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환상의 빛’ 포스터
영화 ‘환상의 빛’ 포스터
재개봉 영화들이 반갑다.

따끈한 신작만큼이나 가슴이 콩콩콩콩 뛴다. 영화관에서 얼마 전 ‘500일의 썸머’를 다시 만났고, ‘환상의 빛’을 다시 만났다. 참고로 이 영화들은 개봉년도에 봤고 영화제를 통해 봤다. 그리고 못내 아끼는 작품들인지라 dvd로도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또! 재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책을 몇 번씩 읽는 경우는 많아도,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보려고 극장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좋은 영화를 다시 만나는 일에 주저하지 말기를 바란다. 2년 전, 재개봉작이 아닌 개봉작 ‘보이후드’는 무려 4번이나 극장을 찾아가게 만든 작품이다. 장장 165분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11시간 내내 설레고 또 설?다.

만약 같은 작품을 보러 다시 극장에 찾는다면, 꼭 혼자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좋은 영화는 같이 나누는 것도 좋지만, 재회할 때는 오롯이 혼자서. 바로 그 순간부터 나만의 책이 펼쳐진다.

극장의 시커먼 입 속으로 들어가서 눈앞에 쏟아지는 화면을 다시 마주한다. 감각 기관이 온전히 열리면서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냥 관객이 아니다. 배우의 옅은 한숨에 실린 감정의 무게 중심을, 잔잔히 깔리는 배경음악이 만들어내는 그림을 그리고 묵음 처리된 배우들의 속삭임 등등을 읽기도 하면서 나만의 페이지들이 채워진다.

‘시네마천국’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져라 들었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첫음이 열리자마자 눈물이, ‘환상의 빛’에서는 유미코와 이쿠오가 훔친 자전거를 사이좋게 녹색으로 칠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500일의 썸머’에서는 사랑스러운 톰이 사랑을 일궈낸 감정(감격)을 사랑스럽게 온몸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짧게 또는 길게 넘실거렸다.
‘500일의 썸머’에서 톰의 핫한, 뜨거운 그녀의 이름은 썸머이다. 이미 개봉한지 오래된 영화라서 스포 걱정 없이 써보자면 톰은 결국 성숙한 어텀을 만나는 보너스를 누리게 된다. ‘혼자’서 ‘두 번’ 본 영화를 보러 간 나는 영화관에서 책을 읽는 특별한 보너스를 누리게 된다.

다음에 영화관에서 읽을 책 제목을 살짝 공개하자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다.

[시나리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해변으로 가다’,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포함한 다수의 동화책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감동주는 이야기 쓰기 비법’ 강의를 맡고 있다.]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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