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어렸을 때부터 손편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전라도 광주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분당으로 갔는데 중학교 친구들과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됐지만 편지를 써서 부치는 게 좋았어요. 편지를 쓰는 느낌과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아요.”
이번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배우 김고은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손편지에 비유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 프로그램 DJ가 바뀌던 날 알게 된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사랑 이야기다.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써내려가기도 하고 틀리면 고쳐쓰기도 하고 다시 쓰기도 하는 편지처럼 둘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졌다가 안타깝게 헤어졌다가 또 다시 사랑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닿을 듯 닿지 않는 둘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 김고은은 “연인들이 만나는 방식은 달라졌어도 사랑이라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듯하다”고 말했다.
10.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2012)로 데뷔했다. 그 인연으로 이번 작품을 하게 됐나?
김고은: 감독님이 처음에는 대본을 보내줄 테니 읽어보라고 가볍게 얘기하셨다. 나도 어떤 작품을 고민할 때 감독님께 종종 보여드리고 조언을 구해서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셔서 만나 대본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감독님이 연출해보려고 한다면서 여주인공 역을 제안했다. 지금 이 시기의 나를 잘 담아보고 싶고, 이 인물을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승낙했다.
10. 이 시기의 당신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하던가?
김고은: 감독님이 나를 보고 예전과 얼굴의 느낌이 달라졌다는 얘길 많이 했다.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의 분위기가 풍겨진다고 했다. 지금 갖고 있는 이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딱 이 시기에 내가 갖고 있는 걸 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분위기라는 건 감독님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웃음)
10. 미수와 현우는 짧게 만나고, 또 서로를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타깝게 헤어져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나?
김고은: 두 사람이 긴 시간 떨어져 있을 때 만나서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없다는 점이 답답했다.
10. 미수, 현우와는 다른 세대인데 그 시대만의 감성과 연애 방식이 이해됐나?
김고은: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그 나이때만의 감성이나 고민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 20대들이 하는 고민을 지금의 20대들도 여전히 한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바로 연락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바로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를 순 있지만 감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0.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작품과 인물을 이해해 나갔나?
김고은: 미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미수의 자존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존감이 많이 무너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사랑하는 사람인) 현우를 찾는 적극적인 행동은 못 했을 것이다.
10. 미수가 자존감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김고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제과점을 하던 미수는 취업을 하기 위해 가게 문을 닫게 된다. 미수는 선택의 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 안정적인 일을 택했다. 하지만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공허해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쌓여서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10. 미수처럼 자존감이 낮아진 시기가 있었나?
김고은: 그런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복잡한) 그런 일이 생겨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위안하면서 넘겼다. 하지만 어느 날 보니 마음속에 쌓여 있었다. 자기 학대 스타일인 것 같다. 그 시기에 내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 다독여줬다면 어땠을까. 난 힘들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였고 아직 힘들기엔 멀었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나고 어느 날 한순간에 몰려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10. 드라마 ‘도깨비’에서 첫사랑 오빠였던 정해인과 다시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나?
김고은: 반가웠다. 일면식도 없는 배우보다 한 번이라도 마주쳤던 배우와 같이 하면 좀 더 친근하지 않나. ‘도깨비’ 이후 (정해인이) 짧은 시간 굉장히 많은 작품을 하고 사랑 받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0. 정해인은 호흡을 맞춘 배우들 중 잘 맞는 편인가?
김고은: 배려가 바탕이 되면 호흡이 안 맞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애써 뭘 해주기보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임하면 상대도, 나도 (같이 일하기에) 그 이상 좋은 게 없다. 정해인도 그런 사람이다.
10. 정해인과의 진한 키스신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김고은: 롱테이크로 찍었다. 감독님이 한 번 찍으면 15분씩 찍는다. 연기하는 우리도 그렇지만 카메라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숨을 죽여야 했다. ‘컷’ 하는 순간 숨 막히던 순간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다.(웃음) 박장대소하면서 촬영했다. 감독님은 우리 두 사람이 준비가 되면 촬영에 들어가자고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정해진 것 없이 배우 둘이 만들어냈다.
10. 연애를 길게 해본 경험이 있나?
김고은: 오래 해본 적은 없다. 친한 촬영감독님이 13년간 연애하고 결혼했다는 얘길 듣고 ‘말도 안 된다’며 놀랐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과 연인이 되면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을 것 같다. 요즘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알아가고 연애하는 과정 자체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람과의 연애, 결혼이 한편으로는 부럽다.
10.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흥행을 기대할 것 같다.
김고은: 흥행에 대한 갈망이 크다. 예전에 많은 선배님들과 같이 했을 때는 흥행시켜야 한다는 무게감을 크게 체감하진 못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선배님들이 짊어지고 있던 책임감이 내게로 오고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왔다. 몇 개월간 200~300명이 합심해 촬영했는데 영화가 잘 되지 않아 극장에서 금방 내려가면 허무하다. 그럴 땐 주연을 맡은 입장에서 죄송하기도 하다.
10.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웅’과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주연을 맡게 됐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고은: ‘영웅’에서 불러야 할 노래가 세 곡인데 모두 솔로곡이라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가창력과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다. 드라마는 ‘영웅’ 다음이 될 것 같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이번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배우 김고은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손편지에 비유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 프로그램 DJ가 바뀌던 날 알게 된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가 오랜 시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사랑 이야기다.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써내려가기도 하고 틀리면 고쳐쓰기도 하고 다시 쓰기도 하는 편지처럼 둘은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졌다가 안타깝게 헤어졌다가 또 다시 사랑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닿을 듯 닿지 않는 둘의 애틋한 사랑에 대해 김고은은 “연인들이 만나는 방식은 달라졌어도 사랑이라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듯하다”고 말했다.
10.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2012)로 데뷔했다. 그 인연으로 이번 작품을 하게 됐나?
김고은: 감독님이 처음에는 대본을 보내줄 테니 읽어보라고 가볍게 얘기하셨다. 나도 어떤 작품을 고민할 때 감독님께 종종 보여드리고 조언을 구해서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커피 한 잔 하자고 하셔서 만나 대본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감독님이 연출해보려고 한다면서 여주인공 역을 제안했다. 지금 이 시기의 나를 잘 담아보고 싶고, 이 인물을 잘 그려낼 자신이 있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승낙했다.
10. 이 시기의 당신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하던가?
김고은: 감독님이 나를 보고 예전과 얼굴의 느낌이 달라졌다는 얘길 많이 했다.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의 분위기가 풍겨진다고 했다. 지금 갖고 있는 이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딱 이 시기에 내가 갖고 있는 걸 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분위기라는 건 감독님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웃음)
10. 미수와 현우는 짧게 만나고, 또 서로를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타깝게 헤어져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었나?
김고은: 두 사람이 긴 시간 떨어져 있을 때 만나서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없다는 점이 답답했다.
10. 미수, 현우와는 다른 세대인데 그 시대만의 감성과 연애 방식이 이해됐나?
김고은: 세대가 다르다고 해서 그 나이때만의 감성이나 고민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대 20대들이 하는 고민을 지금의 20대들도 여전히 한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바로 연락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바로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를 순 있지만 감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김고은: 미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미수의 자존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자존감이 많이 무너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사랑하는 사람인) 현우를 찾는 적극적인 행동은 못 했을 것이다.
10. 미수가 자존감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김고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제과점을 하던 미수는 취업을 하기 위해 가게 문을 닫게 된다. 미수는 선택의 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보다 안정적인 일을 택했다. 하지만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공허해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쌓여서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10. 미수처럼 자존감이 낮아진 시기가 있었나?
김고은: 그런 때도 있었다. 나는 내가 멘탈이 흔들리지 않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복잡한) 그런 일이 생겨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위안하면서 넘겼다. 하지만 어느 날 보니 마음속에 쌓여 있었다. 자기 학대 스타일인 것 같다. 그 시기에 내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 다독여줬다면 어땠을까. 난 힘들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였고 아직 힘들기엔 멀었다고 생각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나고 어느 날 한순간에 몰려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김고은: 반가웠다. 일면식도 없는 배우보다 한 번이라도 마주쳤던 배우와 같이 하면 좀 더 친근하지 않나. ‘도깨비’ 이후 (정해인이) 짧은 시간 굉장히 많은 작품을 하고 사랑 받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10. 정해인은 호흡을 맞춘 배우들 중 잘 맞는 편인가?
김고은: 배려가 바탕이 되면 호흡이 안 맞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애써 뭘 해주기보다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임하면 상대도, 나도 (같이 일하기에) 그 이상 좋은 게 없다. 정해인도 그런 사람이다.
10. 정해인과의 진한 키스신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김고은: 롱테이크로 찍었다. 감독님이 한 번 찍으면 15분씩 찍는다. 연기하는 우리도 그렇지만 카메라 감독님과 스태프들도 숨을 죽여야 했다. ‘컷’ 하는 순간 숨 막히던 순간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다.(웃음) 박장대소하면서 촬영했다. 감독님은 우리 두 사람이 준비가 되면 촬영에 들어가자고 묵묵히 기다려주셨다. 정해진 것 없이 배우 둘이 만들어냈다.
김고은: 오래 해본 적은 없다. 친한 촬영감독님이 13년간 연애하고 결혼했다는 얘길 듣고 ‘말도 안 된다’며 놀랐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과 연인이 되면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을 것 같다. 요즘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알아가고 연애하는 과정 자체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람과의 연애, 결혼이 한편으로는 부럽다.
10.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흥행을 기대할 것 같다.
김고은: 흥행에 대한 갈망이 크다. 예전에 많은 선배님들과 같이 했을 때는 흥행시켜야 한다는 무게감을 크게 체감하진 못했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선배님들이 짊어지고 있던 책임감이 내게로 오고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왔다. 몇 개월간 200~300명이 합심해 촬영했는데 영화가 잘 되지 않아 극장에서 금방 내려가면 허무하다. 그럴 땐 주연을 맡은 입장에서 죄송하기도 하다.
10.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웅’과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주연을 맡게 됐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고은: ‘영웅’에서 불러야 할 노래가 세 곡인데 모두 솔로곡이라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가창력과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다. 드라마는 ‘영웅’ 다음이 될 것 같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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