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스테파니
스테파니
데뷔는 2005년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천무 스테파니’라는 이름으로. 10년이 흐른 지금은 ‘스테파니’로 재도약에 나섰다. 어린 나이에 그룹의 막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대형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지난 10년의 활동이 늘 순탄한 건 아니다. 그룹 활동은 어느 순간 주춤했고, 솔로 음반도 냈으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러면서 우울증도, 슬럼프도 겪었다.

짧지 않았던 터널을 빠져나와 내놓은 건 ‘프리즈너(Prisoner)’. ‘천무’인 시절 주목을 받은 퍼포먼스를 잠시 내려놓고, 가창에 집중했다.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SM이 아닌 다른 소속사에서, 약 3년 만의 컴백인 만큼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모두 다 보여줄 생각이다.

먼 훗날에도 가수를 할 것이고, 대중을 위한 가요를 하겠다는 스테파니. 그의 두 번째 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수 스테파니 (쇼챔피언)
가수 스테파니 (쇼챔피언)
Q. 얼마 만인가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스테파니 : 매일 바쁘게 지냈어요. 가만히 있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건 몸에 배어있지 않은 것 같아요. 학교도 다녔고, 라디오 디제이(DJ)도 하면서 그렇게. 1년 반을 게스트로 나가다가, 정식 디제이가 됐거든요. 디제이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에 포커스가 맞춰지더라고요. 후배들도 수시로 업데이트 되고, 언제든지 먼저 인사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겼어요. 아, 또 뮤지컬도 했어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소극장 뮤지컬이요.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는 또 다른 보컬이라 연습도 많이 했고요.

Q. 가수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면, 보컬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 애를 먹는다고 하던데요
스테파니 : 엄마가 성악을 하셨어요. 그게 몸에 쌓여있는 것 같은데, 물론 많이 혼났죠.(웃음) 간드러지게, 예쁘게 소리를 내는 법만 배우다가 쉽지는 않았죠. 성향 자체는 엄마를 닮아서 보이스가 워낙 낮아요. 오히려 한 번 바꾸고 나니까 조금 쉬워진 것도 같아요. 그것보다 역할이 1인 7역이었어요. 캐릭터에 맞게 바꾸는 것 때문에 애를 먹었죠.

Q.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가수로 나오는 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스테파니 : 3년 전, 컴백을 했는데 그게 위탁 계약의 스타트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미숙한 부분이 있었죠. 이번 활동은 마피아 레코드의 홍성용 대표가 SM 측과 이야기를 먼저 했어요. 이후 저에게 의사를 여쭤보시더라고요. ‘이런 제의가 들어왔는데’라고 해서 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케이’라고 했죠. 그리고 모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홍성용 대표가 많은 뮤직비디오를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대략적인 콘셉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열정을 보고, 감동했죠.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제안을 해준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잖아요.

Q. 위탁계약, 생소한 말이에요
스테파니 : 대한민국에서 처음일걸요.(웃음) 그래서 더 책임감도 있어요. 제가 잘 다져놓으면. 한 회사에서 많은 아티스트가 활동을 못하니까, 기회가 있으면 다른 회사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SM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그렇게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됐는데, 들뜨고 기뻐요.

Q. 마피아 레코드에 대한 마음도 남다르겠고요
스테파니 : 홍성용 대표는 친구 같아요.(웃음) 처음 제안을 주시고 만났을 때도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잘 해봐요’라고 악수 나누는 편한 분위기였어요. 물 흐르듯이.

스페파니 (‘프리즈너’ 쇼케이스)
스페파니 (‘프리즈너’ 쇼케이스)
Q. 큰 변화가 있었네요
스테파니 : 변화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일수록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걸 느꼈어요. 방송 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편이에요. 또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독립도 일찍 했어요. 스스로가 덫을 놓아두고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하죠. 어렸을 때부터 매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목표도 한 달에 한 번씩 세워요.

Q. 한 달에 하나의 목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긴장을 풀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 이해가 돼요
스테파니 : 목표를 세우다 보면 꿈을 크게 가질 수 있죠. 한 달이란 거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인데 작은 목표를 세우면 또 다른 성취감이 있어요.

Q. 그럼, 8월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스테파니 : 음악 방송을 통해 노래하는 모습을 부각시키자는 거였어요. 그게 가장 큰 목표였고, 9월 역시 이어질 것 같아요. 새로 내놓은 ‘프리즈너’라는 곡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신곡 소개 좀 해주세요
스테파니 : 1년 전에 받은 곡이에요. ‘프리즈너’. 가사가 어려워요, 지금도.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고, 그렇다고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닌 음악이에요.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기 때문에 무대에서도 신경을 쓰죠. 사랑하면 안 되는, 연인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 곡인데. 표현하기는 자존심 상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고, 이런 오락가락하는 심정을 표현해야 하죠.

Q. 뭔가 심오하네요, 그런 감정을 위해 따로 하는 것도 있나요
스테파니 : 무용을 하다 보니까, 심오한 내용의 무용이 많아요. 그런 걸 많이 접하다 보니까, 사실 평소에는 좋은 것만 생각하고 보려고 하죠. 호러 영화도 피하고, 좋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는 드라마도 잘 안 봐요. 노래할 때만 조금씩 쓰려고 하고 있어요.

Q.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많은 걸 준비했을 것 같아요
스테파니 : 뮤직비디오도 두 편이나 찍었어요. 시리즈로 나오려고 구상했기 때문에 조금씩 다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처음엔 미니음반을 계획했지만, 디지털 싱글로 나온 건 ‘프리즈너’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예요. 최대한 이 곡의 무대를 많이 보여드린 다음, 다음 곡을 내놓을 생각이에요.

Q. 지난날과는 달리 많은 부분에 참여하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또 그만큼 부담도 크겠죠.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지진 않나요
스테파니 :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저의 좋은 점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창작을 좋아해요. 지금도 학교에서 창작과죠. 안무가로서도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기 때문에 만들고 완성시키는 게 정말 좋아요. 천상지희 당시에도 솔로곡이 있었는데, 그때도 혼자 안무 만들고 곡을 썼죠.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해요.(웃음)

Q. 그렇다면, 3년의 공백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
스테파니 : 기다림이란 건 사실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창작을 하고도 피드백이 없으니까 거기에서 오는 무서움이 있었어요.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지만 기다림에서 생기는 원숙미는 또 다르죠. 이번에 준비를 하면서도 기다림이 트레이닝 된 것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음..가만히 못 있는 스타일이죠
스테파니 : 체력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편이에요.(웃음) 일이 없으면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연구를 하는 걸 좋아하는데 ‘파니야, 너 또 뭘 할 수 있니?’라고 묻는 식이죠. 그런데 나가는 건 안 좋아해요. 절대적으로 안돌아 다녀요.(웃음) 여행도 책자로 보는 걸 좋아하고.

Q. 연구하는데, 잘 돌아다니지는 않고. 게다가 여행에도 취미가 없다면, 생각이 많아서 힘들 것 같은데
스테파니 : 하루 종일 많은 생각으로 가득 차요. 무궁무진하죠. 그런데 부정적이거나, 슬픈 감정은 되도록 갖지 않으려고 해요. 깊게 빠지고, 어떤 일에 대해서 돌아보는데 안 좋은 습관 같아요. 어릴 때부터 독립해 혼자 살아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잘 못해요.
스테파니 ㅇ
스테파니 ㅇ
Q. 지금 이렇게 밝은 것도, 어쩌면 딥(Deep)해 질 것을 우려해서 노력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테파니 :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죠. 안 그럼 주위 사람들이 피곤해질걸요.(웃음) 취미로 글을 쓰는데, 주로 자신에 대해 느낀 점을 써요. 가령 ‘난 왜 이렇지?’ 등등. 이 질문을 저만 생각하는 건 아닐 거예요. 쓰면서도 딥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또 바로 긍정적인 글을 이어서 쓰죠. 다음날 읽어보면 ‘내 심정이 이랬구나’라고 깨닫고. 제 속에 어두운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긍정 에너지를 끌어내려는 노력도 있어요.

Q. 힘든데, 스스로 해결하는 것. 그것도 쉬운 건 아니죠
스테파니 : 주위에 보면 항상 ‘힘들다’, ‘아프다’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 역시 힘들 때도, 아픈 날도 있죠.(웃음) 근데 그러는 것보다 차라리 ‘스테파니, 아줌마 같아’라는 말을 듣는 편이 훨씬 나아요. 주위에서 ‘너무 가지 말라’는 말도 하는데, 제 자신을 많이 보여드리는 게 즐거워요.

Q. 그렇죠. 천상지희 ‘천무 스테파니’일 때는 몰랐던 소탈한 모습을 지금의 ‘스테파니’에서 봤죠. 그래서 어색한 분들도 분명 있을 테고요.
스테파니 :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저의 성격인 것 같아요. 가짜인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잘 못하고, 또 힘들어요.

Q. 밝고, 쾌활하고, 소탈한 모습 외에 어두운 면도 분명 있죠
스테파니 : 그러면 주위가 힘들어진다니까요.(웃음) 8개월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스물 두 살 때였는데, 늦 방황이 무서워요.(웃음) 그때는 다치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힘들었어요. 당시 부모님이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밝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화목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집에서 자랐거든요. 또 외동이라 가족여행도 굉장히 많이 갔어요. 그래서 지금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때 부모님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어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돌아왔어요.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렸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Q.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한 분들을 보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있던데
스테파니 : 모두 다른 사람이잖아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그래서 성격도 다르고요. 저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죠. 다른 이들이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좀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아요. 많은 것들에 치여보기도 했고, 나쁜 소리도 들어봤죠. 그러면서 더 생각하고, 무시하는 법도 알게 됐어요.

Q. 다 하지 못한 말은 가사로 표현하기도 하겠군요
스테파니 : 포스트모던 시대가 왔어요. 그래서 예전처럼 가사 한 줄로 끝이다라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 가사도 쓰고 있지만, 가사를 담고 싶은 곡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작곡한 곡에 가사를 넣어서.

Q.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스테파니 : 계속 가요계에 있고 싶어요. 무용 쪽으로는 후배 양성에 도움도 주고 싶고요. 이효리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이끄는 거 말이에요. 항상 노력하면서, 많은 걸 담아내는 아티스트 같아요. 저 역시 한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번 한 곡으로 마무리하면 안 되겠죠. 대중들이 기다려온 것을 먼저 하고, 그 뒤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습니다.

각선미를 뽐내는 가수 스테파니 (쇼챔피언)
각선미를 뽐내는 가수 스테파니 (쇼챔피언)
Q. 쇼케이스 때 이야기했던, 후배들이 닮고 싶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말이랑 연결이 되네요
스테파니 :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굳혀질까 봐 가슴 졸여지기도 하는데(웃음) 후배들이 저를 보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티스트로서요. 한 학교 후배가 어떤 상황에서 ‘파니 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대요. 그때부터 행동이나 말을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실패한 경험이 있잖아요. 내려놓는 계기가 있었고. 업과 다운이 있을 때는 그냥 둬야 하죠. 우울함은 그때 그때 풀어버리고요.

Q.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지 않네요. 그건 무대를 위한 거겠죠
스테파니 : 무대가 많은 도움이 돼요. 3분의 제 무대를 보기 위해서 오는 팬들을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가 필요하고. 회사는 열심히 뛰고 저 역시 발걸음을 맞출 수 있는 연구를 해야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서 한 장의 CD가 나와요. 그러니까 항상 긴장하면서 해야죠.

Q. 매달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스테파니 씨의 또 다른 목표는요
스테파니 :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0월에 미니음반이 나올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두 편 찍은 이유도 다음 활동의 연결 고리를 위해서죠. 우선 팬들을 위한 선물을 한 다음 ‘역시 스테파니’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작품을 가지고 나와야죠.

Q. 다음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볼 수도 있겠고요.
스테파니 : 대중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연구하고, 매번 바뀌어야죠. 이번엔 ‘생각보다 노래 잘하네’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 내놨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만큼 오래 할 거니까요.(웃음) 보여드릴 면은 많아요.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만드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Q. 항상 ‘대중’을 생각하는 가수인 것 같아요
스테파니 : 제가 하는 것이 대중가요잖아요. 대중 앞에서 부르는 가요니까. ‘이거 아니면 안 해’라는 욕심은 아직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기대를 높이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의 부담을 갖고 준비를 하기 위해서죠.

행복하려고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드릴까?’가 저에게는 0순위예요. 남을 위해서 산다는 게 아니라, 그래야 저도 행복하니까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마피아 레코드,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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