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지수 : 이제 막 ‘보보경심:려(이하 보보경심)’ 촬영을 시작했다. 작품 때문에 액션 연습하고, 말도 타며 준비 중이다.
10. 어렸을 때 유도를 해서 몸 쓰는 건 꽤 잘할 것 같은데.
지수 : 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웃음) 그래도 말 타는 건 신나고 재미있다. 액션은 아직 고난도의 것은 아니고, 합을 맞출 때 필요한 기본기들만 배워 놓은 상태다.
10. 그나저나, 3개월 전쯤 KBS2 ‘발칙하게 고고’ 촬영을 마치고 만났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수 : (웃으며) 어떻게?
10. 좀 더 남자다워진 느낌이랄까.
지수 : (전혀 아니라는 듯한 표정)
10. 왜, 스스로는 잘 모르겠나?
지수 : 모르겠다. 10월이었나? 11월? 벌써 석 달 전 일이구나.
10. 시간 가는 걸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나 보다.
지수 : 그건 아니다. (읊조리듯) 이제, 2월이네… 10. 1월 1일엔 뭘 했나.
지수 : 12월 31일 밤엔 가족들이랑 있었다. 그러다가… 어, 1일은 뭐했지? 아! 그냥, 집에 있었다. (웃음)
10. 12월 30일엔 ‘2015 MBC 연기대상’에 참석했고. 시상식은 처음이었을 텐데,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지수 :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있으니 되게 좋았다. 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고, 시상도 하다 보니 많이 떨리기도 했다. 신인상 후보에는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올라서 굉장히 만족했다.
10. 시상하러 김유정과 함께 등장할 때 보니, 웬 로봇이 걸어 나오는 줄 알았다. (웃음)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
지수 : 으하하하하하. 그래도, 재미있었다.
10. 올해 계획은 세웠나?
지수 : 세웠는데, 비.밀.이.다. (웃음)
10. 앗. (웃음)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인가?
지수 : (노트에) 두 페이지 정도로 쓰는데 몇 개나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한 스무 가지 정도는 적은 것 같은데?
10. 그중 지금까지 이룬 건 있나?
지수 : 상하이를 갔다 왔다. 계획 중에 ‘해외여행 4번 이상 가기’가 있거든. 좀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웃음)
10. 올해 안에?
지수 : 목표는 크게 잡는 거거든! (Q. 그렇지, 그래야 그 근처라도 가보니깐.) 맞다. 그래서, 일단 한 번은 이뤘다. 대표님이랑 정말 급하게 2박 3일로 ‘수르륵’ 잠깐 다녀왔다. 예전에 놀러 갔을 때 와이탄 쪽을 인상 깊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가니 또 좋았다. 신천지도 갔고.
10. 신천지 쪽에 맛집도 많은데, 가봤나.
지수 : 아, 그런가? 우리는 다 코스 음식을 먹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급 한정식 같은? 좋은 음식이었는데 입맛에는 잘 안 맞았다. (웃음) 난 그냥 고기가 좋은데… 치킨 먹고, 그런 게 좋다. 10. 말해줄 수 있는 다른 계획들은 뭐가 있나.
지수 :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운동 열심히 해서 몸짱 되기’, ‘책 12권 읽기’…
10. 구체적으로 쓰는 편인가 보다.
지수 : 원래는 좀 상징적으로, 추상적으로, 크게 세웠다. 2014년에 썼던 걸 보니 그렇더라. 그런데 그러니깐 목표 달성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숫자가 들어가야 좋다. 뭔가를 했을 때 머릿속에서 ‘(감탄하듯) 아!’ 하며 그게 딱 지워진 느낌이 든다. 체크!
10. ‘드디어, 클리어!’ 이런 느낌?
지수 : 맞다, 그런 느낌. 내가 썼던 게 잘 기억 안 나지만 뭘 하다가도 ‘어, 이거 내가 썼던 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2015년 계획표를 보니, 82 퍼센트 정도 달성했더라. 만족했다.
10. 이제, 작품 얘기를 좀 해보자. KBS2 ‘페이지 터너’는 원래 2월 방영 예정 아니었나.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커밍 순(Coming Soon)’이 떠 있더라.
지수 : 나도 어제 얘기를 들었는데, 3월쯤이 될 거 같다고 하더라.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웃음)
10. ‘페이지 터너’에서 맡은 역할은 어떤 인물인가.
지수 : 운동선수였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아노를 배워 보게 된다.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다.
10. 티저를 보니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실제로 한 건가.
지수 : (장대높이뛰기를) 배웠다. 촬영할 땐 백 프로 내가 다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10. 승마, 무술, 장대높이뛰기까지, 뭔가를 배우는 것에 있어 겁내지 않는 타입인가 보다.
지수 :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10. 배우면 다 잘하나?
지수 : 습득은 빠른 거 같은데 그 이상은 잘 못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초반에만 살짝 잘 배우다가… (웃음) 이것도, 종목마다 다른 것 같다.
10. 딱, 배우 아닌가. 연기하는 데에 필요한 정도만 알면 되잖아. 그래서, 여태까지 했던 것 중 뭘 제일 잘하는 거 같나.
지수 :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난, 뭘 잘하는가?’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거 같다.
10. 티저에 등장한 “페이지 터너라는 게 말이야, 연주를 살리기도 하지만, 작정하면 망칠 수도 있어”라는 말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나.
지수 : 여기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난 연주자가 아이, 페이지 터너가 부모라고 생각했다. 페이지 터너(부모)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 부모의 역할에 따라 ‘그래 할 수 있어’가 되고 ‘난 안 돼’가 되거든.
10. 페이지 터너가 누군가를 독려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단 이야기인가.
지수 :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은 부모와 자식 간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체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내가 맡은 정차식이란 아이도 부모에게, 엄마(황영희)에게 힘을 많이 받는다. 좋은 환경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친구 같은 엄마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10. 결국, ‘페이지 터너’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지수 : 한국 청춘 드라마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Q. 역시, 또, 청춘!) 이번엔 아예 대놓고 ‘청춘 3부작 드라마’라고 쓰여 있다. (웃음) 시청률과 상관없이 영화처럼 오래 남아,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10.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까지 다 경험해 봤는데, 자신에게 좀 더 익숙하고 친밀한 곳은 어느 영역인 것 같나.
지수 : 이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방향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영화 할 때가 좋다. 사실 매체의 차이일 뿐이고 다 같은 베이스 안에서 이뤄지는 거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영화 할 때가 제일 좋았다.
10. 영화 ‘글로리데이’도 곧 개봉한다. 함께 촬영한 수호, 류준열, 김희찬과 많이 친해 보이던데. 그 그룹 안에서는 막내 아니었나? 형들이 많이 예뻐했겠다.
지수 : 촬영할 땐 다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용비(지수가 맡은 역할)가 친구들 중 리더였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도 형들을 지휘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웃음) 형, 동생, 이런 걸 떠나서 진짜 친구들처럼 편하게 임했다.
10. 아, 용비가 리더였구나.
지수 :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리더 말고,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주도적으로 하는, 그런 스타일.
10. 실제로 지수는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스타일인가.
지수 : 친구들이랑 있을 땐 내가 살짝 주도적인 편인 거 같고, 형들이랑 있을 때는 따라가는 편이다. 둘 다 선호하기는 한다.
10. 촬영하면서 형, 동생, 동갑 다 겪어 봤는데, 어느 쪽이 편하던가.
지수 : 동갑이나 형들? 동생들은 대하기 어렵다기 보다, 좀 낯설다. 아는 동생들도 몇 없고. 10. 작년에 아리랑TV에서 ‘글로리데이’ 팀이 함께 인터뷰한 걸 보니, 수호가 “지수가 보기에는 상남자, 거친 남자, 섹시한 남자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큐트함’ 그게 정말 매력이다”라고 말하더라. 형들에게 귀여움 받는 동생, 맞는 것 같은데?
지수 : 사람들마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형이 봤을 땐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남자아이가 조금의 귀여운 행동을 했을 때 크게 와 닿은 게 아닐까.
10. 그, 조금의 귀여운 행동이란 게 뭔가.
지수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이~형~형, 이런 거. (웃음) 아주 작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다 쌓여서 형에게는 귀여운 동생으로 인식이 되는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겠지.
10. 그러니깐, 당신이 무슨 얘기만 하면 그렇게 웃더라.
지수 : 귀여움을 받은 건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랑을 받았다.
10. 그걸, 느꼈나.
지수 : 느꼈지!
10. 어떻게?
지수 : 뜨.겁.게. (웃음) 그들이 나를 대하는 게 다 느껴지니깐.
10. ‘글로리데이’를 찍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신이 있나.
지수 : 오프닝 때 많이 달리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고, 모래사장을 다 같이 뛰어다니는 장면도 그렇다. 카메라만 켜놓고 편하게 친구처럼 웃고 떠들고 했던 것이 영상에도 예쁘게 잘 담긴 거 같아서 좋았다.
10. 최정열 감독이 BIFF 때 “지수 씨는 존재 자체가 보석 같다”고 했는데, 그 얘기 기억나나.
지수 : 그럼!
10. ‘보석 같다’는 표현에 범상치 않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이 더 기대된 것도 있고.
지수 : 사랑이 넘치신다. 배우들에게 애정을 많이 주시는, 좋은 분이다.
10. 작년 5, 6월에 촬영해서 촬영했을 때의 일은 잘 생각 안 나기도 하겠다.
지수 : 아니다.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평소에도 자주 뵌다. 이번에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도 같이 봤다. 준면(수호)이 형이랑, 희찬이 형이랑, 감독님이랑 저녁 먹고 그랬다. 준열이 형은 아프리카에 가 있어서 같이 못 봤고. 종종 이렇게 모인다. 10. 디카프리오를 좋아하지 않나. 그래, ‘레버넌트’는 어떻든가.
지수 : (감격한 표정으로) 전설이었다. 오프닝 신부터, 다.
10.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나?
지수 :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다. 불굴의 의지로! 이건 의지와는 별개로 본능적인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되니깐 움직였던 거 아니었을까. 아니라면 나도 다 내려놓겠지만. 되는 한은 끝까지 몸부림 칠 것 같다.
10. 곧 있을 아카데미에서 레오의 수상 여부도 기대하고 있겠다.(인터뷰는 레오의 수상 전에 진행되었다.)
지수 : 수상은, 당연한 거다! (일동 웃음) 많은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 응원도 해주고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이럴 때 또 반대로 될 수 있어서 살~짝, 한 1.2 퍼센트 불안하긴 하지만…
10. 왜, 본인이 불안하나.
지수 : 난… 팬…이니깐. (웃음)
10. 자신이 아카데미처럼 그런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할 것 같나.
지수 :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모님, 사랑해요!
10. (웃음) 앞서 신년 계획 얘기를 잠깐 했는데, 2016년 목표를 말해준다면.
지수 : 지금 하고 있는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작품이 잘 나와서 잘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 운동도 해서 몸도 건강하게 만들고, 책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지는 2016년을 보내 더 멋진 사람, 더 멋진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지수는, 한 잎 한 잎, 꽃잎 펼쳐내듯 말한다.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며 건네기에, 언제나, 지수의 이야기는 전부 다 소중히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가끔은 비밀스럽게도 느껴진다.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적정한 템포로 말하는 사람. 연기를 할 때도 그렇다. 지수의 방식으로 호흡하며, 지수만의 얼굴을 내보인다. 2015년, ‘앵그리맘’과 ‘발칙하게 고고’에 이어 곧 우리 곁을 찾을 청춘 3부작 KBS2 ‘페이지 터너’, 그리고 영화 ‘글로리데이’까지. 지수는, 거칠다가도 한없이 여린, 그러다가 결국엔 ‘청춘’이라는 찬란한 이름으로 수렴되는, 지수다운 연기를 선보인다. 머지않아 활짝 핀 꽃이 될 지수를, 어느 햇살 좋은 날, 마주했다.10.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수 : 이제 막 ‘보보경심:려(이하 보보경심)’ 촬영을 시작했다. 작품 때문에 액션 연습하고, 말도 타며 준비 중이다.
10. 어렸을 때 유도를 해서 몸 쓰는 건 꽤 잘할 것 같은데.
지수 : 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웃음) 그래도 말 타는 건 신나고 재미있다. 액션은 아직 고난도의 것은 아니고, 합을 맞출 때 필요한 기본기들만 배워 놓은 상태다.
10. 그나저나, 3개월 전쯤 KBS2 ‘발칙하게 고고’ 촬영을 마치고 만났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수 : (웃으며) 어떻게?
10. 좀 더 남자다워진 느낌이랄까.
지수 : (전혀 아니라는 듯한 표정)
10. 왜, 스스로는 잘 모르겠나?
지수 : 모르겠다. 10월이었나? 11월? 벌써 석 달 전 일이구나.
10. 시간 가는 걸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냈나 보다.
지수 : 그건 아니다. (읊조리듯) 이제, 2월이네… 10. 1월 1일엔 뭘 했나.
지수 : 12월 31일 밤엔 가족들이랑 있었다. 그러다가… 어, 1일은 뭐했지? 아! 그냥, 집에 있었다. (웃음)
10. 12월 30일엔 ‘2015 MBC 연기대상’에 참석했고. 시상식은 처음이었을 텐데,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지수 :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있으니 되게 좋았다. 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고, 시상도 하다 보니 많이 떨리기도 했다. 신인상 후보에는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올라서 굉장히 만족했다.
10. 시상하러 김유정과 함께 등장할 때 보니, 웬 로봇이 걸어 나오는 줄 알았다. (웃음)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더라.
지수 : 으하하하하하. 그래도, 재미있었다.
10. 올해 계획은 세웠나?
지수 : 세웠는데, 비.밀.이.다. (웃음)
10. 앗. (웃음)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인가?
지수 : (노트에) 두 페이지 정도로 쓰는데 몇 개나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한 스무 가지 정도는 적은 것 같은데?
10. 그중 지금까지 이룬 건 있나?
지수 : 상하이를 갔다 왔다. 계획 중에 ‘해외여행 4번 이상 가기’가 있거든. 좀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웃음)
10. 올해 안에?
지수 : 목표는 크게 잡는 거거든! (Q. 그렇지, 그래야 그 근처라도 가보니깐.) 맞다. 그래서, 일단 한 번은 이뤘다. 대표님이랑 정말 급하게 2박 3일로 ‘수르륵’ 잠깐 다녀왔다. 예전에 놀러 갔을 때 와이탄 쪽을 인상 깊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가니 또 좋았다. 신천지도 갔고.
10. 신천지 쪽에 맛집도 많은데, 가봤나.
지수 : 아, 그런가? 우리는 다 코스 음식을 먹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급 한정식 같은? 좋은 음식이었는데 입맛에는 잘 안 맞았다. (웃음) 난 그냥 고기가 좋은데… 치킨 먹고, 그런 게 좋다. 10. 말해줄 수 있는 다른 계획들은 뭐가 있나.
지수 :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운동 열심히 해서 몸짱 되기’, ‘책 12권 읽기’…
10. 구체적으로 쓰는 편인가 보다.
지수 : 원래는 좀 상징적으로, 추상적으로, 크게 세웠다. 2014년에 썼던 걸 보니 그렇더라. 그런데 그러니깐 목표 달성치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숫자가 들어가야 좋다. 뭔가를 했을 때 머릿속에서 ‘(감탄하듯) 아!’ 하며 그게 딱 지워진 느낌이 든다. 체크!
10. ‘드디어, 클리어!’ 이런 느낌?
지수 : 맞다, 그런 느낌. 내가 썼던 게 잘 기억 안 나지만 뭘 하다가도 ‘어, 이거 내가 썼던 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2015년 계획표를 보니, 82 퍼센트 정도 달성했더라. 만족했다.
10. 이제, 작품 얘기를 좀 해보자. KBS2 ‘페이지 터너’는 원래 2월 방영 예정 아니었나.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커밍 순(Coming Soon)’이 떠 있더라.
지수 : 나도 어제 얘기를 들었는데, 3월쯤이 될 거 같다고 하더라.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웃음)
10. ‘페이지 터너’에서 맡은 역할은 어떤 인물인가.
지수 : 운동선수였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아노를 배워 보게 된다.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다.
10. 티저를 보니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실제로 한 건가.
지수 : (장대높이뛰기를) 배웠다. 촬영할 땐 백 프로 내가 다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10. 승마, 무술, 장대높이뛰기까지, 뭔가를 배우는 것에 있어 겁내지 않는 타입인가 보다.
지수 :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10. 배우면 다 잘하나?
지수 : 습득은 빠른 거 같은데 그 이상은 잘 못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초반에만 살짝 잘 배우다가… (웃음) 이것도, 종목마다 다른 것 같다.
10. 딱, 배우 아닌가. 연기하는 데에 필요한 정도만 알면 되잖아. 그래서, 여태까지 했던 것 중 뭘 제일 잘하는 거 같나.
지수 :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난, 뭘 잘하는가?’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거 같다.
10. 티저에 등장한 “페이지 터너라는 게 말이야, 연주를 살리기도 하지만, 작정하면 망칠 수도 있어”라는 말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나.
지수 : 여기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난 연주자가 아이, 페이지 터너가 부모라고 생각했다. 페이지 터너(부모)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달라진다. 부모의 역할에 따라 ‘그래 할 수 있어’가 되고 ‘난 안 돼’가 되거든.
10. 페이지 터너가 누군가를 독려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단 이야기인가.
지수 : 그렇다. 그래서 이 작품은 부모와 자식 간의 성장담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체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내가 맡은 정차식이란 아이도 부모에게, 엄마(황영희)에게 힘을 많이 받는다. 좋은 환경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친구 같은 엄마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10. 결국, ‘페이지 터너’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지수 : 한국 청춘 드라마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Q. 역시, 또, 청춘!) 이번엔 아예 대놓고 ‘청춘 3부작 드라마’라고 쓰여 있다. (웃음) 시청률과 상관없이 영화처럼 오래 남아,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10.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까지 다 경험해 봤는데, 자신에게 좀 더 익숙하고 친밀한 곳은 어느 영역인 것 같나.
지수 : 이건 그냥, 내가 좋아하는 방향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영화 할 때가 좋다. 사실 매체의 차이일 뿐이고 다 같은 베이스 안에서 이뤄지는 거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영화 할 때가 제일 좋았다.
10. 영화 ‘글로리데이’도 곧 개봉한다. 함께 촬영한 수호, 류준열, 김희찬과 많이 친해 보이던데. 그 그룹 안에서는 막내 아니었나? 형들이 많이 예뻐했겠다.
지수 : 촬영할 땐 다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용비(지수가 맡은 역할)가 친구들 중 리더였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도 형들을 지휘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웃음) 형, 동생, 이런 걸 떠나서 진짜 친구들처럼 편하게 임했다.
10. 아, 용비가 리더였구나.
지수 :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리더 말고,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주도적으로 하는, 그런 스타일.
10. 실제로 지수는 인간관계 속에서 어떤 스타일인가.
지수 : 친구들이랑 있을 땐 내가 살짝 주도적인 편인 거 같고, 형들이랑 있을 때는 따라가는 편이다. 둘 다 선호하기는 한다.
10. 촬영하면서 형, 동생, 동갑 다 겪어 봤는데, 어느 쪽이 편하던가.
지수 : 동갑이나 형들? 동생들은 대하기 어렵다기 보다, 좀 낯설다. 아는 동생들도 몇 없고. 10. 작년에 아리랑TV에서 ‘글로리데이’ 팀이 함께 인터뷰한 걸 보니, 수호가 “지수가 보기에는 상남자, 거친 남자, 섹시한 남자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큐트함’ 그게 정말 매력이다”라고 말하더라. 형들에게 귀여움 받는 동생, 맞는 것 같은데?
지수 : 사람들마다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형이 봤을 땐 키도 크고 덩치도 큰 남자아이가 조금의 귀여운 행동을 했을 때 크게 와 닿은 게 아닐까.
10. 그, 조금의 귀여운 행동이란 게 뭔가.
지수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이~형~형, 이런 거. (웃음) 아주 작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다 쌓여서 형에게는 귀여운 동생으로 인식이 되는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겠지.
10. 그러니깐, 당신이 무슨 얘기만 하면 그렇게 웃더라.
지수 : 귀여움을 받은 건 사실 잘 모르겠다. 사랑을 받았다.
10. 그걸, 느꼈나.
지수 : 느꼈지!
10. 어떻게?
지수 : 뜨.겁.게. (웃음) 그들이 나를 대하는 게 다 느껴지니깐.
10. ‘글로리데이’를 찍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신이 있나.
지수 : 오프닝 때 많이 달리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고, 모래사장을 다 같이 뛰어다니는 장면도 그렇다. 카메라만 켜놓고 편하게 친구처럼 웃고 떠들고 했던 것이 영상에도 예쁘게 잘 담긴 거 같아서 좋았다.
10. 최정열 감독이 BIFF 때 “지수 씨는 존재 자체가 보석 같다”고 했는데, 그 얘기 기억나나.
지수 : 그럼!
10. ‘보석 같다’는 표현에 범상치 않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이 더 기대된 것도 있고.
지수 : 사랑이 넘치신다. 배우들에게 애정을 많이 주시는, 좋은 분이다.
10. 작년 5, 6월에 촬영해서 촬영했을 때의 일은 잘 생각 안 나기도 하겠다.
지수 : 아니다. 정말, 하나하나 다 기억난다. 평소에도 자주 뵌다. 이번에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도 같이 봤다. 준면(수호)이 형이랑, 희찬이 형이랑, 감독님이랑 저녁 먹고 그랬다. 준열이 형은 아프리카에 가 있어서 같이 못 봤고. 종종 이렇게 모인다. 10. 디카프리오를 좋아하지 않나. 그래, ‘레버넌트’는 어떻든가.
지수 : (감격한 표정으로) 전설이었다. 오프닝 신부터, 다.
10.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나?
지수 :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다. 불굴의 의지로! 이건 의지와는 별개로 본능적인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되니깐 움직였던 거 아니었을까. 아니라면 나도 다 내려놓겠지만. 되는 한은 끝까지 몸부림 칠 것 같다.
10. 곧 있을 아카데미에서 레오의 수상 여부도 기대하고 있겠다.(인터뷰는 레오의 수상 전에 진행되었다.)
지수 : 수상은, 당연한 거다! (일동 웃음) 많은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고, 응원도 해주고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이럴 때 또 반대로 될 수 있어서 살~짝, 한 1.2 퍼센트 불안하긴 하지만…
10. 왜, 본인이 불안하나.
지수 : 난… 팬…이니깐. (웃음)
10. 자신이 아카데미처럼 그런 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면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할 것 같나.
지수 :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모님, 사랑해요!
10. (웃음) 앞서 신년 계획 얘기를 잠깐 했는데, 2016년 목표를 말해준다면.
지수 : 지금 하고 있는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작품이 잘 나와서 잘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좀 더 성숙해졌으면 한다. 운동도 해서 몸도 건강하게 만들고, 책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공부도 많이 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지는 2016년을 보내 더 멋진 사람, 더 멋진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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