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자타공인 최고의 기술자들이 있다. 금고털이와 위조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지혁(김우빈),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고창석), 해커 종배(이현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보석상 VIP 룸을 털며 그 실력을 입증한다. 하지만 이들이 훔친 보석이 조폭보스 조사장(김영철)의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은 꼬인다. 지혁의 실력을 눈여겨 본 조사장은 지혁 일당에게 인천 세관에 있는 1500억 원을 훔쳐보자고 제안한다.10. 클리셰, 클리셰, 클리셰! /관람지수 4
‘기술자들’은 각 분야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거대한 한 탕을 준비하는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가볍고 유쾌한 범죄영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기술자들’은 ‘선수’들을 등장시켜 범죄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이는 기술이 부족하다. 기존 케이퍼 무비에 등장한 판에 박힌 설정들을 총 동원해 끼워 맞춘 결과, ‘기술자들’만의 개성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익숙한 재료로 뻔하게 조리해낸 코스 요리 같다고나 할까.
작전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케이퍼 무비 특유의 쾌감이 부족하고, 러브라인은 앙상하며, 반전은 있지만 그 반전에 맞춰 사건을 짜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운신의 폭이 제한돼 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기술자들’은 넓은 팬을 보유한 젊은 스타와 작업하게 될 감독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한다. 배우는 (아마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혹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장점을 연출자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우빈에게 ‘기술자들’은 아쉬운 결과물이다. 김홍선 감독은 김우빈이 지니고 있는 기존 이미지에 얹어 갔을 뿐 연출가로서 배우가 지닌 숨은 매력을 찾아내는 데에는 게으른 모습을 보인다. 가령, ‘학교’의 박흥수(김우빈)나 ‘상속자들’의 최영도(김우빈)가 이 영화에 들어와서 지혁을 연기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게다. 배우에 대한 연출자의 ‘무한 애정’은 좋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의 이미지에 끌려 다닌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지나치게 ‘멋’을 부리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지각색 트렌치코트를 ‘한껏’ 차려입고 사건 현장을 누비는 형사(이 곳은 런웨이가 아닙니다) 캐릭터는 차치하더라도, 극 후반 패션 화보에나 어울릴법한 옷을 입고 아부다비를 찾은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스타일리쉬한 영화’의 의미를 다소 오해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과하면 모자름만 못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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