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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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한 잎 한 잎, 꽃잎 펼쳐내듯 말한다.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며 건네기에, 언제나, 지수의 이야기는 전부 다 소중히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가끔은 비밀스럽게도 느껴진다.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적정한 템포로 말하는 사람. 연기를 할 때도 그렇다. 지수의 방식으로 호흡하며, 지수만의 얼굴을 내보인다. 2015년, ‘앵그리맘’과 ‘발칙하게 고고’에 이어 곧 우리 곁을 찾을 청춘 3부작 KBS2 ‘페이지 터너’, 그리고 영화 ‘글로리데이’까지. 지수는, 거칠다가도 한없이 여린, 그러다가 결국엔 ‘청춘’이라는 찬란한 이름으로 수렴되는, 지수다운 연기를 선보인다. 머지않아 활짝 핀 꽃이 될 지수를, 어느 햇살 좋은 날, 마주했다.

10.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수 : 이제 막 ‘보보경심:려(이하 보보경심)’ 촬영을 시작했다. 작품 때문에 액션 연습하고, 말도 타며 준비 중이다.

10. 어렸을 때 유도를 해서 몸 쓰는 건 꽤 잘할 것 같은데.
지수 : 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웃음) 그래도 말 타는 건 신나고 재미있다. 액션은 아직 고난도의 것은 아니고, 합을 맞출 때 필요한 기본기들만 배워 놓은 상태다.

10. 그나저나, 3개월 전쯤 KBS2 ‘발칙하게 고고’ 촬영을 마치고 만났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수 : (웃으며) 어떻게?

10. 좀 더 남자다워진 느낌이랄까.
지수 : (전혀 아니라는 듯한 표정)

10. 왜, 스스로는 잘 모르겠나?
지수 : 모르겠다. 10월이었나? 11월? 벌써 석 달 전 일이구나.

10. 시간 가는 걸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나 보다.
지수 : 그건 아니다. (읊조리듯) 이제, 2월이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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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월 1일엔 뭘 했나.
지수 : 12월 31일 밤엔 가족들이랑 있었다. 그러다가… 어, 1일은 뭐했지? 아! 그냥, 집에 있었다. (웃음)

10. 12월 30일엔 ‘2015 MBC 연기대상’에 참석했고. 시상식은 처음이었을 텐데,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지수 :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있으니 되게 좋았다. 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고, 시상도 하다 보니 많이 떨리기도 했다. 신인상 후보에는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올라서 굉장히 만족했다.

10. 시상하러 김유정과 함께 등장할 때 보니, 웬 로봇이 걸어 나오는 줄 알았다. (웃음)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
지수 : 으하하하하하. 그래도, 재미있었다.

10. 올해 계획은 세웠나?
지수 : 세웠는데, 비.밀.이.다. (웃음)

10. 앗. (웃음)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인가?
지수 : (노트에) 두 페이지 정도로 쓰는데 몇 개나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한 스무 가지 정도는 적은 것 같은데?

10. 그중 지금까지 이룬 건 있나?
지수 : 상하이를 갔다 왔다. 계획 중에 ‘해외여행 4번 이상 가기’가 있거든. 좀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웃음)

10. 올해 안에?
지수 : 목표는 크게 잡는 거거든! (Q. 그렇지, 그래야 그 근처라도 가보니깐.) 맞다. 그래서, 일단 한 번은 이뤘다. 대표님이랑 정말 급하게 2박 3일로 ‘수르륵’ 잠깐 다녀왔다. 예전에 놀러 갔을 때 와이탄 쪽을 인상 깊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가니 또 좋았다. 신천지도 갔고.

10. 신천지 쪽에 맛집도 많은데, 가봤나.
지수 : 아, 그런가? 우리는 다 코스 음식을 먹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급 한정식 같은? 좋은 음식이었는데 입맛에는 잘 안 맞았다. (웃음) 난 그냥 고기가 좋은데… 치킨 먹고, 그런 게 좋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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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말해줄 수 있는 다른 계획들은 뭐가 있나.
지수 :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운동 열심히 해서 몸짱 되기’, ‘책 12권 읽기’…

10. 구체적으로 쓰는 편인가 보다.
지수 : 원래는 좀 상징적으로, 추상적으로, 크게 세웠다. 2014년에 썼던 걸 보니 그렇더라. 그런데 그러니깐 목표 달성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숫자가 들어가야 좋다. 뭔가를 했을 때 머릿속에서 ‘(감탄하듯) 아!’ 하며 그게 딱 지워진 느낌이 든다. 체크!

10. ‘드디어, 클리어!’ 이런 느낌?
지수 : 맞다, 그런 느낌. 내가 썼던 게 잘 기억 안 나지만 뭘 하다가도 ‘어, 이거 내가 썼던 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2015년 계획표를 보니, 82 퍼센트 정도 달성했더라. 만족했다.

10. 이제, 작품 얘기를 좀 해보자. KBS2 ‘페이지 터너’는 원래 2월 방영 예정 아니었나.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커밍 순(Coming Soon)’이 떠 있더라.
지수 : 나도 어제 얘기를 들었는데, 3월쯤이 될 거 같다고 하더라.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웃음)

10. ‘페이지 터너’에서 맡은 역할은 어떤 인물인가.
지수 : 운동선수였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아노를 배워 보게 된다.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다.

10. 티저를 보니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실제로 한 건가.
지수 : (장대높이뛰기를) 배웠다. 촬영할 땐 백 프로 내가 다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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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승마, 무술, 장대높이뛰기까지, 뭔가를 배우는 것에 있어 겁내지 않는 타입인가 보다.
지수 :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10. 배우면 다 잘하나?
지수 : 습득은 빠른 거 같은데 그 이상은 잘 못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초반에만 살짝 잘 배우다가… (웃음) 이것도, 종목마다 다른 것 같다.

10. 딱, 배우 아닌가. 연기하는 데에 필요한 정도만 알면 되잖아. 그래서, 여태까지 했던 것 중 뭘 제일 잘하는 거 같나.
지수 :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난, 뭘 잘하는가?’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거 같다.

10. 티저에 등장한 “페이지 터너라는 게 말이야, 연주를 살리기도 하지만, 작정하면 망칠 수도 있어”라는 말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나.
지수 : 여기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난 연주자가 아이, 페이지 터너가 부모라고 생각했다. 페이지 터너(부모)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 부모의 역할에 따라 ‘그래 할 수 있어’가 되고 ‘난 안 돼’가 되거든.

10. 페이지 터너가 누군가를 독려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단 이야기인가.
지수 :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은 부모와 자식 간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체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내가 맡은 정차식이란 아이도 부모에게, 엄마(황영희)에게 힘을 많이 받는다. 좋은 환경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친구 같은 엄마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10. 결국, ‘페이지 터너’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지수 : 한국 청춘 드라마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Q. 역시, 또, 청춘!) 이번엔 아예 대놓고 ‘청춘 3부작 드라마’라고 쓰여 있다. (웃음) 시청률과 상관없이 영화처럼 오래 남아,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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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까지 다 경험해 봤는데, 자신에게 좀 더 익숙하고 친밀한 곳은 어느 영역인 것 같나.
지수 : 이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방향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영화 할 때가 좋다. 사실 매체의 차이일 뿐이고 다 같은 베이스 안에서 이뤄지는 거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영화 할 때가 제일 좋았다.

10. 영화 ‘글로리데이’도 곧 개봉한다. 함께 촬영한 수호, 류준열, 김희찬과 많이 친해 보이던데. 그 그룹 안에서는 막내 아니었나? 형들이 많이 예뻐했겠다.
지수 : 촬영할 땐 다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용비(지수가 맡은 역할)가 친구들 중 리더였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도 형들을 지휘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웃음) 형, 동생, 이런 걸 떠나서 진짜 친구들처럼 편하게 임했다.

10. 아, 용비가 리더였구나.
지수 :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리더 말고,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주도적으로 하는, 그런 스타일.

10. 실제로 지수는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스타일인가.
지수 : 친구들이랑 있을 땐 내가 살짝 주도적인 편인 거 같고, 형들이랑 있을 때는 따라가는 편이다. 둘 다 선호하기는 한다.

10. 촬영하면서 형, 동생, 동갑 다 겪어 봤는데, 어느 쪽이 편하던가.
지수 : 동갑이나 형들? 동생들은 대하기 어렵다기 보다, 좀 낯설다. 아는 동생들도 몇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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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작년에 아리랑TV에서 ‘글로리데이’ 팀이 함께 인터뷰한 걸 보니, 수호가 “지수가 보기에는 상남자, 거친 남자, 섹시한 남자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큐트함’ 그게 정말 매력이다”라고 말하더라. 형들에게 귀여움 받는 동생, 맞는 것 같은데?
지수 : 사람들마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형이 봤을 땐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남자아이가 조금의 귀여운 행동을 했을 때 크게 와 닿은 게 아닐까.

10. 그, 조금의 귀여운 행동이란 게 뭔가.
지수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이~형~형, 이런 거. (웃음) 아주 작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다 쌓여서 형에게는 귀여운 동생으로 인식이 되는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겠지.

10. 그러니깐, 당신이 무슨 얘기만 하면 그렇게 웃더라.
지수 : 귀여움을 받은 건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랑을 받았다.

10. 그걸, 느꼈나.
지수 : 느꼈지!

10. 어떻게?
지수 : 뜨.겁.게. (웃음) 그들이 나를 대하는 게 다 느껴지니깐.

10. ‘글로리데이’를 찍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신이 있나.
지수 : 오프닝 때 많이 달리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고, 모래사장을 다 같이 뛰어다니는 장면도 그렇다. 카메라만 켜놓고 편하게 친구처럼 웃고 떠들고 했던 것이 영상에도 예쁘게 잘 담긴 거 같아서 좋았다.

10. 최정열 감독이 BIFF 때 “지수 씨는 존재 자체가 보석 같다”고 했는데, 그 얘기 기억나나.
지수 : 그럼!

10. ‘보석 같다’는 표현에 범상치 않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이 더 기대된 것도 있고.
지수 : 사랑이 넘치신다. 배우들에게 애정을 많이 주시는, 좋은 분이다.

10. 작년 5, 6월에 촬영해서 촬영했을 때의 일은 잘 생각 안 나기도 하겠다.
지수 : 아니다.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평소에도 자주 뵌다. 이번에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도 같이 봤다. 준면(수호)이 형이랑, 희찬이 형이랑, 감독님이랑 저녁 먹고 그랬다. 준열이 형은 아프리카에 가 있어서 같이 못 봤고. 종종 이렇게 모인다.
사진. 구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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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디카프리오를 좋아하지 않나. 그래, ‘레버넌트’는 어떻든가.
지수 : (감격한 표정으로) 전설이었다. 오프닝 신부터, 다.

10.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나?
지수 :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다. 불굴의 의지로! 이건 의지와는 별개로 본능적인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되니깐 움직였던 거 아니었을까. 아니라면 나도 다 내려놓겠지만. 되는 한은 끝까지 몸부림 칠 것 같다.

10. 곧 있을 아카데미에서 레오의 수상 여부도 기대하고 있겠다.(인터뷰는 레오의 수상 전에 진행되었다.)
지수 : 수상은, 당연한 거다! (일동 웃음) 많은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 응원도 해주고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이럴 때 또 반대로 될 수 있어서 살~짝, 한 1.2 퍼센트 불안하긴 하지만…

10. 왜, 본인이 불안하나.
지수 : 난… 팬…이니깐. (웃음)

10. 자신이 아카데미처럼 그런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할 것 같나.
지수 :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모님, 사랑해요!

10. (웃음) 앞서 신년 계획 얘기를 잠깐 했는데, 2016년 목표를 말해준다면.
지수 : 지금 하고 있는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작품이 잘 나와서 잘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 운동도 해서 몸도 건강하게 만들고, 책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지는 2016년을 보내 더 멋진 사람, 더 멋진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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