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김준수.
‘드라큘라’ 김준수.
‘드라큘라’ 김준수.

19세기말, 드라큘라의 성을 방문하는 젊은 변호사 조나단과 그의 약혼녀 미나. 흡혈귀인 드라큘라는 미나를 보고 한 눈에 반했으나, 다음날 그녀가 떠난 걸 알고 크게 상심한다. 그녀가 수백년 전 살해당한 자신의 아내가 환생했다는 걸 직감한 것. 만사를 제쳐두고 미나를 만나러 런던으로 가는 드라큘라. 하지만 그녀가 결혼한 걸 알고 절망하는데….(중략)

너무나도 유명한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가 이번에 한국에서 초연 무대로 열렸다. 이미 영화,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 건 2001년 캘리포니아 라호야극장에서였다. 그리고 지킬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뮤직넘버들을 작곡하였다. 그럼 흡혈귀의 전형이자, 공포문학의 원전(元典)으로 불리기도 하는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영화와 뮤지컬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드라큘라’ 뱀파이어 슬레이브.
‘드라큘라’ 뱀파이어 슬레이브.
‘드라큘라’ 뱀파이어 슬레이브.

영화와는 색다른 매력

공포영화에서 드라큘라의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수십 차례 영화화 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캐릭터의 흡혈귀가 등장했다. 드라큘라 역 전문배우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리가 주연한 시리즈물이 있는 가하면, 에로배우 실비아 크리스텔이 드라큘라의 아내로 등장하는 드라큘라의 미망인’(Dracula’s Widow, 1989)도 있다. 그리고 드라큘라의 피를 빤 모기가 한국의 어느 형사를 물어서 그를 흡혈귀로 만든다는 코믹영화 흡혈형사 나도열’(2006)도 있다. 그러나 이렇듯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브람 스토커의 원작에 충실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1992).

연기파 배우 게리 올드만과 안소니 홉킨스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 키아누 리브스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등장한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공포가 아닌 음울함과 애절함이다. 하긴 수백년을 흡혈귀로 살면서 아내의 환생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내용, 그 하나만으로도 가슴 저미는 사랑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가 그대로 뮤지컬에도 전해진다. 한 예로, 무대 위 드라큘라 역을 맡은 김준수의 절규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게리 올드만이 아내의 죽음을 보고 울부짖는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일까. 뮤지컬 드라큘라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지고지순한 사랑의 핏빛 비극이다. 심지어 흡혈귀가 흉측한 모습으로 피를 빠는 장면에서조차 전율보다는 진한 슬픔이 느껴진다.


반헬싱 역의 양용모(왼쪽)와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
반헬싱 역의 양용모(왼쪽)와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
반헬싱 역의 양용모(왼쪽)와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

이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주인공 드라큘라 역을 맡은 김준수의 열연이다. 그의 ‘미친 가창력’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이번 작품에선 마치 극중 인물에 빙의가 된 것처럼 보였다. 미나 역의 조정은, 반 헬싱 역의 양준모, 루시 역의 이지혜 등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도 매끄럽다. 고딕 양식의 건물 세트와 독특한 조명장치도 음산한 무대 분위기를 잘 살렸다.

끝으로 이 뮤지컬은 전반적으로 원작에 충실했지만, 그로 인해 아쉬운 대목도 있다. 즉, 원작대로 극이 전개됨으로써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는 극적 반전도 없고, 무대 장치 역시 관객의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대와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지도 못한 느낌, 바로 뮤지컬 드라큘라를 본 첫인상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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