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용팔이’ 최종회 2015년 10월 1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한신 워룸에서 일하던 직원은 비서실장 몰래 내부에서 해킹한 자료를 가지고 태현(주원)을 찾는다. 여진(김태희)의 간암 투병 사실을 알게 된 태현은 충격에 휩싸인다. 반면 복수를 앞둔 채영(채정안)은 부회장, 임원들과 함께 여진의 저택에 모이기로 하고, 태현은 여진을 구하기 위해 상철(민진웅)과 함께 여진의 저택으로 몰래 숨어든다. 태현의 구출로 간암 사실을 알게 된 여진은 이 과장(정웅인)에게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긴다. 신시아(스테파니 리)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친 여진은 수술실에서 깨어난다.
리뷰
복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악행은 많은 것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여진은 본모습을 잃었고 그 사이 악마의 탈을 쓴 하수인들은 활개를 쳤다. 비서의 신나는 얼굴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집사의 애절한 울음만큼이나 여진의 상태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이고 만다. 하지만 태현과 경호원, 집사 등 완벽한 여진 사람 덕분에 여진은 최악은 면할 수 있게 되었다. 추리에 추리를 거듭해야하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여진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방송에서 여진의 간암 투병에 대한 시청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자, 감독은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간암 설정은 그야말로 무리수에 불과했다. 간암이라는 반전 설정은 하수인들을 몰아내고 태현과의 애절한 사랑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그 무리수는 오히려 용팔이 잡던 경찰의 등장과 함께 통쾌한 복수의 한방을 날릴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실소를 자아내는 설정은 하수인들의 갑작스러운 퇴장으로 마무리 되었다. 왕좌싸움을 위해 장장 17회를 끌어온 권력간의 암투는 “다 끌어내!” 한마디에 아무 반격도 없이 조용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갑을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 ‘용팔이’는 결국 여진의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라는 한마디로 억지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 하였다. 결국은 그 누구도 반성하거나 실제로 벌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 거창하게 끌어오던 모든 전개들이 한순간에 무의미한 것들이 되고 말았을 뿐이다. 이 과장도 그런 갑을관계에 대한 교훈적 해답을 제시하듯, “이제는 그냥 환자와 의사의 관계일 뿐” 이라고 의미 없는 한마디 남겼다.
이렇게 힘 있게 끌어오던 복수의 앙금들은 신파로 마무리 짓기로 작정 한듯 주인공들의 눈물샘만 자극했다. 공감이 되지 않으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리는 만무했다. 차라리 빨리 수술을 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이야기는 수술을 시켜야 하냐 마냐에 마지막 시간의 대부분을 허비했다. 덕분에 의도한대로 태현의 절절한 사랑은 깊이 있게 표현됐지만 말이다.
‘용팔이’ 작가진은 수미상관 구조에 가장 큰 열과 성의를 다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예상한대로 태현과 여진은 바람의 언덕을 찾았다. 영영 헤어지지 않기 위한 의식을 치르듯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또 ‘용팔이’라는 제목을 마지막으로 보완이라도 하듯, 미국 용팔이가 여진의 수술을 진행하였다. 기-승-전-용팔이에 바람의 언덕까지 제작진은 시작과 끝의 완벽한 마무리에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 용두사미 전개의 끝을 보여준 용팔이, 김태희의 연기 성장이 있었고, 또 한 번 시청률 신화를 써낸 주원이 있어 유종의 미는 거두었지만, 스토리의 완성도에는 그저 아쉬움만 남는다.
수다포인트
- CT 해킹과 그 자료를 들고 김원장에게로? 극적 전개의 끝판왕
– 그 중요한 상황에 엎드려 자고 깨지 않는 태현.
– 신시아의 재등장, 미국 용팔이와 함께?
이현민 객원기자
사진. SBS ‘용팔이’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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