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흉부외과’ 오디션을 봤던 당시 지칠 정도로 몇 달을 연달아 오디션만 봤어요. 하도 떨어지다 보니 점점 악에 받치던 상태였죠. ‘흉부외과’ 오디션 때는 유독 덜덜 떨었어요.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한여름에 에어컨이 너무 세게 켜져 있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하하. ‘이번에도 망했다’ 싶었는데 불러주셔서 감격했죠. 오디션 대본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알차고 재밌어서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드라마의 장면들을 오디션용으로 각색한 거더라고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에서 태산병원 전공의 3년차 문승재를 연기한 배우 오동민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흉부외과’는 심장과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캐릭터들과 멜로 없이도 탄탄하게 전개된 이야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고수, 엄기준, 서지혜, 정보석 등 내로라하는 명배우들 사이에서 오동민은 흉부외과의 톡톡 튀는 활력소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는 “스멀스멀 우울증이 밀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또한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달콤한 초콜릿을 맛본 느낌”이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오동민은 그 동안 ‘수성못’ ‘너와 극장에서’ ‘물속에서 숨 쉬는 법’ ‘김녕회관’ 등 여러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실력을 쌓아왔다. TV 장편드라마 출연은 처음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중 있게 나오는 역할은 처음이라 내 매력과 연기를 드라마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며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더 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워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승재가 이런 모습이 맞나’ 하는 불안감 속에서 촬영했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만족스럽다고 얘기하진 못하겠네요.”
‘흉부외과’는 의사, 간호사 등 실제 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술 장면과 흉부외과에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실제 병원에서 찍은 장면도 많았다. 오동민은 “촬영 때문에 실제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진 않을까 염려됐다”고 말했다.
“고수 선배와 서지혜 선배가 앰뷸런스에 싣고 온 환자를 응급실 앞에서 제게 넘겨주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대구의료원에서 찍었는데 촬영이 우선이냐, 환자들이 우선이냐 봤을 때 당연히 후자잖아요. 전에 영화 ‘물속에서 숨 쉬는 법’도 그 장면과 같은 장소에서 찍었는데, 그 때 실제로 크게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왔어요. 그 때 기억도 나고 게다가 첫 촬영이었으니… 많이 두려웠죠.”
극 중 흉부외과의 막내인 만큼 촬영장에서도 선배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다. 오동민은 “흉부외과의 아기새였다”며 쑥스러워했다. 고수, 최대훈과는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다. 오동민은 “선배들이 잘 끌어주셔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는 어려운 대선배들에게도 지문 안에서는 허용되는 행동들이 있는 게 연기하며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승재가 환자를 옮기는 도중 실수를 하고 도망쳐서 창고에 숨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원래 울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고수 선배님이 ‘승재야 힘들지?’라고 중후한 목소리와 깊은 눈빛으로 한 마디 툭, 던져 주시더라고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이렇게 해봐’라고 조언하기보다 실제 극 중 인물이 돼서 감정을 끌어올려주셨어요. 길을 닦은 후 카펫을 깔아놓고 ‘이 길로 걸어봐’하는 느낌이었죠.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상대배우의 심리까지 파악하며 촬영장을 리드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오동민은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 연차를 얘기하긴 좀 창피하다”며 멋쩍어 했다. 그는 “연차보다 내실이 얼마나 쌓였느냐가 중요한데, 나는 매 작품이 첫 작품인 것처럼 여전히 현장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롤러코스터가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것처럼 연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오동민은 어려서부터 배우의 꿈을 꿨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연극영화과가 아니라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그래도 오래 간직해온 꿈을 놓을 수 없었다.
“휴학하고 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학우들 사이에 ‘3대 쓰레기 동아리’라고 하는 곳이죠. 거기 들어간 애들은 공부고 인생이고 다 팽개치고 그것만 한다고요. 하하. 대학로 주변에 학교가 있어서 공연할 기회가 조금씩 생겼어요. 그렇게 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무명시절 연극판에서 주름 잡으면 나중에 영화계에서 송강호 선배 같은 배우가 된다더라’라는 말도 들어서 무조건 연극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오동민은 영화 ‘타짜3’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도 출연한다. 어떤 역할인지 묻자 “조금밖에 안 나온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뭐든지 했다”며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나를 불러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기회가 이제 조금씩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에서 태산병원 전공의 3년차 문승재를 연기한 배우 오동민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흉부외과’는 심장과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캐릭터들과 멜로 없이도 탄탄하게 전개된 이야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고수, 엄기준, 서지혜, 정보석 등 내로라하는 명배우들 사이에서 오동민은 흉부외과의 톡톡 튀는 활력소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는 “스멀스멀 우울증이 밀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또한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달콤한 초콜릿을 맛본 느낌”이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승재가 이런 모습이 맞나’ 하는 불안감 속에서 촬영했어요. 회를 거듭할수록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만족스럽다고 얘기하진 못하겠네요.”
‘흉부외과’는 의사, 간호사 등 실제 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술 장면과 흉부외과에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실제 병원에서 찍은 장면도 많았다. 오동민은 “촬영 때문에 실제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히진 않을까 염려됐다”고 말했다.
“고수 선배와 서지혜 선배가 앰뷸런스에 싣고 온 환자를 응급실 앞에서 제게 넘겨주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대구의료원에서 찍었는데 촬영이 우선이냐, 환자들이 우선이냐 봤을 때 당연히 후자잖아요. 전에 영화 ‘물속에서 숨 쉬는 법’도 그 장면과 같은 장소에서 찍었는데, 그 때 실제로 크게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왔어요. 그 때 기억도 나고 게다가 첫 촬영이었으니… 많이 두려웠죠.”
“승재가 환자를 옮기는 도중 실수를 하고 도망쳐서 창고에 숨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원래 울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고수 선배님이 ‘승재야 힘들지?’라고 중후한 목소리와 깊은 눈빛으로 한 마디 툭, 던져 주시더라고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이렇게 해봐’라고 조언하기보다 실제 극 중 인물이 돼서 감정을 끌어올려주셨어요. 길을 닦은 후 카펫을 깔아놓고 ‘이 길로 걸어봐’하는 느낌이었죠. 두 수 앞을 내다보고 상대배우의 심리까지 파악하며 촬영장을 리드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휴학하고 학교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학우들 사이에 ‘3대 쓰레기 동아리’라고 하는 곳이죠. 거기 들어간 애들은 공부고 인생이고 다 팽개치고 그것만 한다고요. 하하. 대학로 주변에 학교가 있어서 공연할 기회가 조금씩 생겼어요. 그렇게 꿈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무명시절 연극판에서 주름 잡으면 나중에 영화계에서 송강호 선배 같은 배우가 된다더라’라는 말도 들어서 무조건 연극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오동민은 영화 ‘타짜3’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도 출연한다. 어떤 역할인지 묻자 “조금밖에 안 나온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뭐든지 했다”며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나를 불러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기회가 이제 조금씩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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