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서윤 기자]훤칠한 키에 유연한 몸놀림, 그리고 다양한 표정이 숨어있는 깊은 눈빛을 지닌 이 배우는 독립영화를 포함해 이제 막 다섯 작품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신예다. 수줍은 듯 조용한 말투지만 꽤 뚜렷한 자기 확신을 내비치는 그는 25일 종영하는 케이블TV Mnet 드라마 ‘더러버’에서는 일본 출신 배우 타쿠야와 묘한 기류를 오가는 이준재 역으로 분했다. 아직은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어떤 작품이든 배울 수 있는 기회에 가슴이 뛴다”는 그에게서는 부드러운 미소 속에 감춰진 뜨거움이 읽혔다.Q. ‘더러버’는 룸메이트로 함께 하게 된 동성 친구에 대해 묘한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이재준: 망가지는 표정 또는 평상시 안 하던 행동을 작품을 통해 하다보니 모든 게 새로웠다. 나도 모르는 표정이 화면에 나올 때면 신기하더라. 특히 극중 타쿠야(타쿠야)를 보고 복합적인 감정이 오갈 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웃음)
Q.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남남커플’의 분위기가 있다는 데 망설여지지는 않았나
이재준: 커플이라기보다는 타쿠야를 잘 챙겨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거부감은 없었고 그저 촬영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Q. 찍으면서 가장 민망했던 장면을 꼽아본다면?
이재준: 극중 야동을 따라하는 장면이었다. 일본어를 하면서 실제로 귀도 빨개지고 그랬다. PD님이 “조금 더 과감하게 해 달라”고 주문하시더라. 나중에는 나를 다 내려놓고 찍었다.
Q. 극중 ‘썸’을 오가던 타쿠야와 실제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재준: 굉장히 착하고 얘기도 잘 통하는 친구다. 호흡이 잘 맞아서 처음 만났는데도 금방 편안해지더라.
Q. ‘더러버’는 동거 커플들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실제 촬영 현장은 어땠나
이재준: PD님이 대본상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연기해달라고 많이 풀어주셨다. 그래서인지 일상적인 느낌이 더 많이 묻어난 것 같다.
Q. 약간 수줍어하는 듯한 준재 캐릭터가 실제 이재준과도 닮아 있나
이재준: 음…. 내 모습과 비슷한 부분도 꽤 있다. PD님이 영화 ‘야간비행’을 보시고 이미지가 맞는 것 같다며 캐스팅하셨다. 눈이 굉장히 쓸쓸하고 외롭게 보인다고 하시더라.
Q. 실제로 보니 다정해보이는 느낌이 더 많아 보이는데?
이재준: 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Q. 고교 시절 연기를 전공하다 입시를 앞둔 3학년때 무용을 시작해 대학에 합격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재준: 막연히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에 예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갔고, 영화 ‘백야’를 수업시간에 보고 남자 무용수가 멋있고 섹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다. 뭔가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더라.
Q. 뒤늦게 무용을 시작해 대학에 합격할 정도면 재능이 대단했나보다.
이재준: 고3 여름방학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했는데 뭔가 하나에 꽂히면 다른 말을 듣지 않는 성격이다. 그때부터 매일 연습을 했다.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없으니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습관이 몸에 좀 밴 것 같다.
Q. 대학(세종대)에서도 무용을 전공했는데 남자 무용수 출신 연기자라는 커리어를 갖게 됐다.
이재준: 내 계획은 사실 무용수로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입지를 다진 후 연기자로 데뷔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부상을 당해 한두 달 쉬는 타이밍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예상보다는 연기를 좀 빨리 시작하게 됐고, 생각보다 잘 풀려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웃음)
Q. 무용 전공을 한 점이 연기에 실제로도 도움이 되나?
이재준: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자세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해 주신다. 무대에서는 많이 도움된다고 하더라. 사실 발레를 마스터한 것도 아니고 연기도 이제 시작단계라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안에서 두 분야가 섞이면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예술이라는 건 딱 규정지어 얘기하기도 어렵고, 나도 이제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Q. 2013년 데뷔해 벌써 다섯 작품째다. 신인으로서는 굉장히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이재준: 계속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점점 성숙하고 발전해가겠지. 나아갈 길이 많으니 이제 걸음마하고 있달까. 그러다보면 뛰어다닐 날이 오겠지.
Q. 차분하고 신중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재준: 이전엔 생각이 더 많았었는데 요즘엔 잘 안하려고 한다. 생각이 많으면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되더라. 노는 것도 좋아하는데 일하고 촬영할 때는 많이 절제하려 한다.
Q. 배우 아닌 일상인 이재준으로는 무엇을 좋아하나?
이재준: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이 남아 있고 견문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책도 틈틈이 읽으려고 한다. 어떤 작품을 할지 모르고 많이 알면 좋으니까.(웃음) 아예 쉴 때는 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Q.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더러버’의 결말은 어떻게 되길 원하는지
이재준: 음… 마지막회에 타쿠야와 함께 여행을 가는 거?(웃음)
Q. 2015년 절반을 보내며 하반기에 원하는 바가 있나?
이재준: 다음에는 여자 파트너와 작품을 해보고 싶다.(웃음) 아직 뭐든 가릴 단계는 아니고,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 해야지.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는 느와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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