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선율 하나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또 그것을 해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가슴 떨리는 일이다. 댄스, 록, 발라드, R&B, EDM, 힙합 등등 세상엔 정말 다양한 음악이 존재한다. 어떤 이는 발라드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어떤 이는 댄스를 들으며 흥을 돋우고, 어떤 이는 힙합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작곡가가 없었다면 즐기지 못할 일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곡가들의 세계는 어떨까. 음표를 그리며 감동을 전하는 작곡가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조영수 작곡가
조영수 작곡가
무언가를 한정 짓고,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 정의 내리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알면서도 ‘내가 알고, 본’것이 절대적이라고 여기고 오류를 범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항상 가슴에 새기려고 노력하지만, 조영수 작곡가를 만나기 전에도 분명 내 안에서 그를 ‘단정’지었던 것 같다.

1996년,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조영수 작곡가. 또 ‘SG워너비=조영수’라는 틀 안에 가둬둔 채로 그를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며, 다시 한번 누군가를 내가 만든 틀 안에게 가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고 참가한 ‘대학가요제’에서 자신이 만든 곡으로 대상을 수상한 조영수 작곡가는 ‘다양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음악에 미쳐, 잠을 줄여가며 몰두한 지난날이 있었고 대중이 원하는 것에 응답하며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모험을 위해, 아직 다 보여주지 않은 색깔을 드러낼 참이다. 20년을 달렸고, 앞으로의 20년의 휘황찬란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틀 밖으로 꺼내놓은 조영수 작곡가의 내일이 기대된다.

10.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영수 : 예전보다는 일을 많이 하지 않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죠. 예전에는 정말 일만 하고 살았는데, 일은 많이 줄였어요. 음악 작업이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거든요.

10. 큰 변화네요. 계기가 있었나요?
조영수 :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데다 일 욕심도 많았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다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꼭 하고 싶은 걸 하죠. 물론, 50%는 제 의도이고 음악시장이 아이돌화 되고, 발라드를 하는 가수들이 적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일이 줄기도 했고요.

10. 작곡가 조영수의 2015년은 어땠나요?
조영수 : 2014년부터 일을 거의 안 했어요. 제작자분들에게도 건강 때문에 일을 많이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SG워너비의 경우에도 사실 멤버들끼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저는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바뀐 거예요.

10. 일은 쉬었지만, SG워너비의 파급력이 컸어요. 과거의 향수도 불러일으켰고요.
조영수 : SG워너비가 새 음반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나 봐요. 회의를 거치고 고민 끝에 제가 합류를 하게 된 거죠. 과거 SG워너비를 할 때는 전부 다 쏟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건강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자신도 없었고 겁도 났어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1등을 못하더라도 부담 없이 서로 즐기자’고 했어요.
조영수
조영수
10. 1등을 했어요. 부담이 컸던 만큼 기쁨도 컸을 것 같아요.
조영수 :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SG워너비 쪽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니 바뀌지 말고 콘셉트를 예전 그대로 가자고 했어요. 대중들이 기대하고 좋아했던 그대로 가는 걸로 회의를 마치고 저에게 온거죠. 곡을 쓰고 만드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예전처럼 가자고 해서 옛날 감성을 집어넣으면 지나치게 올드 해질 수 있어서 멜로디, 화성을 조금 새롭게 하면서 조영수와 SG워너비의 느낌을 만들려고 했죠. 곡은 금방 나왔고, 가장 먼저 멤버들에게 피아노 반주로 들려줬는데 모두 좋아했어요.

10. ‘히든싱어’ 김진호 편에서 눈물을 많이 보이셨는데.
조영수 : 진호는 교복 입고 있을 때부터 봤어요. 저를 큰형 대하듯 깍듯하게 대하는 애기였는데, 무대를 보면서 어른스러워 보이고 커 보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적으로도 성숙한 느낌을 받았고, 옛날 생각도 났고요.

10. 이쯤에서, 작곡가 조영수의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 언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신 건가요?
조영수 : 피아노는 9살 때부터 계속 쳤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항상 생활에 음악이 있었죠. 클래식 피아노를 오래 했고, 악보를 보지 않고 팝, 가요를 연주해보기도 했어요. 혼자 화성학도 공부하고, 열정이 많았어요.

10. 혼자 독학을 했다니, 대단한 열정이에요.
조영수 : 집에서는 음악 하는 걸 반대해서 음대는 시험도 못 봤고요. 대신 대학교에 들어가서 도강을 많이 했어요. 저는 공대였는데 전공 과목은 학사경고를 맞으면서도 음대 도강을 다녔죠. 좋아하는 건 정말 열심히 했어요.

10. 그 정도 열의라면, 편입이라든지 전문적인 공부를 생각해볼 수도 있었겠는데요.
조영수 : 좋아해서 한 거지, 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었고요. 그때는 도강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10.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된 것도 그런 기분의 연장선이었나요?
조영수 :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같이 한 친구들이랑 나갔어요. 곡은 제가 다 썼고, 운 좋게 상을 받았죠.

10. 운이라고 하기엔, 대상이에요(웃음).
조영수 : 대상을 받아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당시 이문세, 김현철 선배님이 심사위원이었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욕구가 생겼죠. ‘하면 되는구나’ 싶었고요.

10. 그 이후에 변화가 있었겠어요.
조영수 : 환경이 바뀌었죠. 기획사에서도 저를 보러 오고, 가수 선배님들도요. 김형석 작곡가 형도 보고. 조금씩 그렇게 흘러든 것 같아요.

10.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군요.
조영 수 : 그렇게 음악 하는 분들을 만나다가 군대에 갔어요. 제대를 할 때 모두가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근데 당시 제 학점으로는 좋은 회사를 갈 수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을 선택하는 길이 열렸죠. 하나를 포기하고, 또 다른 하나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10. 집안의 반대는요?
조영수 : 제대 후 진지하게 말씀을 드렸어요. 여전히 찬성은 아니셨지만, 전보다는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어요.

10. 그럼 그때부터 작곡가로서의 삶이 시작된 거군요.
조영수 : 2002년부터 그렇게 선배들을 따라다니다가 박근태 작곡가 형이 어떻게 제 노래를 들으시고 부르셨어요.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꿈만 같았던 사람과 일을 하는 거라 벅찼죠.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감사해요. 기회를 준 거고,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믿어주기까지 하셨으니까요.

10. 박근태 작곡가와의 연으로 지금까지 오게 된 거라고 해도 되겠네요.
조영수 : 그전까지 아마추어로는 작업을 했지만, 박근태 형과 작업을 하니까 배우는 것도 엄청 많았죠. 습득을 빨리 했어요. 스태프들이 모두 최고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흡수할 수 있었죠. 거창한 목표나 욕심보다는 제가 작업한 곡이 거리에 흐르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그렇게 한, 두 시간 자면서 형과 작업해서 나온 게 신화의 ‘브랜드 뉴(Brand New)'(2004)이고요.

10. ‘브랜드 뉴’를 만드셨다고요? 제가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작곡가 조영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놀랍네요(웃음).
조영수 : 아마 모르셨던 분들은 다 그러실 거예요(웃음). 박근태 형 덕분에 ‘핫’한 가수들과 작업을 할 수 있었죠. 신화의 타이틀 넘버도 공동 작곡을 했어요. 작업실은 따로 있었는데, 근태 형의 오른팔 같은 느낌으로 작업을 했어요.

10.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겠어요.
조영수 : 개인적으로 말하면, 클래식 팝을 많이 듣고 흑인 음악, 알앤비를 좋아해요. 작곡가들이 만든 모든 곡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은 아닐 거예요. 그렇지 않은 음악을 들려드려야 하고, 원하는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거니까요. 저 역시 그렇고요. 처음엔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였어요. 곡이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벌어도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맞는 길인가 싶었거든요. 타협하는 느낌도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죠. 계속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없어지고, 오히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가 만든 곡을 흥얼거리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10. 데뷔 20주년을 맞았고, 물론 슬럼프도 있었겠죠.
조영수 : 요즘에는 곡을 많이 안 쓰고 있어서 남들이 보기엔 슬럼프라고 하겠지만, 오히려 최고로 곡을 많이 쓸 때 슬럼프였어요. 예전처럼 이루려고 하는데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지금은 내려놓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일도 적어진 거라 전혀 그런 마음이 아니에요. 슬럼프 땐 1등을 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죠.

10. 가수 제작도 시작했고요.
조영수 : 내 것이 아니란 생각에 대한 해소로 제작을 하게 된 건 아니고요. 지금도 여전히 회사에서는 주로 곡만 써요. 다만 다른 소속사와 작업할 때와 달리 전체적인 콘셉트, 그림을 그릴 수는 있죠.

10. 투빅과 김그림이 소속돼 있어요.
조영수 : 혼자만의 회사도 아니고, 가수들의 생각도 많이 듣고 싶어요.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감은 더 크죠.

10. 창작의 고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해소는 어떻게 하나요?
조영수 : 일을 많이 할 때는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어요. 그땐 일로 풀었어요. 작업한 곡이 1등을 하면 ‘해냈다’ 그걸로 만족했고요. 그리고 또 다른 곡의 작업을 시작하는.

10. 스트레스 해소를 음악으로 한 거군요.
조영수 : 자동차를 좋아해요. 드라이브하는 게 취미인데, 차에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차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아요. 좋아하는 취미를 하는데, 음악이 들리면 괜히 분석하게 되고 그러면 또 스트레스가 되니까요(웃음). 대신 평가를 안 하고 들을 수 있는 곡은 즐기면서 듣죠.
작곡가 조영수
작곡가 조영수
10. 그럼에도, 음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있겠죠.
조영수 : 과정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성취감이 있어요. 아쉽고, 슬프고, 기분도 안 좋고 계획대로 다 되는 게 아니어도 성취감이 커요(웃음). 그래서 놓지 못하는 거죠.

10. 운명적으로 시작한 음악인데, 후회는 없나요?
조영수 :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요. 글쎄요, 잘 안됐으면 후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음악 외에 잘하는 게 있었다면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10. 음악적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조영수 : 특별한 취미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거 외에는 없어서, 문화생활도 그리 많이 하지 않아요. 시간 없이 일만 하는 게 버릇이 돼 그런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러가지도 않고(웃음). 작업실에 앉아 있어도 일주일 정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고, 반면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이 없어지고 집중될 때가 있어요. 그게 언제인지 모르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그게 또 묘미겠죠, 창작의.

10. 치열하게 음악만을 했고, 어찌 보면 지금은 숨을 고르는 시간 같아요. 앞으로는요?
조영수 :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했던 걸 계속하면 제가 못 견딜 것 같아요. 소진이 너무 많이 됐어요. 남들이 우려먹기라고 하는, 그 스타일을 많이 써서. 결과도 그렇고 음악시장이 많이 바뀌었고요. 이젠 슬픔을 자아내는 멜로디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위주로 하는 음악이 인기를 얻죠.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는 게 정해져 있진 않지만,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요. 모험 심리 같은, 해보고 싶었던 것 그리고 흥미롭게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합니다.

10. 그래도 제작자나 대중은 조영수 작곡가에게 원하는 게 있을 텐데요.
조영수 : 설득을 해야죠.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어쨌든 성공을 했고 그것 역시 가치가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도 할 것 같고요. 받기만 했던 입장을 조금 바꿔보려고요.

10. 그럼, 2016년은 활발히 활동하는 조영수 작곡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조영수 : 다시 예전처럼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죠.

10. 지금까지 20년, 앞으로의 20년을 그려본다면요?
조영수 : 좋아하는 작곡가 선배는 많아요. 그런데 닮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면 박진영 프로듀서예요. 쓸 곡만 쓰고, 제작자로서의 위치도요. 가수를 만들 때도 확실한 콘셉트로 하잖아요. 지금까지는 바뀌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도전 해보려고요. 물론, 기분 좋게 즐기면서.

10. 끝으로, 어떤 작곡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조영수 : 저는 욕도 많이 먹고, 사랑도 많이 받은 작곡가예요(웃음). 양면성 있는 작곡가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훗날, ‘불후의 명곡’의 작곡가 편에 나오게 된다면 ‘저 곡이 조영수가 만들었다고?’라는 반응이면 좋겠어요. 그런 반전도 있고, 이영훈 작곡가님처럼 시간이 흘러서 들어도 좋은, 꾸준히 음악성을 인정받는, 그런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넥스타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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