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캐릭터 열전② 공명 정채연 풋풋한 짝사랑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TV 속 혼술을 즐기는 캐릭터들이 곧 시청자의 술친구가 됐다. 평균 시청률 4%대를 기록하며(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올 가을 안방극장을 제대로 접수한 tvN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를 배경으로 스타 강사부터 신입 강사, 또 공시생들의 고된 하루를 조명하며, 저마다의 애환을 가진 인물들이 혼술로 위로 받는 모습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우리’와 꼭 닮았기에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혼술남녀’ 인기의 일등공신 캐릭터들을 탐구했다.

◆ “저를 위해 공부하고 있어요”

노량진 햇병아리 공명(공명)은 서울대 출신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을 형으로 둔 고단한 막내이다. 공부 유전자를 형에게 다 빼앗겨 늘 집안의 골칫덩어리로 어머니의 걱정을 사는 것. 그런 그가 형을 따라 노량진에 입성했다. 형을 아는 척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공시생이 되었는데 공부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국어 선생님 박하나(박하선)에게 반한 것.

공명은 박하나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연하남의 패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랑에만 빠져 사는 것은 아니다. 공명의 대시에 난처해진 박하나가 “공무원에 합격하면 여자친구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그 길로 공부에 전념 중이다. 책을 읽으며 거리를 걷다 교통사고를 당할 정도로 공명의 공부 열정이 불타오르자 박하나는 “나는 네가 너 자신을 위해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명은 이에 “저 공부 시키기 위해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거 안다. 제 마음을 보여줄 길이 이것밖에 없어서 열심히 하는 거다. 저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명의 직진 로맨스는 ‘혼술남녀’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공명의 로맨스는 누군가를 향한 연애 감정이 팍팍한 고시 생활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자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어”

노량진의 핵미모 채연(정채연)은 얼음 공주로도 불린다. 커피캔을 건네며 관심을 보이는 공시생에게 “노량진에 왔으면 공부나 하라”고 일침할 정도로 오로지 공무원 합격을 위해 달리는 인물. 밥을 먹을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손에서 단어장을 놓지 않는 채연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자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청춘들은 언제나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한 수능, 졸업을 위한 영어 시험, 취업을 위한 자격증 시험 등 사회인이 되기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끊이지 않는다. 채연 역시 대한민국 청춘 중 하나이다.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채연이 취업 대신 공시 준비를 선택한 것은 그가 문과이기 때문. 그는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예로 들며 명문대 졸업생이라 할지라도 문과 전공생들은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런 채연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자신을 ‘사부’라 부르며 ‘공부 제자’를 자처한 공명의 인간미와 다정한 매력에 마음이 녹기 시작한 것. 공명을 생각하며 남몰래 미소를 짓고 때로는 울기도 하는 채연의 모습이 또 다른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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