 위해 쓴 내레이션을 고르시오.

1) 괜찮아요. 진심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난 배우거든. 그런 거 없어도 다 가짜로 할 수 있거든. 웃는 것도 우는 것도 행복까지도 다 가짜로 흉내 낼 수 있거든. 사랑도 가짜로 이별도 가짜로 뭐든 다 가짜로 할 수 있거든.
2) 낯선 곳, 낯선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구경꾼으로의 가벼운 혼자됨. 새로운 세계와 감각, 그것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계. 지나온 일들과 다가올 일들 사이의 얇지만 튼튼하고 즐거운 경계
3) 대필은 그 드라마틱한 설정 때문에 문학의 소재로 꽤나 많이 다루어졌는데,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쥬락>에 보면 시라노는 록산느에게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을 한다.
4)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가 사랑하는 여자인 데이지는, 원하는 건 있지만 사랑하는 것은 없는 여자였죠. 이 영화 속에서도 여주인공 폴리도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그런 여성상이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5)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 내가 내 불행마저 감당할 수 없는데 그냥 너를 좋아한 시작부터가 잘못이었다고 후회하고 있을 뿐이야. 그래서 떠나는 거야. 잠시 먼 여행을 떠나 너에게 돌아오고 싶은 내 의지마저 억누르면서 그냥 널 잊어보는 거야.

[3점 문제]Q. 다음은 철수가 헤어진 애인으로부터 본의 아니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그것을 갚기 위해 <아스카의 연인>을 대필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철수의 심경과 가장 유사한 정서를 드러내는 시로 가장 적절한 것은?“돈 때문에요! 세상에서 제일 돈 빌리기 싫은 사람한테 돈을 빌려서요. 됐습니까?”

1)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 쓴다. // 숨죽여 흐느끼며 /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2)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3)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4) 폭풍이 지나가기를 /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 한 송이 꽃이 되기를 /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5) 눈은 살아 있다 /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 정답은 다음 주에 발표됩니다.

* 지난 주 정답
1점 문제 – 3
2점 문제 – 5
3점 문제 – 5

오답 꼼꼼 체크!
[3점 문제] 신문 기사를 읽고 그 요지를 파악하여 대사와 연관짓는 문제입니다. 기사의 주된 키워드는 ‘구조조정’, ‘공기업 개혁 촉구’, ‘국가와 기업의 거품빼기’,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변화’ 입니다. 수직적 권력구조, 혹은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드러나는 1)~4)에 비해 5)는 동등한 관계에서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성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고난도 말하기 전략]
* 십중팔구의 소개팅남에게
문자는 좀 제대로 보내죠. 이모티콘 때문에 글을 읽을 수가 없어요. 맞춤법은 뭐 그렇다 치고 “오늘 즐거웠어염, 저를 만나주시겠어여?” 이런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네요.

* ‘카타르시스’의 뜻을 묻는 문제에 ‘햄릿 아빠’라고 쓴 친구에게
그러게 평소에 책을 좀 읽지.

* 남의 주머니 거덜 내곤 “원 없이 돈 써봤다”고 하면
헛소리를 많이 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야. 웃으라고 한 말이면 더 나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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