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송승헌: 열흘 전쯤에 촬영이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 있게 촬영을 마쳐서 편안하게 봤다.
10. 하리가 “다시 시작하자. 다 같이”라며 시즌2를 암시했다. 시즌2를 한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나?
송승헌: 감독님께서 맨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반응을 보고 괜찮으면 시즌2를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둔 것 같다. OCN 채널에서도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물론 하고 싶다. 한 번 만나고 헤어지기는 아쉬운 캐릭터들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팀워크가 좋았다.
10. 이시언, 태원석, 정수정과 처음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첫인상은 어땠나?
송승헌: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났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수정이는 나름 들은 얘기가 있었는데 듣던 대로 낯을 가렸다. 시언이도 의외로 내성적이고 소심했다. 원석이는 첫 주연작이라 많이 어려워했다.
10. 큰 형으로서 팀워크를 다지는 데 어떤 역할을 했나?
송승헌: 다른 작품과 다르게 팀 케미가 중요했다. 내가 나이도 제일 많아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현장에선 최대한 같이 밥을 먹으려고 노력했고,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수정이가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라고 하더라. 헤어질 때도 가장 섭섭해했다.
10. 고재현 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플레이어’에 출연하게 됐다고?
송승헌: 고 감독님과는 2000년대 초반 방송한 KBS 드라마 ‘여름향기’ 때 알아서 지금까지 형, 동생으로 지내는 사이다. 당시에는 조연출이셨다. 지난해 OCN 드라마 ‘블랙’을 찍을 때 ‘플레이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블랙’ 때는 B팀 감독이셨는데 곧 자기 이름을 건 작품을 정식으로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송승헌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석에서의 모습을 강하리로 표현하고 싶다며 제안하셨다.
10. 실제 모습은 어떤가? 강하리와 비슷한가?
송승헌: 낯을 가리는 편이라 친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을 대할 때 차이는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있을 땐 장난을 많이 친다. 그런 모습을 바라셨다.
10. 잘 투영한 것 같나?
송승헌: 복수극이지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담는 것이 목표였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아야 했다. 감독님께서 지금까지의 연기 패턴을 버리고 심각한 신에서도 웃으면서 가보자고 하셨다. 너무 장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좋아해 주셨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보고 ‘송승헌은 정의롭겠지, 착하겠지’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사람인지라 욕도 하고 장난도 친다. 그런 모습을 투영시키려고 했다. ‘송승헌을 다시 봤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내 이미지가 굉장히 정형화돼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10. ‘블랙’에 이어 ‘플레이어’까지 연속으로 장르물에 출연했는데.
송승헌: 장르물에 빠졌다. (웃음) 멜로를 최대한 배제하고 인물들이 사건을 쫓는 긴박감이 너무 좋았다. 사건 위주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상황이 지루하지 않다. ‘블랙’을 통해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에 출연했는데 지상파보다 수위가 높고 표현방식이 넓어서 더 재미있었다.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앞만 보고 쉼 없이 내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장르물에 재미를 더 많이 느꼈다. 여태까지 왜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멜로물에서 사랑하고 울 수 있을까 싶다. 닭살 돋을 것 같다.
10. ‘플레이어’에서처럼 실제로 눈먼 돈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건가?
송승헌: 반은 사회에 기부해서 좋은 일에 쓰고, 반은 내가 써야 하지 않겠나? 탕진할 것이다. 작가님이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일을 글로 썼다고 했다. 이른바 악한 사람들의 검은 돈은 실제로 있다고 한다. 영화 같은 현실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직 그런가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우리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을 조금은 시원하게 긁어주지 않았나 싶다.
10. 호평을 받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송승헌: 연기를 잘 했다기보다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드려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블랙’ 때 그랬고, 이번에 더 많이 느낀 건 나는 정작 가볍게, 장난스럽게, 편하게 했는데 칭찬해 주시는 걸 보고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하니 통하더라. 의외였다. 나와 시청자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10.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송승헌: 4~5년 전부턴가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욕심도 생겼다. ‘블랙’을 하면서 더 그랬고, ‘플레이어’를 하면서 더욱더 그랬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배우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연기를 하라고 했고, 매니저가 생겼고, 주변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내 직업이고, 돈을 버는 수단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대가 훅 지나갔다. 30대 초반까지도 재미있기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컸다. 끌려다니듯 했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당연히 준비를 못 했고, 그래서 욕만 먹었다.
10.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욕심이 생긴 계기는?
송승헌: 팬레터 한 통이 내 마음에 많은 변화를 줬다. 한 팬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라’고 했다. 그 말이 깊이 와 닿았다. 배우에 대해, 연기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했다. 30대 때였으니, 데뷔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영화 ‘인간중독’을 하면서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어릴 땐 멋지고 정의롭고, 조금이라도 악한 인물이면 하기 싫다고 했다. 극 중 주인공은 불륜을 저지른다. 감독님에 대해 믿음도 있었지만, 찍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관객들도 멋진 역할만 하려는 송승헌이 아니라 배우로 봐 주시는 것 같았다.
10. 얼마 전 ‘인생술집’에서 데뷔 초기에 출연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찍을 때 한 장면에 NG를 100번 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됐다.
송승헌: 그땐 진짜 그랬다. 오죽하면 MBC에 무슨 일이 생겨서 촬영이 연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방송국에 가는 게 지옥이었다. 실제로 잘릴 뻔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동엽이 형이 ‘한 번만 더 가자’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동엽이 형이 아니었으면 지금 ‘플레이어’의 송승헌은 없었을 거다. 내겐 은인이다.
10. 신동엽이 왜 막아줬을까? 들은 말이 있나?
송승헌: 녹화 첫날부터 엄청 깨졌다. 그날 동엽이 형이 술을 사 주면서 자신이 SBS 공채로 뽑힌 이후 혼났던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처음 본 애가 연기도 엄청 못하는데 왜 술을 사줬는지 모르겠다. ‘이 형이 사람 볼 줄 아는구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너무 고마운 형이다.
10.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자신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송승헌: 롤모델까지는 아니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지게 늙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엄청나게 뛰어다니는데 나보다 15살이 많더라.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면 뛰는 게 어색한 배우들이 있다. 톰 크루즈는 뛰는 모습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 굉장히 열심히 뛴 거다. 대충 뛰면 다 보인다. 나이 들어서도 액션이나 멜로를 하고 싶다. 어떤 선배들을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진 분들이 있다.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
10.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송승헌: 요즘은 TV를 켜면 뉴스를 많이 본다. 그리고 시사나 정치를 다루는 ‘외부자들’이나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정치에 관심이 커지고 세상의 이슈들에 관심을 갖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올해 소지섭이 나온 ‘숲속의 작은 집’을 봤다. 지섭이에게 우스갯소리로 ‘왜 한 거냐?’고 했다. 얘기도 안 하고 혼자 뭘 만들어 먹기만 하더라. 박신혜 씨는 여성이라 그런지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이야기하던데. 하하.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어서 관심 있게 봤다.
10. MBC ‘나 혼자 산다’에 영화 ‘플레이어’ 촬영 현장이 나왔다. 무지개 라이프 코너에 제대로 출연할 생각은?
송승헌: 전에 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조연출이셨던 분이 ‘나 혼자 산다’ CP가 됐다. 그때는 현장을 뛰어다녔는데 어느새 부장이 됐더라. (웃음). 한 번 나와달라고 했다.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하는데, 보여줄 게 있을까? 그래도 웃음을 줘야 하지 않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0. 방송에서 이시언이 박나래와의 소개팅을 제안했다. 나래바에 아직 초대받지 않았나?
송승헌: 뜬금없이 소개팅 얘기가 나왔다. 나래 씨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인 것 같다. 언젠가 회식을 한다고 했던가? 시언이가 나래바로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땐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갔는데 궁금하긴 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
10. 좋아하는 걸그룹은?
송승헌: 소녀시대 이후로는 잘 몰라서. 하하. 수정이가 속한 그룹은 안다. 촬영장에서 에프엑스 음악을 틀어 놓고 시언이와 수정이가 춤을 췄다. 재미있었다.
10. 결혼 생각은 아직 없나?
송승헌: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익숙하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너무 좋다’는 사람도 있고, 지금도 늦은 것 같은데 ‘천천히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뭘 부러워하는 성격은 아닌데 모임에서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결혼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닮은 아이를 갖게 되면 어떨까 상상한다. 주변에 이병헌, 배용준 선배 등도 지금 내 나이 때에 결혼했다. 40대가 끝나기 전엔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10. 결혼 상대로 생각한 이상형이 있나?
송승헌: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확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런데 다들 이상형과 결혼을 하나? 하하.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OCN 토일 오리지널 ‘플레이어’에서 선한 악당 강하리로 분한 송승헌은 이전 작품과는 확연히 달랐다. 매력적인 사기꾼 캐릭터부터 팀 플레이어를 이끌며 범죄 수익금 환수의 판을 짜는 스마트한 리더의 면모까지, 가벼움과 진지함을 오가며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줬다. 극 중 하리는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다. 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다. 송승헌은 힘을 빼고 자신의 평소 모습을 강하리 역에 녹였다. ‘인생 캐릭터다’ ‘송승헌을 다시 봤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송승헌은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하니 통했다. 의외였다”고 했다. “‘플레이어’는 나와 시청자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는 송승헌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10. 마지막 회를 본방사수 했나?
송승헌: 열흘 전쯤에 촬영이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 있게 촬영을 마쳐서 편안하게 봤다.
10. 하리가 “다시 시작하자. 다 같이”라며 시즌2를 암시했다. 시즌2를 한다면 출연할 생각이 있나?
송승헌: 감독님께서 맨 처음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반응을 보고 괜찮으면 시즌2를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둔 것 같다. OCN 채널에서도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물론 하고 싶다. 한 번 만나고 헤어지기는 아쉬운 캐릭터들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팀워크가 좋았다.
10. 이시언, 태원석, 정수정과 처음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첫인상은 어땠나?
송승헌: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났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수정이는 나름 들은 얘기가 있었는데 듣던 대로 낯을 가렸다. 시언이도 의외로 내성적이고 소심했다. 원석이는 첫 주연작이라 많이 어려워했다.
10. 큰 형으로서 팀워크를 다지는 데 어떤 역할을 했나?
송승헌: 다른 작품과 다르게 팀 케미가 중요했다. 내가 나이도 제일 많아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현장에선 최대한 같이 밥을 먹으려고 노력했고, 서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수정이가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라고 하더라. 헤어질 때도 가장 섭섭해했다.
10. 고재현 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플레이어’에 출연하게 됐다고?
송승헌: 고 감독님과는 2000년대 초반 방송한 KBS 드라마 ‘여름향기’ 때 알아서 지금까지 형, 동생으로 지내는 사이다. 당시에는 조연출이셨다. 지난해 OCN 드라마 ‘블랙’을 찍을 때 ‘플레이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블랙’ 때는 B팀 감독이셨는데 곧 자기 이름을 건 작품을 정식으로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송승헌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석에서의 모습을 강하리로 표현하고 싶다며 제안하셨다.
10. 실제 모습은 어떤가? 강하리와 비슷한가?
송승헌: 낯을 가리는 편이라 친한 사람과 안 친한 사람을 대할 때 차이는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있을 땐 장난을 많이 친다. 그런 모습을 바라셨다.
10. 잘 투영한 것 같나?
송승헌: 복수극이지만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담는 것이 목표였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아야 했다. 감독님께서 지금까지의 연기 패턴을 버리고 심각한 신에서도 웃으면서 가보자고 하셨다. 너무 장난스럽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좋아해 주셨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을 보고 ‘송승헌은 정의롭겠지, 착하겠지’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사람인지라 욕도 하고 장난도 친다. 그런 모습을 투영시키려고 했다. ‘송승헌을 다시 봤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내 이미지가 굉장히 정형화돼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송승헌: 장르물에 빠졌다. (웃음) 멜로를 최대한 배제하고 인물들이 사건을 쫓는 긴박감이 너무 좋았다. 사건 위주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상황이 지루하지 않다. ‘블랙’을 통해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에 출연했는데 지상파보다 수위가 높고 표현방식이 넓어서 더 재미있었다.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앞만 보고 쉼 없이 내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장르물에 재미를 더 많이 느꼈다. 여태까지 왜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멜로물에서 사랑하고 울 수 있을까 싶다. 닭살 돋을 것 같다.
10. ‘플레이어’에서처럼 실제로 눈먼 돈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건가?
송승헌: 반은 사회에 기부해서 좋은 일에 쓰고, 반은 내가 써야 하지 않겠나? 탕진할 것이다. 작가님이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일을 글로 썼다고 했다. 이른바 악한 사람들의 검은 돈은 실제로 있다고 한다. 영화 같은 현실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직 그런가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우리 드라마가 시청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을 조금은 시원하게 긁어주지 않았나 싶다.
10. 호평을 받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나?
송승헌: 연기를 잘 했다기보다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드려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블랙’ 때 그랬고, 이번에 더 많이 느낀 건 나는 정작 가볍게, 장난스럽게, 편하게 했는데 칭찬해 주시는 걸 보고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를 하니 통하더라. 의외였다. 나와 시청자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10.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송승헌: 4~5년 전부턴가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욕심도 생겼다. ‘블랙’을 하면서 더 그랬고, ‘플레이어’를 하면서 더욱더 그랬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배우가 됐다.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연기를 하라고 했고, 매니저가 생겼고, 주변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내 직업이고, 돈을 버는 수단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대가 훅 지나갔다. 30대 초반까지도 재미있기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컸다. 끌려다니듯 했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당연히 준비를 못 했고, 그래서 욕만 먹었다.
10.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욕심이 생긴 계기는?
송승헌: 팬레터 한 통이 내 마음에 많은 변화를 줬다. 한 팬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라’고 했다. 그 말이 깊이 와 닿았다. 배우에 대해, 연기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했다. 30대 때였으니, 데뷔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영화 ‘인간중독’을 하면서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어릴 땐 멋지고 정의롭고, 조금이라도 악한 인물이면 하기 싫다고 했다. 극 중 주인공은 불륜을 저지른다. 감독님에 대해 믿음도 있었지만, 찍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관객들도 멋진 역할만 하려는 송승헌이 아니라 배우로 봐 주시는 것 같았다.
10. 얼마 전 ‘인생술집’에서 데뷔 초기에 출연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찍을 때 한 장면에 NG를 100번 냈다고 털어놔 화제가 됐다.
송승헌: 그땐 진짜 그랬다. 오죽하면 MBC에 무슨 일이 생겨서 촬영이 연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방송국에 가는 게 지옥이었다. 실제로 잘릴 뻔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동엽이 형이 ‘한 번만 더 가자’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동엽이 형이 아니었으면 지금 ‘플레이어’의 송승헌은 없었을 거다. 내겐 은인이다.
10. 신동엽이 왜 막아줬을까? 들은 말이 있나?
송승헌: 녹화 첫날부터 엄청 깨졌다. 그날 동엽이 형이 술을 사 주면서 자신이 SBS 공채로 뽑힌 이후 혼났던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처음 본 애가 연기도 엄청 못하는데 왜 술을 사줬는지 모르겠다. ‘이 형이 사람 볼 줄 아는구나’라고 혼자 생각했다. 너무 고마운 형이다.
송승헌: 롤모델까지는 아니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지게 늙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엄청나게 뛰어다니는데 나보다 15살이 많더라.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면 뛰는 게 어색한 배우들이 있다. 톰 크루즈는 뛰는 모습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 굉장히 열심히 뛴 거다. 대충 뛰면 다 보인다. 나이 들어서도 액션이나 멜로를 하고 싶다. 어떤 선배들을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진 분들이 있다.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
10.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송승헌: 요즘은 TV를 켜면 뉴스를 많이 본다. 그리고 시사나 정치를 다루는 ‘외부자들’이나 ‘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정치에 관심이 커지고 세상의 이슈들에 관심을 갖는 걸 보면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올해 소지섭이 나온 ‘숲속의 작은 집’을 봤다. 지섭이에게 우스갯소리로 ‘왜 한 거냐?’고 했다. 얘기도 안 하고 혼자 뭘 만들어 먹기만 하더라. 박신혜 씨는 여성이라 그런지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이야기하던데. 하하.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어서 관심 있게 봤다.
10. MBC ‘나 혼자 산다’에 영화 ‘플레이어’ 촬영 현장이 나왔다. 무지개 라이프 코너에 제대로 출연할 생각은?
송승헌: 전에 했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조연출이셨던 분이 ‘나 혼자 산다’ CP가 됐다. 그때는 현장을 뛰어다녔는데 어느새 부장이 됐더라. (웃음). 한 번 나와달라고 했다.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하는데, 보여줄 게 있을까? 그래도 웃음을 줘야 하지 않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0. 방송에서 이시언이 박나래와의 소개팅을 제안했다. 나래바에 아직 초대받지 않았나?
송승헌: 뜬금없이 소개팅 얘기가 나왔다. 나래 씨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인 것 같다. 언젠가 회식을 한다고 했던가? 시언이가 나래바로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땐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갔는데 궁금하긴 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
10. 좋아하는 걸그룹은?
송승헌: 소녀시대 이후로는 잘 몰라서. 하하. 수정이가 속한 그룹은 안다. 촬영장에서 에프엑스 음악을 틀어 놓고 시언이와 수정이가 춤을 췄다. 재미있었다.
10. 결혼 생각은 아직 없나?
송승헌: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익숙하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너무 좋다’는 사람도 있고, 지금도 늦은 것 같은데 ‘천천히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뭘 부러워하는 성격은 아닌데 모임에서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결혼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닮은 아이를 갖게 되면 어떨까 상상한다. 주변에 이병헌, 배용준 선배 등도 지금 내 나이 때에 결혼했다. 40대가 끝나기 전엔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10. 결혼 상대로 생각한 이상형이 있나?
송승헌: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확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런데 다들 이상형과 결혼을 하나? 하하.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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