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개봉한 영화 <렛미인>은 한국극장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스웨덴영화다. 누군가에는 뱀파이어가 나오는 공포영화로, 어떤 이에게는 세상의 이면을 비추는 사회성 짙은 영화로 기억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외톨이 소년 오스칼과 그의 옆집으로 이사 온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의 풋풋한 사랑에 감동하며 극장 문을 나설 수도 있다.

“Let me in.”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너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는 은밀한 노크를 받는 날이. 그 순간 소녀는 목덜미를 내밀고 죽어간 옛사랑을 묻고, 새로운 사랑의 어린 손을 잡는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얼만큼 달려갈지도 모를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인간이든 뱀파이어든, 사랑이란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래서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렛미인>은 이토록 잔인한 사랑의 속성을 시린 눈과 더운 피에 버무려 숨막히게 완성해 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비정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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