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묘하다. 김재욱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말로밖에 시작할 수가 없다. 미용사에게 휴대폰 액정의 화산 분출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요”라고 가볍게 주문하던 이동통신회사 광고 속 화려한 미모의 모델 ‘천지창조’, 항상 냉정한 표정으로 사람들과 벽을 쌓고 지내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꽃미남 ‘와플선기’, “절 좋아하고 말고는 그 사람들 맘하곤 상관없는 거거든요”라고 태연히 털어놓는 영화 <앤티크>의 ‘마성의 게이’ 민선우까지. 그 섬광처럼 강렬한 캐릭터들은 수식어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김재욱은 여전히 모호한 존재다. 남성과 여성, 한국인과 일본인, 반항아와 순정남의 경계 어디쯤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은 이 청년의 인상은 선명한 대신 어딘가 낯설다. 어느 날 갑자기 혼자 세상에 떨어진 것처럼 누구와도 닮지 않았고 어떤 유형의 카테고리에도 넣을 수 없는 인간, 혹은 배우 김재욱.
그리고 <앤티크>의 선우가 김재욱과 만나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앤티크>의 민규동 감독의 말을 빌자면 “성장하고 진화된 게이, 가장 뻔뻔한 게이 캐릭터”인 선우는 게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이나 가족 같은 제도권의 질서로부터도 벗어나 있는, 전에 없이 자유로운 인간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 때문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미 체념한 채,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 ‘마성의 게이’ 로 살아가지만 대신 그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쉽게 비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진혁(주지훈), 좋아하던 권투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기범(유아인), 지나치게 순수해서 어른이 되지 못한 수영(최지호)과 선우의 옛 애인이자 오만하고 독단적인 쟝(앤디 질렛)이 선우를 만나며 미묘하지만 큰 변화를 겪는 데는 인간을 대하는 선우의 유연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씩씩하지만 마초적이지 않은 남자애”
민규동 감독은 “보통 신인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자기가 얼마나 자주, 많이 나오는지부터 신경 쓰는데 김재욱은 선우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낼지에 집중하고 거기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만을 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와인색 가죽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게이 클럽을 환호의 도가니로 만드는 ‘마성의 게이’와 머리를 질끈 묶고 갖가지 케이크를 척척 만들어내는 ‘천재 파티셰’ 사이에 있는 이 독특한 캐릭터의 내면은 케이크 위에 뿌려진 슈거 파우더처럼 적은 양으로도 큰 효과를 보인다. 특히 게이가 아니면서도 자신을 가게에 잡아두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고백을 하는 진혁을 뒤로 한 채 선우가 던지는 한 마디, “무리하지 마”는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나름의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생각해 보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선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은찬(윤은혜)에게 말했다. “여자든 남자든 인간적으로 끌리는 게 중요하지.” 커피숍과 케이크 가게라는 소녀 취향의 공간과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 때문에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해진 데 비해 김재욱 역시 ‘쿨’하다기보다는 서늘한 가운데 따뜻함을 지닌 청년이다. “알아갈 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굉장히 다정한 친구”(<커피 프린스 1호점> 이윤정 감독), “씩씩하지만 마초적이지 않은 남자애”(<앤티크> 민규동 감독), “패셔너블한 모델이지만 이미지와는 달리 털털한 성격”(배우 공유)이라는 주변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그를 만나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손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영화 시사회에 독특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던 그의 행동들이 남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흔들림이 없는 아름다운 존재
자아가 강하면서도 타인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 성격은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돌아와 두 개의 사회를 경험하며 모든 것을 다방면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면서도 자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낳은 결과다. 그래서 “결국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아요. 그걸 어느 순간 알게 된 뒤로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됐어요. 누구나 ‘저 사람한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것만 가지고 갈 수 있으면 돼요”라고 담담히 말하는 김재욱의 태도는 놀랄 만큼 투명하다.
수 년 전부터 밴드와 모델 활동을 해 왔고, <커피프린스 1호점>과 <앤티크>를 거치며 머릿속에 연기를 꽉 채우게 된 그는 요즘 KBS <바람의 나라>에 호위무사 추발소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섬세한 이목구비를 수염으로 뒤덮고 코믹하게 망가지는 이 캐릭터는 대중이 이 아름다운 남자에게 기대했던 이미지에서는 몇 발쯤 비껴난 선택이지만 “사극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고 예전과 달리 감정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고 설명하는 김재욱에게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갈 길은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그 길이 어디로 가고 있든, 세상에 유일한 이 남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빛나는 매혹이다.
그리고 <앤티크>의 선우가 김재욱과 만나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앤티크>의 민규동 감독의 말을 빌자면 “성장하고 진화된 게이, 가장 뻔뻔한 게이 캐릭터”인 선우는 게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이나 가족 같은 제도권의 질서로부터도 벗어나 있는, 전에 없이 자유로운 인간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 때문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미 체념한 채,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 ‘마성의 게이’ 로 살아가지만 대신 그는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쉽게 비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진혁(주지훈), 좋아하던 권투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기범(유아인), 지나치게 순수해서 어른이 되지 못한 수영(최지호)과 선우의 옛 애인이자 오만하고 독단적인 쟝(앤디 질렛)이 선우를 만나며 미묘하지만 큰 변화를 겪는 데는 인간을 대하는 선우의 유연함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씩씩하지만 마초적이지 않은 남자애”
민규동 감독은 “보통 신인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자기가 얼마나 자주, 많이 나오는지부터 신경 쓰는데 김재욱은 선우라는 인물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낼지에 집중하고 거기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만을 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와인색 가죽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게이 클럽을 환호의 도가니로 만드는 ‘마성의 게이’와 머리를 질끈 묶고 갖가지 케이크를 척척 만들어내는 ‘천재 파티셰’ 사이에 있는 이 독특한 캐릭터의 내면은 케이크 위에 뿌려진 슈거 파우더처럼 적은 양으로도 큰 효과를 보인다. 특히 게이가 아니면서도 자신을 가게에 잡아두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고백을 하는 진혁을 뒤로 한 채 선우가 던지는 한 마디, “무리하지 마”는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나름의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생각해 보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도 선기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은찬(윤은혜)에게 말했다. “여자든 남자든 인간적으로 끌리는 게 중요하지.” 커피숍과 케이크 가게라는 소녀 취향의 공간과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 때문에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해진 데 비해 김재욱 역시 ‘쿨’하다기보다는 서늘한 가운데 따뜻함을 지닌 청년이다. “알아갈 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굉장히 다정한 친구”(<커피 프린스 1호점> 이윤정 감독), “씩씩하지만 마초적이지 않은 남자애”(<앤티크> 민규동 감독), “패셔너블한 모델이지만 이미지와는 달리 털털한 성격”(배우 공유)이라는 주변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그를 만나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손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영화 시사회에 독특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던 그의 행동들이 남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흔들림이 없는 아름다운 존재
자아가 강하면서도 타인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 성격은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돌아와 두 개의 사회를 경험하며 모든 것을 다방면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면서도 자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낳은 결과다. 그래서 “결국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아요. 그걸 어느 순간 알게 된 뒤로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됐어요. 누구나 ‘저 사람한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것만 가지고 갈 수 있으면 돼요”라고 담담히 말하는 김재욱의 태도는 놀랄 만큼 투명하다.
수 년 전부터 밴드와 모델 활동을 해 왔고, <커피프린스 1호점>과 <앤티크>를 거치며 머릿속에 연기를 꽉 채우게 된 그는 요즘 KBS <바람의 나라>에 호위무사 추발소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섬세한 이목구비를 수염으로 뒤덮고 코믹하게 망가지는 이 캐릭터는 대중이 이 아름다운 남자에게 기대했던 이미지에서는 몇 발쯤 비껴난 선택이지만 “사극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고 예전과 달리 감정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고 설명하는 김재욱에게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갈 길은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그 길이 어디로 가고 있든, 세상에 유일한 이 남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빛나는 매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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