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사도
사도
공개날짜: 9월 3일(목) 오후 2시
공개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감독: 이준익
제작: ㈜타이거픽쳐스
배급: 쇼박스
개봉: 9월 16일

줄거리: 어린 시절, 유달리 총명했던 사도(유아인)는 영조(송강호)의 큰 기쁨이었다. 영조는 마흔 살이 넘어 얻은 아들 사도를 바로 세자로 책봉한다. 하지만 학문과 예법을 중시한 영조와 달리 사도는 예술과 무예에 소질이 있고 자유분방한 기질이 강했다. 사도는 영조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그치는 아버지를 점점 원망하게 된다. 그렇게 부자관계는 엇갈리기 시작한다.

첫느낌: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영조와 사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문을 연다. 돌이킬 수 없게 돼버린 ‘사도세자 비운의 운명’을 예열 없이 바로 100도씨 끓는 물에 올려놓는 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뜨거운 열기를 펄펄 내뿜으며 부자지간의 애증을 파고파고 또 파고든다. 몰입감이 상당하다. 러닝 타임 125분. 시계를 볼 틈 따윈 없다.

뜨겁고, 섬세하고, 유머러스한데, 현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공기마저 농밀하게 담아낸 웰 메이드 사극이다. 역사 자제가 스포일러인 사도세자 ‘뒤주 이야기’로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 끌 수 있을까. ‘사도’는 그렇다고 증명하는 영화다. 좋은 시나리오란 무릇 ‘인간내면의 변화’가 작품 속에서 꿈틀거리는 법이다. ‘사도’에는 이런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넘실거리고, 인물의 변화가 섬세하게 직조돼 있다. 아마도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사도세자와 영조 중 누구의 편을 들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적재적소에 침투하는 음악이 극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리드미컬한 편집감각이 과거와 현재를 무리 없이 따르게 한다. 10년 전 ‘왕의 남자’로 극장가를 호령했던 이준익 감독은 ‘사도’를 통해 또 하나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배우들이다. 놀랍게도 유아인이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폭죽이 터진다. 더 놀랍게도 송강호가 등장하는 시퀀스 자체가 폭탄이다. 선수끼리의 연기대결, 근사하다. 먼저 송강호, 연기경력 25년차인 이 배우가 아직 보여주지 않고 감춰 둔 얼굴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분명 송강호가 해석한 영조는 기존 작품에서 보아온 영조들과는 다른 결이다. ‘사도’는 영조를 그저 위대한 인물로만 그리지 않는다. 때로는 질투심에 옹졸한 말을 하고, 때론 콤플렉스에 못 이겨 심술을 드러내는 모습을 통해 영조에 대한 여러 해석을 열어둔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영조의 근질근질한 매력은, 송강호의 공력에서 비롯된다. 이 배우에게 연기의 정형성이란 없는 듯하다.

영조의 콤플렉스가 낳은 괴물이 바로 사도세자(라고 영화는 해석했)다. 사도세자를 연기한 서른 살의 유아인. ‘밀회’로 관객을 홀리고, ‘베테랑’으로 숨겨둔 칼을 꺼내들더니, ‘사도’를 통해 뭔가를 또 한 번 넘어섰다. 사도세자에 대해 유아인은 “주어진 운명에 의문을 던지는 기질을 지닌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했는데, 이건 영락없이 유아인이 추구하는 연기관이다. 아버지 영조 앞에서 안절부절 할 때,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감정을 폭발시킬 때, 북을 치며 피눈물을 쏟을 때, 뒤주에서 몸서리치며 환상과 싸울 때, 유아인의 연기는 그러니까…‘작두를 탔다’는 말밖에는. 이 배우를 주목하지 않기란 힘들다.

송강호-유아인 이외의 연기자들도 훌륭하다. 혜경궁 홍씨를 연기한 문근영은 내면의 불안을 끝까지 속에 숨긴 채 시한폭탄 같은 길을 꼿꼿이 걸어가는데 성공한다. 대왕대비 인원왕후를 연기한 김해숙의 관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역의 전혜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좋은 연출위에 배우들이 불을 내뿜고 있으니, 당분간 영조-사도세자로 영화 만들겠다는 연출자는 (‘강심자’ 아니고서야) 없을듯하다.

관람지수: 10점 만점에 9점

TEN COMMENTS, 송강호·유아인 연기, 작두를 탔다는 말밖에는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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