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이제 소개하려는 ‘위기의 30대 여자들(Leftover Women)'(힐라 메달리아·쇼쉬 슐람 감독)은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두 감독은 이스라엘 사람들이지만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자세하게 조명한다. 물론 중국인 감독이 자신의 나라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가 보다 자연스러울지 모르나 타인의 눈으로 본 중국도 나름 신선했다. 마치 극영화를 보는 듯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서 감독의 제작의도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흔히 다큐멘터리는 가능한 한 감독의 선입견을 제거하는 게 원칙이라지만 오히려 기승전결이 분명해 관객이 달리 샛길로 빠질 염려가 없었다.
화메이가 결혼중개업체를 찾는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미인도 아니고, 나이도 많고, 아기도 원치 않는 주제에, 집안일을 같이 하고 자신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남자를 찾는 여성….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결혼할 생각이 있기는 한가요?” 결혼이 다급해진 쉬민 역시 대규모 맞선 보기 행사에 나가 신랑감을 구한다. 다행히 적당한 사람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만다. 어차피 조건을 보고 시작한 만남이라 약간의 장애물만 등장해도 쉽게 관계가 무너져서다. 가이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았던 까닭에 제 나이에 결혼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에 자기보다 어린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에 이른다. 불타는 사랑 때문에? 적어도 이는 영화에서 발견되는 용어는 아니다.
‘잉여여성’과 관련해 감독이 발견한 핵심 문제는 자녀세대와 부모세대 사이에 놓인 사고방식의 차이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화메이의 고향에 찾아가 그녀의 가족을 만나고 쉬민과 어머니의 불꽃 튀는 대화를 녹화하고 가이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를 등장시킨다. 아마 서구 여성의 눈에는 무척 신기한 모습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왜 중국의 젊은 여성들을 제목소리를 떳떳하게 내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위기의 30대 여자들’을 보면서 중국의 전통사회에 살금살금 금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우리에게는 이미 십수 년 전에 시작된 균열이다. 요즘 한국의 결혼 적령 젊은이들 셋 중 하나가 비혼(非婚)으로 접어들었고 출산율이 확연하게 줄어들었으며 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정책까지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아무튼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마저 듣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기성세대는 한탄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 도대체 글러먹었어, 우리 젊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는 필자가 젊었을 때도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용감한 중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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