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996년 12월 MBC에서 방영됐던 단막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21년 만에 리메이크돼 지난 9일 tvN에서 처음 방송됐다. 그간 연극, 영화로는 리메이크됐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4부작 구성과 큰 줄거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김영옥)와 무능하다 할 수 있는 의사 남편(유동근), 결혼을 하지 않은 딸(최지우)과 다시 수능을 쳐야 하는 아들(최민호)을 위해 평생 희생해 온 주부(원미경)가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그대로지만 시대에 맞게 노희경 작가가 직접 자신의 극본을 각색해 보다 현실성을 높였다. 노 작가는 방송에 앞서 인터뷰에서 “21년 전에 비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여성상도 변하고 부모와의 친밀도도 많이 변했다”며 “요즘 시대에 훨씬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996년의 연수는 ‘과년한 철부지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2017년의 연수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유능한 직원이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숨어서 사랑하는 것은 여전하다. 2017년의 정수는 재수가 아닌 삼수생이며 클럽에 가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논다. 막무가내 아들의 이미지를 클럽에서 한시간 반씩이나 기다렸다가 그를 데려다주는 여자친구(손나은)의 장면으로 표현했다.
노 작가의 말마따나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2017년 버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다른 일깨움을 주기도 했다. 묻는 말에 남편이 한마디 대꾸가 없어도 출근길에 현관에서 신발을 내어주는 아내의 모습, 아내의 암을 알고서도 “어디서 가르치려고 들어 야 이 등신아. 지 몸 하나 간수 못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도리어 화를 내는 남편의 가부장적 모습이 이제는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있었다. 1996년과는 달라진 반응이다.
가족과 어머니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묵직하게 일깨워주는 감동은 배가됐다. 홍종찬 PD와 명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공이다.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를 각각 쓰고 연출했던 노 작가와 홍 PD의 호흡이 이번 단막극에서도 빛을 발했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섬세한 심리묘사를 자연스러운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다.
김영옥, 원미경, 유동근의 연기는 보는 이마저 자신의 가족, 혹은 누군가의 가족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현실감있고 절절했다. 원미경이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으며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는 장면, 원미경이 사온 연시를 김영옥이 개똥으로 착각하고 던지는 장면은 등 미묘하거나 극적인 부분조차 실제처럼 표현해 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최지우에게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최민호와 손나은 또한 전작보다 훨씬 성장한 연기를 보여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tvN에서 방송된다. 4부작.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4부작 구성과 큰 줄거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김영옥)와 무능하다 할 수 있는 의사 남편(유동근), 결혼을 하지 않은 딸(최지우)과 다시 수능을 쳐야 하는 아들(최민호)을 위해 평생 희생해 온 주부(원미경)가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그대로지만 시대에 맞게 노희경 작가가 직접 자신의 극본을 각색해 보다 현실성을 높였다. 노 작가는 방송에 앞서 인터뷰에서 “21년 전에 비해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여성상도 변하고 부모와의 친밀도도 많이 변했다”며 “요즘 시대에 훨씬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996년의 연수는 ‘과년한 철부지 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2017년의 연수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유능한 직원이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숨어서 사랑하는 것은 여전하다. 2017년의 정수는 재수가 아닌 삼수생이며 클럽에 가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논다. 막무가내 아들의 이미지를 클럽에서 한시간 반씩이나 기다렸다가 그를 데려다주는 여자친구(손나은)의 장면으로 표현했다.
노 작가의 말마따나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2017년 버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다른 일깨움을 주기도 했다. 묻는 말에 남편이 한마디 대꾸가 없어도 출근길에 현관에서 신발을 내어주는 아내의 모습, 아내의 암을 알고서도 “어디서 가르치려고 들어 야 이 등신아. 지 몸 하나 간수 못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도리어 화를 내는 남편의 가부장적 모습이 이제는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있었다. 1996년과는 달라진 반응이다.
가족과 어머니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묵직하게 일깨워주는 감동은 배가됐다. 홍종찬 PD와 명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공이다.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를 각각 쓰고 연출했던 노 작가와 홍 PD의 호흡이 이번 단막극에서도 빛을 발했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섬세한 심리묘사를 자연스러운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냈다.
김영옥, 원미경, 유동근의 연기는 보는 이마저 자신의 가족, 혹은 누군가의 가족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현실감있고 절절했다. 원미경이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으며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애써 감추는 장면, 원미경이 사온 연시를 김영옥이 개똥으로 착각하고 던지는 장면은 등 미묘하거나 극적인 부분조차 실제처럼 표현해 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최지우에게서도 흔들림 없는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최민호와 손나은 또한 전작보다 훨씬 성장한 연기를 보여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tvN에서 방송된다. 4부작.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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