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승 PD
[텐아시아=정시우 기자]이견이 있을 수 있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흥행돌풍 뒤엔 한국 촬영 분량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이 있었다. 한국의 모습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에 어떻게 구현됐을지, 그에 대한 관심이 영화 흥행에 기름을 부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한국이 등장하는 장면 장면에 국내 스태프들의 손길이 적지 않게 녹아 있다는 사실을. 한국촬영 준비부터 촬영까지, 전 과정을 마블과 함께 한 코리아 유닛 팀. 그 팀을 이끈 이가 바로 이지승 PD다.Q. ‘어벤져스2’에는 언제 합류했나.
그 누구보다 소통이 중요한 PD라는 자리. 뉴욕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익힌 영어 실력은 이지승 PD가 ‘어벤져스2’ 촬영에 탑승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테다. ‘색즉시공’(02), ‘청춘만화’(06) ‘해운대’(09) ‘통증’(11) 등의 풍부한 프로듀서 경험도 마블이 왜 이지승 PD와 작업하려 했는지 이유가 읽히는 부분이다. 지난 2014년 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의 숨은 뒷이야기를 이지승 PD를 만나 들어봤다.
이지승: 2013년 12월에 합류가 결정됐다. 2014년 1월 6일부터 마블의 프로덕션매니저, 로케이션매니저와 함께 본격적인 프리 작업에 들어갔다.
Q. 코리아유닛 PD 자리를 두고 PD 7-8명 정도가 경합을 벌인 걸로 안다.
이지승: 아마 마블이 가장 먼저 접근한 곳은 서울영상위원회였을 거다. 서울영상위원회를 통해야 로케이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서울영상위원회에서 몇몇 분들을 추천했을 테고. 닥터 조(수현) 역할과 마찬가지로 한국 팀을 총괄하는 PD도 인터뷰 과정을 거쳤다. 내 경우엔 3번 인터뷰를 했는데, 추리고 추리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걸로 안다.
Q. 최종 면접은 조스 웨던 감독이 직접 한 건가.
이지승: 한국 촬영분은 세컨드 유닛(Second Unit)이 찍었다. 세컨드 유닛 감독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조스 웨던을 만나지는 못했다. Q. 한국 팀은 어떻게 꾸렸나.
이지승: 외국 스태프들과 함께 일해야 했기에 소통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력서를 받거나 추천을 통해 영어가 우선인 스태프들을 쭉 모았다. 해외 프로젝트를 경험했던 사람이나, 유학파들이 많이 몰렸다. 각 파트별로 최소 5명 혹은 5팀의 이력서를 취합, 마블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진행해서 선발했다. 사실 스태프 모으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한국 쪽 정규직원만 200명이었으니까. 제작지원 등 일일직까지 하면 2000명 정도의 한국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Q. 2000명?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다.(웃음)
이지승: 됐다. 정말 고용창출을 많이 한 프로젝트다.
Q 현장에 상주한 게 200명인가?
이지승: 60-70명 정도의 스태프가 현장에서 움직이는 한국영화와 비교하자면, ‘어벤져스2’는 마블 스태프들까지 400여명의 스태프들이 현장에 상주했다.
Q. 굉장하다. 이동의 어려움이 있었겠다.
이지승: 너무 많았다. 촬영 당일 최소 300대 이상의 차량이 이동했기 때문에 각 촬영지 근처엔 대규모의 베이스캠프가 반드시 필요했다. 공터든 어디든 한 군데에 베이스캠프를 잡아서 집합하고, 필요한 인원만 현장을 오고가는 시스템이었다.
Q. 그렇다면 궁금한데, 혹시 ‘밥차’도 운영했나.(웃음)
이지승: 아, 밥차! 잘 물어봤다.(웃음) 그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각종 인종이 다 모여 있는 현장이었기에 한국촬영장처럼 ‘오늘은 설렁탕입니다!’ 이게 안 됐다. 채식주의자도 있고, 고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매 현장에는 뷔페식으로 음식이 깔렸다. 또 인원이 엄청나지 않나. 일반 밥차로 운영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결국 한 푸드업체를 지정해서 촬영기간 동안 함께 했다. 그때 그 푸드업체는 이후 워쇼스키 남매의 미국드라마 ‘센스8’ 한국촬영에도 참여한 걸로 안다.
‘어벤저스2′ 상암 촬영 현장
Q. 역시 선점이 중요하다.(웃음)이지승: 맞다. 앞으로 해외 촬영팀이 오면 그 푸드업체를 계속 찾겠지. 노하우가 있으니까.
Q. 한국촬영 현장과 가장 달랐던 건 뭔가.
이지승: 일단 촬영 방식이 특이했다. 본 촬영이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 16일 동안 14회차가 진행됐는데, 본 촬영을 위해 3주 동안 리허설 촬영을 했다. 도로 전면통제를 허가 받은 시간 내에 촬영하기 위해서 액션 합 맞추기, 카메라 속도와 거리 맞추기 등을 미리 연습한 거다. 리허설 기간에는 우리나라 식으로 12시간 촬영을 했고, 본 촬영 때는 콘티뉴어스데이 촬영이라고 해서 10시간 촬영을 지켰다. 10시간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포함되지 않았다.
Q. 점심식사를 건너뛰었다는 말인가.
이지승: 먹긴 먹었지. 그래서 신경이 쓰였던 게, 우리 제작부들이 도시락을 하나하나 일일이 다 배달해야 했다. 정해진 10시간 동안 찍어야 할 분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현장 스태프들이 밥을 먹으러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밥 나르는 일을 전담하는 제작부만 50명 이상이 있었다. 뷔페가 깔린 베이스캠프에서 런치박스를 하나하나 포장해서 일일이 나른 거다.
Q. 흥미로운 얘기다. 상암, 세빛섬, 마포대교, 강남대로, 탄천, 청담대교 등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로케이션은 어떻게 선정된 건가.
이지승: 모든 로케이션은 조스 웨던 감독이 직접 와서 헌팅을 했다. 이후 세부적인 로케이션 허가나 로케이션 환경을 위한 작업들은 영국 스태프들이 단독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양국 프로듀서와 로케이션 매니저가 조합해서 진행했다.
Q. 영국 스태프라 함은?
이지승: 아, 할리우드 스태프가 포함돼 있긴 했는데, 대부분이 영국인들이었다. 할리우드 스태프들의 경우 임금이 높다. 그래서 마블은 유럽 스태프들을 많이 쓴다. 특히 한국은 세컨드 유닛 팀들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이 영국 스태프들로 구성 돼 있었다. 메인 팀에는 아마 할리우드 스태프가 많을 거다.
Q. 로케이션 관련해서 하나 더.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유력 촬영지로 거론되다가 최종 무산됐는데.
이지승: 인천에서 찍으려 했던 건 맞다. 그러다가 한국촬영 분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빠졌다. 사실 처음에는 메인 유닛하고 세컨드 유닛이 함께 한국에 올 계획이었다.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아이구야’ 했다. 안 그래도 스태프 수가 많은데, 메인 유닛까지 왔다면…(웃음)
‘어벤져스2′ 한국 촬영 현장
Q. 한국 촬영 분량이 줄어든 이유는 뭔가.이지승: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흐름상 자연스럽게 빠졌다. 스케줄 문제도 있었다. ‘어벤져스2’ 촬영이 한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진행되다보니 일정 자체가 굉장히 빡빡했다. 한국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을 거다.
Q. 촬영 당시 크리스 에반스만 내한했다. 혹시 촬영 분량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내한 배우도 축소된 건가.
이지승: 줄어들었다. 원래는 헐크 빼고 전 멤버가 올 계획이었다.
Q.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이지승: 아이언맨도.
Q. 아이언맨의 경우 한국 씬이 없지 않나.
이지승: 거기엔 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영화에서는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한국 지하철을 퀵 실버(애런 존스)-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남매가 세우는데, 원래 콘티에서는 아이언맨이 날아와서 세우는 거였다. 계획대로였다면 한국 씬에 아이언맨이 출연했을 텐데, 최종적으로 바뀌어서 정말이지 아쉽다.
Q. 촬영에 참여한 입장에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서 한국 씬은 어떻게 나온 것 같나.
이지승: 굉장히 여러 각도에서 장면 장면들을 찍었는데 클로즈업 위주로 편집이 많이 됐다. 그러다보니 찍은 분량 대비 한국 전경이 덜 나오긴 했는데, 사실 콘티 자체가 그랬다. 마블 입장에서는 계획대로 한국 장면을 충분히 가지고 간 것 같다.
Q. 서울이 멋지게 안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지승: ‘과연 이곳이 한국인가?’ 의문을 보내는 분도 많은 걸로 안다. 하지만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도 나오고, 상암 DMC와 한강 새빛섬 등 정해진 분량 안에서는 충분히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2부에서 계속.(아래 클릭)
‘어벤져스2’ 코리아 유닛 PD 이지승 “지하철 옥에 티, 사실은…”(인터뷰②)
정시우 siwoorain@
사진. 팽현준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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