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리멤버
리멤버
‘고구마’, 시청자들에게 어느새 친숙한 단어가 된 이 단어는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전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반대로는 체증까지 단번에 내려주는 시원한 전개를 가리키는 ‘사이다’, ‘스프라이트’ 등의 반의어가 있다.

그런데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이 안방 대표 고구마 드라마로 등극하고 있다. 바로 극 중 주인공 서진우(유승호)의 기구한 삶 때문.

서진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아버지 서재혁(전광렬)을 구하기 위해 최연소 변호사가 돼 아버지를 직접 변호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에 걸린 서재혁은 점점 병세가 심각해지고,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친 그는 누명을 벗지도 못한 채 자신의 재판 중 세상을 떠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남규만(남궁민)의 사주를 받은 판사는 서재혁에게 원심과 같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야말로 서재혁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서진우가 또다시 기억이상증세를 보였고, 의사로부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아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의사는 “기억을 쓰면 쓸수록 진행은 더 빨라질 거예요.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입니다. 그 시간 안에 진우 씨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갈 겁니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을 경악케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아버지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것도 모른 채 합병증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떴고, 죽어서까지 누명을 벗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아들마저 알츠하이머로 시한부를 통보받았다. 드라마가 실제 현실이라면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리멤버’는 당초 11회부터 시작될 2막부터 ‘사이다 전개’가 시작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아버지를 잃은 서진우의 복수는 더욱 체계적이고, 날카로워지고, 더 단단해진다. 게다가 서진우는 사건의 진범을 밝히고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는 것 뿐만 아니라, 일호그룹 전체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 ‘리멤버’ 측은 “서진우는 교묘하게 남규만을 뒤에서 자극하며 차극차근 복수를 진행시켜 짜릿함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리멤버’의 복수는 여전히 답보 상황. 짜릿한 복수를 할 거라던 서진우는 자꾸만 궁지에 몰리고, 남규만의 소름돋는 악행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재판이 끝나고 병원으로 달려간 서진우는 이렇게 오열했다. “아빠, 아직 안 끝났는데 지금 죽으면 어떡해!” 맞다. 아직 ‘리멤버’는 끝나지 않았고, 고구마만 보고 이렇게 ‘리멤버’를 끝낼 수는 없다. 고구마를 넘으면 또 고구마, 도돌이표처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전개가 이어지지만, 고구마가 많을수록 ‘사이다’는 더 통쾌하고 시원할 터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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