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우리는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적당한 시점에 다른 안주거리를 던져주면 그 뿐입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는 아프다. 영화 속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주간은 대중의 속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정황이다.
올해 연예계 최대 이슈는 ‘버닝썬’과 ‘고 장자연’ 사건이다. 그러나 관련 뉴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묻히고 있다. “경찰이 몸통 수사는 안하고 꼬리만 내놓는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버닝썬 사건’ 초기, 경찰 유착·성폭행·마약 유통 등으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 중에서도 핵심 사안은 경찰 유착 의혹이었다. 여론은 경찰 스스로 ‘암세포’를 제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준영 카톡방’이 드러난 뒤 대중의 시선은 ‘불법 동영상’ 문제로 돌아섰다. ‘정준영 단톡방’에 동참한 인물이 누구냐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관심사는 급격히 바뀌고 말았다. <내부자들> 조국일보 이강희의 눈으로 본다면 ‘다른 안주거리’가 생긴 셈이다. 정준영 이후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하이라이트 전 멤버 용준형, 씨앤블루 이종현에 이어 가수 에디킴, 로이킴 등도 ‘정준영 대화방’ 멤버로 알려지며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일부 연예인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는 것과 달리 ‘버닝썬’ 관련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현재 경찰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총 6명이다. 그러나 구속된 사람은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가 두 달 넘게 끌다 나온 첫 기소자다. 조직적 마약 유통 의혹의 핵심이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이문호 버닝썬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고(故) 장자연’ 사건도 마찬가지다. 버닝썬 사건을 보고 있으면 장자연 사건이 자꾸 겹친다. 장자연 문건의 목격자인 윤지오 씨는 “언니 사건만 올라오면 항상 이슈가 이슈를 덮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중의 관심이 커질 때마다 절묘한 타이밍에 이슈가 나와서 무마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고 장자연의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5월로 연장됐지만 역시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버닝썬 게이트’와 ‘장자연 사건’은 법 위에 선 자들이 저지른 권력형 범죄다. 예전 같으면 몇 가지 이슈만 터져도 대중의 시선을 돌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정준영 카톡방’ 같은 연예인 관련 문제가 오를 때마다 베스트 댓글에 ‘장자연을 기억하자’, ‘모든 댓글에 ’버닝썬 진실규명‘ 등을 쓰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식의 제안이 올라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물론 유명인들이 저지른 범죄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계속 알려져야 하고 사실로 밝혀지면 처벌받아야 옳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경찰 유착 의혹, 버닝썬 내 마약 유통의 뿌리와 투약자, 고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가려지면 곤란하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몸통이 떨어뜨리는 깃털에 자꾸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대중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에만’ 멈춘다면 진실규명은 어렵지 않을까.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는 아프다. 영화 속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분) 논설주간은 대중의 속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정황이다.
올해 연예계 최대 이슈는 ‘버닝썬’과 ‘고 장자연’ 사건이다. 그러나 관련 뉴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묻히고 있다. “경찰이 몸통 수사는 안하고 꼬리만 내놓는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버닝썬 사건’ 초기, 경찰 유착·성폭행·마약 유통 등으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 중에서도 핵심 사안은 경찰 유착 의혹이었다. 여론은 경찰 스스로 ‘암세포’를 제거하라고 주문했다.
일부 연예인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는 것과 달리 ‘버닝썬’ 관련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현재 경찰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총 6명이다. 그러나 구속된 사람은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의혹 수사가 두 달 넘게 끌다 나온 첫 기소자다. 조직적 마약 유통 의혹의 핵심이자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이문호 버닝썬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버닝썬 게이트’와 ‘장자연 사건’은 법 위에 선 자들이 저지른 권력형 범죄다. 예전 같으면 몇 가지 이슈만 터져도 대중의 시선을 돌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정준영 카톡방’ 같은 연예인 관련 문제가 오를 때마다 베스트 댓글에 ‘장자연을 기억하자’, ‘모든 댓글에 ’버닝썬 진실규명‘ 등을 쓰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식의 제안이 올라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물론 유명인들이 저지른 범죄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계속 알려져야 하고 사실로 밝혀지면 처벌받아야 옳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경찰 유착 의혹, 버닝썬 내 마약 유통의 뿌리와 투약자, 고 장자연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가려지면 곤란하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직시해야 한다. 몸통이 떨어뜨리는 깃털에 자꾸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대중의 시선이 ‘보여주는 것에만’ 멈춘다면 진실규명은 어렵지 않을까.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