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전소민: 우선 잘 마무리돼 다행입니다. 2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라 긴장과 설렘을 함께 갖고 시작했어요. 그동안 의학 드라마는 즐겁게 시청만 했는데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어요. 고지인(전소민)이 강인규(고경표)를 돕는 역할이었는데 16부작 안에 지인이만의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저 역시 스스로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발견했고요. 그렇지만 저에게 ‘크로스’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값진 시간이었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10. ‘크로스’는 장기이식센터를 중심으로 불법 장기밀매를 둘러싼 권력 싸움을 다뤘습니다. 기존의 의학드라마와는 또 달랐는데요.
전소민: 촬영하면서 무서웠어요. ‘내 가족, 지인이 저런 일을 겪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극 중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더라고요. ‘크로스’가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요.
10.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연기하느라 공부한 것이 많다고요?
전소민: 기본적으로 응급처치를 배우고 병원 치료를 참관했습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에 관해 공부하며 느낀 점은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이라는 것이었어요.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따뜻함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인 만큼 제도적으로 다양한 복지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더욱 많은 사람이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요.
10. 장기이식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나요?
전소민: 그동안 생각지 못하고 살았는데 ‘크로스’를 통해 장기기증을 결심했어요. 장기기증자에게는 운전면허증에 조그만 스티커도 붙여준대요.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설득할 거예요. 제 뜻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장기기증은 가족의 동의가 필요해요.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족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10. 최종회에서 지인과 인규의 ‘썸’이 암시됐는데요.
전소민: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갑자기 그러려니까 쑥스럽더라고요.(웃음) 많은 시청자가 지인과 인교의 멜로를 기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둘의 케미스트리가 그만큼 좋았나 싶어 뿌듯해요. 아마 두 사람, 나중에 사귀지 않을까요? 극 초반에 지인도 인교에게 ‘저 사람 뭐지?’ 하면서 관심을 가졌고, 인교도 지인에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였거든요. 사귀다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사 부부로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10. 상대 배우 고경표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전소민: 정말 좋았어요. 경표 씨는 TV나 스크린에서만 보다가 ‘크로스’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촬영 전에 SBS ‘질투의 화신’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경표 씨가 정말 멋지게 나왔거든요. 실제로 만나고 신기했죠. 저보다 4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어른스러워요. 지인들에게 듣기로는 개구쟁이고 유쾌하다는데 역할이 역할인 만큼 ‘크로스’ 촬영장에서는 진지했어요. 역할에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했죠. 저는 그런 모습도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또 스태프나 선배 배우들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10. 촬영 도중 극에서 한 축을 담당한 조재현이 ‘미 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가해자로 지목돼 하차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시청률도 내림세를 탔죠.
전소민: 항상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를 할 수는 없어요. 시청률이 방송 초반과 비교하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드라마는 재방송이 있잖아요.(웃음) 언제든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조재현 하차도) 결말의 내용이 앞당겨진 것뿐이라 크게 영향받지 않았습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드라마 내용이 워낙 무거워서 애초에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배우, 스태프 모두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갖고 임했어요. 흔들리지 않았기에 잘 마무리된 것 같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해요.
10. 한동안 연예계 ‘미 투’ 폭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소민: 마음이 안 좋죠. 연예인이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특히 주목받고 있지만,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여성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어요.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어둠 속에 숨어 지내야 하죠. ‘미 투’로 용기를 내주신 분들 덕분에 앞으로 우리의 친구들, 후배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10. 적지 않은 여자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제안받는 캐릭터에 한계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는데요.
전소민: 그래도 요새 작품의 폭이 넓어졌어요. 앞으로 제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고 경험을 쌓으면 (역할의 폭도) 더 넓어지리라고 생각해요. 30대가 끝나면 40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거고요. 꾸준히 연기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10. 대중이 ‘배우 전소민’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랍니까?
전소민: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그때마다 변해요. 지금은 시청자들이 ‘나’를 떠올리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제 연기를 보고 ‘그래, 저게 곧 내 삶이지, 인생이지’라고 느끼는 거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배우가 가장 멋진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가 풀어나갈 숙제에요.
10. ‘예능인’으로서는요? SBS ‘런닝맨’에 합류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전소민: 캐릭터 부자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돌아이’ ‘자석인간’ ‘개구리’ 등등. 별명이 너무 많아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예능인데, 이제는 즐거움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 생겼어요. 그래도 내가 일단 재밌고 신나야 시청자들도 함께 신나지 않을까 싶어요. 최대한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요.
10. ‘런닝맨’ 출연자들이 ‘크로스’ 감상평을 말해주진 않던가요?
전소민: 정말 놀랐어요. (양)세찬이가 ‘크로스’를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다 보고 연락을 해줬어요. 신기해하더라고요. ‘너 연기할 때는 많이 다르더라’면서.(웃음) 인정받는 기분이라 뿌듯했죠. 저도 세찬이가 콩트할 때 멋져 보여요. 제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세찬이가 콩트 할 때는 정말 날아다니거든요. 역시 사람은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낼 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세찬이는 (이)광수 오빠가 나오는 tvN ‘라이브’도 챙겨봐요. 우정에 감동했어요,
10. ‘라이브’ 본 적 있나요?
전소민: 그럼요. 그런데 저는 광수 오빠를 배우로 먼저 알았으니까 연기하는 모습이 신기하진 않아요. 그래도 ‘런닝맨’ 녹화 때 보지 못한 모습들은 멋있어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나랑 친한 오빠인데, 연기 잘 하네’ 이러면서.(웃음) 평소에 닭가슴살 먹으면서 피곤해도 운동 꼭 하고 ‘라이브’를 위해 노력했어요. ‘역시 배우구나’ 생각했죠.
10. ‘런닝맨’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소민: ‘런닝맨’ 출연 후에 밝고 경쾌한 역할이 많이 들어와요. 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고요.(웃음)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입니다. 일종의 돌파구인 셈이죠.
10. 무엇으로부터의 돌파구인가요?
전소민: ‘크로스’에 출연하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활동을 안 한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요. 저에 대한 이미지에 한계가 있었는데 ‘런닝맨’으로 그 틀을 깼죠. ‘런닝맨’이 전소민이라는 배우를 홍보해준 것 같아요. 팬층도 넓어졌어요. 그 전에는 어머니 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초등학생 친구들도 저를 알아봐요. 남성 팬들도 늘었고요.(웃음) 해외 팬이 많아진 것도 신기해요.
10. 벌써 데뷔 15년 차입니다.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전소민: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를 비롯해 문득 한계를 맞닥뜨릴 때가 있었어요. 20대 초반에 정체기였죠. 친구들은 취직해서 구두 신고 오피스 룩 입고 회사 다니는데 저는 트레이닝 복 입고, 일이 없어서 집에서만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오로라 공주’를 만났어요. 제 인생의 첫 번째 기점이에요. ‘런닝맨’이 두 번째고요. 두 작품 다 직전에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힘들 때마다 돌파구를 만났어요. 앞으로 또 한계에 부딪혔을 때 다른 돌파구가 나타나 준다면 감사할 겁니다.
10. 무명 생활 동안 포기하고 싶었을 법도 한데,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있습니까?
전소민: 저도 그게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배우로 먹고살 생각을 했을까요?(웃음) 생각해보면 저를 지지해주는 부모님이 있었고, 저도 다른 직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연기가 재밌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 나를 진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선 상태였죠. 요즘 친구들이 이렇게 말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용기를 갖고 지금까지 버텨온 게 멋지다’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10. 지난해부터 자취 생활을 시작했죠. 어떤가요?
전소민: 독립, 너무 좋아요! 살림들에 제 손길이 닿는 것도 좋고요. 부모님 잔소리도 안 듣고.(웃음) 제가 생각보다 독립심이 있더라고요. 능력만 있었으면 24살부터 독립했을 거예요.
10.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가사를 돌보기 힘들 텐데요.
전소민: 그래서 요즘 최대 관심사가 청소예요.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 설거지도 해야 해요. 실은 요 며칠 청소를 거의 못해서 좀 지저분해요. 그래도 저만 있는 공간이니까 괜찮아요.(웃음) 밥해 먹는 재미도 있어요. 자취 초반에는 로망이 있어서 파스타를 많이 해 먹었는데 요새는 된장찌개, 제육 볶음, 오삼불고기 이런 거 만들어 먹어요.
10. 드라마가 끝났으니 당분간 무엇을 하며 지낼 계획인가요?
전소민: 최근에 취미미술을 배웠는데 재밌더라고요. 수채화를 한 번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밀린 영화나 공연도 보러 다니고. 봄이니까 산책도 다니고, 꽃놀이 가서 맥주도 마시고 싶어요. 이사한 뒤에 근처 공원에 산책을 몇 번 갔는데 추워져서 근래에는 못 갔어요. 아, 서울에 이사 오고 좋았던 게 어디에서나 남산타워가 보이더라고요. 날 풀리면 올라가 보려고 해요.
10. 시민들이 알아보지 않을까요?
전소민: 가볍게 인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늘 만나던 사람처럼 안부 물어주시고요.(웃음) 눈 마주쳤는데 모른 척하시면 서로 쑥스러울 것 같아요. 하하.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배우 전소민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집안일이다. 그는 지난해 부모님의 집을 떠나 독립했다. 청소·빨래·설거지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자취 새내기’ 전소민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능력이 있었다면 24살부터 독립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10.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의학 드라마 ‘크로스’가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나이 서른을 넘어 싱글라이프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전소민. 2004년 MBC 시트콤 ‘미라클’로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데뷔 15년 차인 그의 배우 인생도 비슷하다. 주목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2013)로 데뷔 9년 만에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부터 SBS 예능 ‘런닝맨’에 고정 출연자로 활약하며 엉뚱 발랄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올해 tvN 드라마 ‘크로스’를 통해 배우로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 뼘 더 성장했다.
데뷔 초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이 없어 트레이닝복을 입고 집에만 있었다는 전소민은 오피스 룩을 입고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단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재밌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러자 천천히, 눈앞에 기회들이 찾아왔다. 전소민이 증명한 느림의 미학.
전소민: 우선 잘 마무리돼 다행입니다. 2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라 긴장과 설렘을 함께 갖고 시작했어요. 그동안 의학 드라마는 즐겁게 시청만 했는데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어요. 고지인(전소민)이 강인규(고경표)를 돕는 역할이었는데 16부작 안에 지인이만의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한 것 같아서요. 저 역시 스스로 연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발견했고요. 그렇지만 저에게 ‘크로스’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값진 시간이었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10. ‘크로스’는 장기이식센터를 중심으로 불법 장기밀매를 둘러싼 권력 싸움을 다뤘습니다. 기존의 의학드라마와는 또 달랐는데요.
전소민: 촬영하면서 무서웠어요. ‘내 가족, 지인이 저런 일을 겪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극 중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더라고요. ‘크로스’가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요.
10.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연기하느라 공부한 것이 많다고요?
전소민: 기본적으로 응급처치를 배우고 병원 치료를 참관했습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에 관해 공부하며 느낀 점은 감정 노동이 심한 직업이라는 것이었어요.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따뜻함과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인 만큼 제도적으로 다양한 복지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더욱 많은 사람이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요.
10. 장기이식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나요?
전소민: 그동안 생각지 못하고 살았는데 ‘크로스’를 통해 장기기증을 결심했어요. 장기기증자에게는 운전면허증에 조그만 스티커도 붙여준대요.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설득할 거예요. 제 뜻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장기기증은 가족의 동의가 필요해요.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족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전소민: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어요. 갑자기 그러려니까 쑥스럽더라고요.(웃음) 많은 시청자가 지인과 인교의 멜로를 기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둘의 케미스트리가 그만큼 좋았나 싶어 뿌듯해요. 아마 두 사람, 나중에 사귀지 않을까요? 극 초반에 지인도 인교에게 ‘저 사람 뭐지?’ 하면서 관심을 가졌고, 인교도 지인에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였거든요. 사귀다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사 부부로 행복하게 살 것 같아요.
10. 상대 배우 고경표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전소민: 정말 좋았어요. 경표 씨는 TV나 스크린에서만 보다가 ‘크로스’를 통해 처음 만났어요. 촬영 전에 SBS ‘질투의 화신’을 재밌게 봤는데 거기서 경표 씨가 정말 멋지게 나왔거든요. 실제로 만나고 신기했죠. 저보다 4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어른스러워요. 지인들에게 듣기로는 개구쟁이고 유쾌하다는데 역할이 역할인 만큼 ‘크로스’ 촬영장에서는 진지했어요. 역할에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했죠. 저는 그런 모습도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또 스태프나 선배 배우들을 잘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10. 촬영 도중 극에서 한 축을 담당한 조재현이 ‘미 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가해자로 지목돼 하차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시청률도 내림세를 탔죠.
전소민: 항상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를 할 수는 없어요. 시청률이 방송 초반과 비교하면 떨어진 것은 맞지만, 드라마는 재방송이 있잖아요.(웃음) 언제든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조재현 하차도) 결말의 내용이 앞당겨진 것뿐이라 크게 영향받지 않았습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드라마 내용이 워낙 무거워서 애초에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배우, 스태프 모두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갖고 임했어요. 흔들리지 않았기에 잘 마무리된 것 같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해요.
10. 한동안 연예계 ‘미 투’ 폭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소민: 마음이 안 좋죠. 연예인이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특히 주목받고 있지만,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회활동을 하는 모든 여성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어요. 성범죄가 공공연하게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어둠 속에 숨어 지내야 하죠. ‘미 투’로 용기를 내주신 분들 덕분에 앞으로 우리의 친구들, 후배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10. 적지 않은 여자 배우들이 나이가 들면서 제안받는 캐릭터에 한계가 생기는 것을 걱정하는데요.
전소민: 그래도 요새 작품의 폭이 넓어졌어요. 앞으로 제가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하고 경험을 쌓으면 (역할의 폭도) 더 넓어지리라고 생각해요. 30대가 끝나면 40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거고요. 꾸준히 연기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10. 대중이 ‘배우 전소민’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랍니까?
전소민: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그때마다 변해요. 지금은 시청자들이 ‘나’를 떠올리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제 연기를 보고 ‘그래, 저게 곧 내 삶이지, 인생이지’라고 느끼는 거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배우가 가장 멋진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가 풀어나갈 숙제에요.
전소민: 캐릭터 부자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돌아이’ ‘자석인간’ ‘개구리’ 등등. 별명이 너무 많아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예능인데, 이제는 즐거움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 생겼어요. 그래도 내가 일단 재밌고 신나야 시청자들도 함께 신나지 않을까 싶어요. 최대한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요.
10. ‘런닝맨’ 출연자들이 ‘크로스’ 감상평을 말해주진 않던가요?
전소민: 정말 놀랐어요. (양)세찬이가 ‘크로스’를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다 보고 연락을 해줬어요. 신기해하더라고요. ‘너 연기할 때는 많이 다르더라’면서.(웃음) 인정받는 기분이라 뿌듯했죠. 저도 세찬이가 콩트할 때 멋져 보여요. 제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세찬이가 콩트 할 때는 정말 날아다니거든요. 역시 사람은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낼 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세찬이는 (이)광수 오빠가 나오는 tvN ‘라이브’도 챙겨봐요. 우정에 감동했어요,
10. ‘라이브’ 본 적 있나요?
전소민: 그럼요. 그런데 저는 광수 오빠를 배우로 먼저 알았으니까 연기하는 모습이 신기하진 않아요. 그래도 ‘런닝맨’ 녹화 때 보지 못한 모습들은 멋있어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나랑 친한 오빠인데, 연기 잘 하네’ 이러면서.(웃음) 평소에 닭가슴살 먹으면서 피곤해도 운동 꼭 하고 ‘라이브’를 위해 노력했어요. ‘역시 배우구나’ 생각했죠.
10. ‘런닝맨’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소민: ‘런닝맨’ 출연 후에 밝고 경쾌한 역할이 많이 들어와요. 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고요.(웃음)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입니다. 일종의 돌파구인 셈이죠.
10. 무엇으로부터의 돌파구인가요?
전소민: ‘크로스’에 출연하기까지 2년이 걸렸어요. 활동을 안 한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요. 저에 대한 이미지에 한계가 있었는데 ‘런닝맨’으로 그 틀을 깼죠. ‘런닝맨’이 전소민이라는 배우를 홍보해준 것 같아요. 팬층도 넓어졌어요. 그 전에는 어머니 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초등학생 친구들도 저를 알아봐요. 남성 팬들도 늘었고요.(웃음) 해외 팬이 많아진 것도 신기해요.
10. 벌써 데뷔 15년 차입니다.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었나요?
전소민: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를 비롯해 문득 한계를 맞닥뜨릴 때가 있었어요. 20대 초반에 정체기였죠. 친구들은 취직해서 구두 신고 오피스 룩 입고 회사 다니는데 저는 트레이닝 복 입고, 일이 없어서 집에서만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오로라 공주’를 만났어요. 제 인생의 첫 번째 기점이에요. ‘런닝맨’이 두 번째고요. 두 작품 다 직전에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힘들 때마다 돌파구를 만났어요. 앞으로 또 한계에 부딪혔을 때 다른 돌파구가 나타나 준다면 감사할 겁니다.
10. 무명 생활 동안 포기하고 싶었을 법도 한데,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있습니까?
전소민: 저도 그게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배우로 먹고살 생각을 했을까요?(웃음) 생각해보면 저를 지지해주는 부모님이 있었고, 저도 다른 직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연기가 재밌고 너무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 나를 진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선 상태였죠. 요즘 친구들이 이렇게 말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용기를 갖고 지금까지 버텨온 게 멋지다’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전소민: 독립, 너무 좋아요! 살림들에 제 손길이 닿는 것도 좋고요. 부모님 잔소리도 안 듣고.(웃음) 제가 생각보다 독립심이 있더라고요. 능력만 있었으면 24살부터 독립했을 거예요.
10.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가사를 돌보기 힘들 텐데요.
전소민: 그래서 요즘 최대 관심사가 청소예요.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 설거지도 해야 해요. 실은 요 며칠 청소를 거의 못해서 좀 지저분해요. 그래도 저만 있는 공간이니까 괜찮아요.(웃음) 밥해 먹는 재미도 있어요. 자취 초반에는 로망이 있어서 파스타를 많이 해 먹었는데 요새는 된장찌개, 제육 볶음, 오삼불고기 이런 거 만들어 먹어요.
10. 드라마가 끝났으니 당분간 무엇을 하며 지낼 계획인가요?
전소민: 최근에 취미미술을 배웠는데 재밌더라고요. 수채화를 한 번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밀린 영화나 공연도 보러 다니고. 봄이니까 산책도 다니고, 꽃놀이 가서 맥주도 마시고 싶어요. 이사한 뒤에 근처 공원에 산책을 몇 번 갔는데 추워져서 근래에는 못 갔어요. 아, 서울에 이사 오고 좋았던 게 어디에서나 남산타워가 보이더라고요. 날 풀리면 올라가 보려고 해요.
10. 시민들이 알아보지 않을까요?
전소민: 가볍게 인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늘 만나던 사람처럼 안부 물어주시고요.(웃음) 눈 마주쳤는데 모른 척하시면 서로 쑥스러울 것 같아요. 하하.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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