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사진=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잘들 산다. 잘들 살아.”

다큐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이자 영화 속 투쟁자 중 한 명인 최승호가 언론을 망친 주범자들에게 한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내뱉은 이 한마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공범자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10년 동안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무너진 그 몰락사를 보여준다.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건들,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공범자들’은 ‘점령’ ‘반격’ ‘기레기’라는 3가지 부제로 짜여져있다. 하지만 무겁지는 않다. 웬만한 코믹 영화보다 더 재밌다. 최승호 감독의 역동적인 취재 방식과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속도감 있는 전개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최 감독이 공영방송을 망치는 데 일조한 이들에게 날리는 돌직구 질문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언론과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의 대답과 행동은 가관이다. 경호원을 내세워 피하고 도망가기 바쁘다. 말도 안 되는 대답으로 실소를 짓게 만든다.

영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범자들’의 끝판왕이라고 말한다. 이 전 대통령이 장악한 공영방송은 대통령 홍보방송으로 전락했고 침묵했다고 영화는 묘사한다. 그 침묵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져 세월호 사건의 투명하지 못한 처리와 국정농단 사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공영방송은 신뢰를 잃고 추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권력에 저항한 기자와 PD, 내부 구성원들의 모습을 영화는 상세하게 추적한다. 이 영화는 결코 공범자들에 대한 신랄한 폭로와 비판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이 감독은 설명한다. 집단(KBS·MBC)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던 이들이 사실은 국민들과 함께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했다. 세상 모든 것이 바뀔 것 같았지만 곳곳에는 예전의 잔재들이 남아있다. 이 잔재와 흔적들을 지우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MBC의 전 사장 김재철 안광한, 사장 김장겸, 부사장 백종문, 시사제작국 부국장 박상후 등 전현직 임원 5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는 11일 가처분신청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가 결정된다.

‘공범자들’은 오는 17일 개봉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