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한혜숙, 오창석 서하준 전소민, 박하나(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압구정백야’ 여주인공으로 파격 발탁된 배우 박하나가 첫 방송부터 밉상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 최준배) 1회에서는 백야(박하나) 오빠 백영준(심형탁)의 아내 김효경(금단비)과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와 둘이 자라온 백야는 올케를 질투할 정도로 오빠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백야는 퇴근길에 오빠 백영준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면서 “올케는 오빠 없을 때는 나랑 말도 안 섞어”, “얼마나 더 해줘? 윗사람이 정을 줘야지. 물이 거꾸로 흘러? 책만 봐. 반찬할 생각은 안하고. 임산부가 잠 안 온다고 남편 볶고”, “나보다 마누라 끔찍하지? 올케가 둘 있는 것도 아니고 나 못 쫓아내 안달해. 오빠는 몰라”라며 올케 김효경의 흉을 봤다.

영준은 “원래 임신하면 불면증 온대”라고 아내를 감싸며 백야를 달랬지만, 그것이 못 마땅한 듯 백야는 “오빠. 차에 불이나 위험한 상황이면 올케 언니랑 나 중에 누구 먼저 구할 거야?”라고 엉뚱한 질문을 던져 백영준을 당황케 했다.

이후 일이 있어 영준이 자리를 뜨자 백야는 당연한 듯 만삭의 올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오라고 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편의점 아이스크림 값을 대신 내달라고 떼를 쓰는가 하면, 지갑을 두고 왔다는 올케에게 “어떻게 남 생각을 안 하냐”며 괜한 트집을 잡아 핀잔을 줬다.

또 백야는 영준을 오빠라고 부르며 통화하는 올케에게 “남편더러 왜 자꾸 오빠래? 나도 오빠, 언니도 오빠. 우리가 자매 사이에요? 틀린 건 틀린 거고 잘못된 건 시정해요. 안 고칠 거예요?”라고 생트집을 잡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백야는 그만두자며 방으로 들어간 올케를 쫓아가 계속 잔소리를 퍼부었고, 효경이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눈물을 보이자 “울 사람은 나”라며 오히려 역성을 내 시청자들을 황당하게 했다.

그간 임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일상에서 보기 힘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해 왔다. 아버지를 향해 무서운 복수극을 벌이는 여주인공을 비롯해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여자, 전 남편과 현 남편과 한 집에 살게 된 여인 등 상상 이상의 인물들이 매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청자들에게 아직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여주인공은 MBC ‘인어아가씨'(2002)의 아리영(장서희)이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간 아버지 때문에 충격으로 장님이 된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복수심으로 배다른 동생의 애인을 뺏는다는 줄거리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리영이 드라마 작가라는 신분을 이용해 배우인 아버지의 후처 심수정을 괴롭히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심수정을 남편에게 버림받는 여자 역할로 캐스팅 해 자신과 어머니가 느꼈을 심정들을 대신 읽게 함으로써 처절한 복수심을 보여줬다.

특히 아리영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심수정과 서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에서 임성한 작가는 장서희를 드라마 작가로 설정하면서 “피고름으로 쓴 대본” 등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보고 또 보고’ 이래 높은 시청률을 얻고 주인공 장서희는 2002년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인어아가씨’에서 장서희의 처절한 복수를 당하는 후처 역할로 출연했던 한혜숙은 SBS ‘하늘이시여'(2006)에서 딸을 그리워하는 지영선 역을 맡았다. ‘하늘이시여’는 딸을 버린 엄마가 딸을 며느리로 삼는다는 소재로 논란이 됐다. 영선은 친 딸 이자경(윤정희)을 자신이 정성을 다해 기른 의붓아들 구왕모(이태곤)와 연결시켜 며느리로 맞음으로써 딸의 행복을 찾고자 했다. 엄마이자 시어머니가 되는 상상 이상의 상황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초 50회 예정이었으나 4차례의 연장을 거쳐 85회로 연장해 논란을 빚었다. 반면 시청률 면에서는 성공적이었으며, 중반부터 종영시까지 꾸준히 주간 시청률 1위를 유지하였다. 이로 인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영선 역을 맡은 한혜숙은 그 해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비록 아리영과 지영선 등이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대한 그만한 근거를 제시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은 반면, MBC ‘오로라 공주'(2013)의 주역인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 설설희(서하준)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황마마는 출가까지 감행하며 오로라에게 막무가내로 결혼을 요구해 결혼했지만, 세 누이들에게 시집살이로 시달리는 오로라를 방치하며 결국 밉상 남자주인공이 됐다. 오로라는 황마마와 설설희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두 남자와 연이어 결혼했지만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 오로라를 향한 순애보로 지지를 얻었던 설설희 또한 “암세포도 생명” 등의 황당한 대사를 남기는가하면, 아내의 전 남편인 황마마와 의형제를 맺는 등의 전개로 막장 캐릭터에 합류했다.

한편 ‘압구정 백야’ 또한 이대로라면 또 하나의 밉상 주인공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친오빠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임신한 올케를 괴롭히는 여주인공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혼자 잘났다는 듯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밀어 부치는 여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이번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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