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조진웅: 고생을 하긴 했지만 떳떳하게 얘기를 못하겠다. 안성기 선배가 계시니까. 선배는 항상 먼저 스탠바이 하시고 “난 준비됐어” 하셨다. “저희 오바이트 조금만 더 하고 할게요” 할 수 없지 않나. (웃음) 안성기 선배의 정신력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연배이실 때 체력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 것 같다.
촬영 중반부 즈음에 ‘내가 오늘 이 현장에 와서 해야 할 몫이 있다면 틀림없이 해결하고 가겠다’는 선배의 의지를 많이 느꼈다. 업고 뛸 때 한예리가 가벼워서 고마웠다고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총 한 자루도 무거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선배는 한예리에 총에 배낭도 메셨는데 웃으며 “뭐가 이렇게 많냐”고만 하시더라. “선배 정말 쉬엄쉬엄 하셔도 됩니다”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시고 더 뛰시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10. 총이 무거우면 대체 소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조진웅: 정말 아이러니한 것이 진짜 소총이 무거운데 대체 소품은 더 무거웠다. 이상하게 만들어놨다. (웃음) 또 총 세 자루씩 메고 뛰는 사람도 있으니 힘들다고 말을 못 하겠는 거다. 권율이 비교적 수월했지. 역할 자체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천천히 가라고 하는 역할이니.
10. 1인 2역은 처음인데, 어땠나.
조진웅: 아쉬운 점은 있었다. 책에 나온 분량이 그게 다였기 때문에. 쌍둥이라는 점을 좀 더 재미있게 활용하면 어땠을지하는 생각도 든다. 배우로서 나는 재미있겠지만 극 전개상 그 정도 역할로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10. 동근과 명근은 외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의견을 낸 것이 있는지.
조진웅: 분장팀에게 맡겼다. 영화 촬영을 할 때 의상이나 스타일 같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잘 안한다. 워낙 그들이 전문가니까. 대신 솔직하게 사이즈는 이야기해준다. 나는 최대한 맡기는 편이다. 분장했을 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범죄와의 전쟁’ 때 판호였다. 헤어 팀이 처음에 머리를 하는데 “저희가 좀 귀찮게 할 거에요”라고 하더라. 편하게 맡기고 있었는데 처음에 “이게 뭐야!” 이랬다. (웃음) 계속 보니까 귀엽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웃음) 의상도 80년대식으로 약간 뽕이 들어간 수트 입어서 진짜 80년대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10. ‘시그널’에서는 착한 형사였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다.
조진웅: 할리우드의 모 배우는 자기가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악역을 하지 않을 거라고 선포했더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라 그의 필모를 살펴보다가, 어떤 영화의 메이킹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 봤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건 없다. 진짜 극에서 필요한 안타고니스트가 있다면 해야지. ‘시그널’에서 이재한 역을 할 때 어떤 식당에 갔는데 사장님이 이제 악역은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기를 하지 말라는 얘긴가’하고 나왔다. (웃음)
10. 어떤 배우들은 악역이 확실히 재미는 있다고 한다.
조진웅: 누가? (웃음) ‘사냥’ 같은 경우에는 기성의 안타고니스트이긴 하지만 딱 구분 지어서 ‘내가 악역이다’라는 생각은 안했다. ‘명근’이라는 친구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사람이겠다고는 생각했다. 자기가 경찰이라는 것도 짜증날 때도 있겠고, 상사한테도 ‘너는 경찰이 그게 뭐냐’라고 한두 번은 한 소리 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상당히 많은 사람이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 동근이다. 동근은 대놓고 짜증낸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많고 화를 낸다고 해서 악역은 아니다.
동근 입장에서는 어차피 동호회 모임 같은 성격으로 엽사들과 모인거고, 그냥 대충 확인만 하고 산을 내려오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사건들이 터지고 바보들이 일을 벌려버리니까 화가 난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내려가려고 하면 알리바이가 어쩌고 하면서 말이 나오고, ‘저것이’ 뭔지는 보고 내려가자는 생각이 들고 하면서 그렇게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산에서 촬영을 하는데 그런 명근의 내면에 주안점을 둬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뭐하는 거지, 왜 쫓아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또 산은 변수가 많다. 산이 다 배신을 하더라. 그래서 진짜 산 싫어하는데 더 싫어했다. (웃음) 물가 같은 경우도 엄청 미끄럽더라. 의도하지 않았는데 많이 넘어졌다. 흙에서 촬영하다 보니, ‘산이 주는 묘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하다가도 한 순간, 한 두시간 멍해져 있었다. 해의 방향부터 시작해서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니까 해도 짧아지고 낙엽이 주는 어떤 느낌도 색다르고 해서 난감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 그 때는 다 멍해지는 거다. 누구 하나 뭐라고 대안을 낼 수 없다. 산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참 희한하게 만든다.
10. 누군가는 그 상황을 일망타진해야 했을텐데.
조진웅: 일단은 나도 대안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회식이었다. (웃음) ‘이렇게 할 바에는 촬영 접읍시다’라고 하면 다들 눈이 초롱초롱했다. 우르르 내려가서 일단 한잔 하면서 가자고 하면 효과적이기도 했다. 으?으?할 수 있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으니까. 현장에서는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회식하면서 풀면 다음날 진행이 두 배로 빠르다.
10. 어떤 집단이나 술 먹고 푸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조진웅: 촬영있는 날에는 회식을 했다. 촬영지 앞에 닭백숙 집이 많다. 가까운 데 하나 잡아서 우르르 몰려가는 거다. 아홉시쯤 되면 산이라 인적도 없어서 문을 닫는다. 그러면 우리는 배우라는 것을 굳이 알리지 않고 ‘술 오래먹는 사람들이다’라고 사장님한테 어필했다. 그게 통했는지 사장님이 열쇠를 주더라. 우리가 가게 문을 잠그고 갔다. 또 술을 마시고 있으면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박병은이 한가락 부르고 있다. 그럼 다같이 또 이동해서 노래 부르고 놀았다. 사장님이 나중에는 메뉴에 없던 음식도 고맙다고 해줬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tvN 드라마 ‘시그널’부터 영화 ‘아가씨’에 이은 ‘사냥’까지, 2016년 상반기는 배우 조진웅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직한 츤데레 ‘이재한’으로 여심을 사로잡더니, 변태 백작 ‘코우즈키’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쌍둥이 형제로 관객들을 사냥할 예정이다. 탐욕스러운 지역 경찰서 형사 명근과 엽사들의 우두머리 동근, 1인 2역을 맡았다.10. 산에서의 촬영, 고생이 많았겠다.
단순히 악역으로 그려질 수 있었지만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그는 “명근과 동근이 공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확하게 상하관계가 나눠져 있다”, “둘다 스트레스가 많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세밀한 분석으로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안타고니스트를 만들어냈다. 조진웅의 연기를 믿고 볼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철저한 분석과 상상력 덕분이다. 이제는 높아진 인기에 더욱 책임감이 들고 더 당당하게 배우의 길을 가겠다고 말하는 ‘진국 배우’ 조진웅을 만났다.
조진웅: 고생을 하긴 했지만 떳떳하게 얘기를 못하겠다. 안성기 선배가 계시니까. 선배는 항상 먼저 스탠바이 하시고 “난 준비됐어” 하셨다. “저희 오바이트 조금만 더 하고 할게요” 할 수 없지 않나. (웃음) 안성기 선배의 정신력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연배이실 때 체력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닌 것 같다.
촬영 중반부 즈음에 ‘내가 오늘 이 현장에 와서 해야 할 몫이 있다면 틀림없이 해결하고 가겠다’는 선배의 의지를 많이 느꼈다. 업고 뛸 때 한예리가 가벼워서 고마웠다고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총 한 자루도 무거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선배는 한예리에 총에 배낭도 메셨는데 웃으며 “뭐가 이렇게 많냐”고만 하시더라. “선배 정말 쉬엄쉬엄 하셔도 됩니다”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시고 더 뛰시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했다.
10. 총이 무거우면 대체 소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조진웅: 정말 아이러니한 것이 진짜 소총이 무거운데 대체 소품은 더 무거웠다. 이상하게 만들어놨다. (웃음) 또 총 세 자루씩 메고 뛰는 사람도 있으니 힘들다고 말을 못 하겠는 거다. 권율이 비교적 수월했지. 역할 자체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천천히 가라고 하는 역할이니.
10. 1인 2역은 처음인데, 어땠나.
조진웅: 아쉬운 점은 있었다. 책에 나온 분량이 그게 다였기 때문에. 쌍둥이라는 점을 좀 더 재미있게 활용하면 어땠을지하는 생각도 든다. 배우로서 나는 재미있겠지만 극 전개상 그 정도 역할로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10. 동근과 명근은 외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났는데 의견을 낸 것이 있는지.
조진웅: 분장팀에게 맡겼다. 영화 촬영을 할 때 의상이나 스타일 같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잘 안한다. 워낙 그들이 전문가니까. 대신 솔직하게 사이즈는 이야기해준다. 나는 최대한 맡기는 편이다. 분장했을 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범죄와의 전쟁’ 때 판호였다. 헤어 팀이 처음에 머리를 하는데 “저희가 좀 귀찮게 할 거에요”라고 하더라. 편하게 맡기고 있었는데 처음에 “이게 뭐야!” 이랬다. (웃음) 계속 보니까 귀엽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웃음) 의상도 80년대식으로 약간 뽕이 들어간 수트 입어서 진짜 80년대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10. ‘시그널’에서는 착한 형사였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다.
조진웅: 할리우드의 모 배우는 자기가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악역을 하지 않을 거라고 선포했더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라 그의 필모를 살펴보다가, 어떤 영화의 메이킹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걸 봤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건 없다. 진짜 극에서 필요한 안타고니스트가 있다면 해야지. ‘시그널’에서 이재한 역을 할 때 어떤 식당에 갔는데 사장님이 이제 악역은 안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기를 하지 말라는 얘긴가’하고 나왔다. (웃음)
조진웅: 누가? (웃음) ‘사냥’ 같은 경우에는 기성의 안타고니스트이긴 하지만 딱 구분 지어서 ‘내가 악역이다’라는 생각은 안했다. ‘명근’이라는 친구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사람이겠다고는 생각했다. 자기가 경찰이라는 것도 짜증날 때도 있겠고, 상사한테도 ‘너는 경찰이 그게 뭐냐’라고 한두 번은 한 소리 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상당히 많은 사람이고,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 동근이다. 동근은 대놓고 짜증낸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많고 화를 낸다고 해서 악역은 아니다.
동근 입장에서는 어차피 동호회 모임 같은 성격으로 엽사들과 모인거고, 그냥 대충 확인만 하고 산을 내려오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사건들이 터지고 바보들이 일을 벌려버리니까 화가 난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내려가려고 하면 알리바이가 어쩌고 하면서 말이 나오고, ‘저것이’ 뭔지는 보고 내려가자는 생각이 들고 하면서 그렇게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산에서 촬영을 하는데 그런 명근의 내면에 주안점을 둬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뭐하는 거지, 왜 쫓아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또 산은 변수가 많다. 산이 다 배신을 하더라. 그래서 진짜 산 싫어하는데 더 싫어했다. (웃음) 물가 같은 경우도 엄청 미끄럽더라. 의도하지 않았는데 많이 넘어졌다. 흙에서 촬영하다 보니, ‘산이 주는 묘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하다가도 한 순간, 한 두시간 멍해져 있었다. 해의 방향부터 시작해서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니까 해도 짧아지고 낙엽이 주는 어떤 느낌도 색다르고 해서 난감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더라. 그 때는 다 멍해지는 거다. 누구 하나 뭐라고 대안을 낼 수 없다. 산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참 희한하게 만든다.
10. 누군가는 그 상황을 일망타진해야 했을텐데.
조진웅: 일단은 나도 대안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회식이었다. (웃음) ‘이렇게 할 바에는 촬영 접읍시다’라고 하면 다들 눈이 초롱초롱했다. 우르르 내려가서 일단 한잔 하면서 가자고 하면 효과적이기도 했다. 으?으?할 수 있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으니까. 현장에서는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회식하면서 풀면 다음날 진행이 두 배로 빠르다.
10. 어떤 집단이나 술 먹고 푸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조진웅: 촬영있는 날에는 회식을 했다. 촬영지 앞에 닭백숙 집이 많다. 가까운 데 하나 잡아서 우르르 몰려가는 거다. 아홉시쯤 되면 산이라 인적도 없어서 문을 닫는다. 그러면 우리는 배우라는 것을 굳이 알리지 않고 ‘술 오래먹는 사람들이다’라고 사장님한테 어필했다. 그게 통했는지 사장님이 열쇠를 주더라. 우리가 가게 문을 잠그고 갔다. 또 술을 마시고 있으면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박병은이 한가락 부르고 있다. 그럼 다같이 또 이동해서 노래 부르고 놀았다. 사장님이 나중에는 메뉴에 없던 음식도 고맙다고 해줬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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