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뮤지션의 공연은 홍대에서만 볼 수 있을까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인디뮤지션들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의 여러 곳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는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있는 문화공동체와 인디레이블 일렉트릭뮤즈의 싱어송라이터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 시리즈입니다. 김목인, 이아립, 강아솔, 빅베이비드라이버, 홍갑, 빅포니, 투스토리 등의 뮤지션들이 전주, 군산, 대전, 제주도의 의미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뮤지션과 공간이 어떤 공감을 만들었을까요? 총 3회의 연재 르포를 통해 그 이야기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연재 순서
1회 - 1st week 6.13(금) 전주 딥인투, 6.14(토) 군산 카페 나는섬
2회 - 2nd week 7.4(금) 대전 카페 이데
3회 - 3rd week 7.19(토) 제주 카페 하도, 7.20(일) 제주 미예랑소극장

강아솔, 카페 하도

휴양지로 공연을 간다고 하면 “우와, 나도 갈래”란 반응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공연을 자주 다니는 이들은 안다. 막상 가면 동네 구경 한 번 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 제주 공연은 너무 빡빡하지 않게 스케줄을 짜보려 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도루묵이었다. 우선 성수기가 시작되는 철인지라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번 투어에 참여하는 강아솔이 제주 출신인지라 능숙한 가이드 몫을 해줄 거라 굳게 믿었다. 차량 렌탈을 지인을 통해 신속, 저렴하게 처리하는 솜씨가 믿음직했다.

하지만 이 믿음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본인이 초딩 입맛인지라 지역 맛집에 깜깜했다. “제가 회를 안 좋아해서”란 멘트에 모두 기대를 접었다. 게다가 한가로운 지역의 삶처럼 길 안내를 했다. 동료들이 계속 놀려대자 공항에서 차를 타고 카페 하도에 도착할 때까지 로봇 모드의 여행가이드 노릇을 했다. 물론 여유로운 투어가 무산된 건 이동 시간을 고속도로처럼 계산한 내 탓이 컸다. 이동거리 대비 시간이 예상 보다 두 배 정도가 걸렸다. 한가롭게 얘기도 나누고 풍경도 구경하려던 속셈은 다 틀어져버렸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공간을 만나고 온라인으로만 이름을 알던 이들과 직접 인사를 한 것만으로도 제주 공연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2박3일 동안 내리 맑았던 날씨는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카페 하도

카페 하도는 제주시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해안가 마을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든 카페이다. 육지(서울)에서 충동적으로 내려간 주인장이 집으로 지냈는데 이웃들이 하나둘 놀러오다 보니 아예 카페를 하자 했다고 한다. 연초에 이아립, 시와, 강아솔이 여기에서 공연을 했었다. 그 때의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다. 시원한 커피와 김밥으로 허기를 때우고 리허설을 했다. 공간을 소리로 채워줄 음향장비는 제주의 로컬밴드 남기다밴드의 준영 씨가 빌려주었다. 실내가 넓지 않고 나무로 되어있어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소리가 잘 전달되었다. 내일 영상 촬영을 할 장소도 점 찍어두었다. 공연은 빅베이비드라이버, 강아솔, 김목인 순이었다. 마침 제주에 와있던 지인도 몇몇 놀러 왔다. 제주 여행 중 들린 관객도 제법 있었다.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육지사람들까지 하니 제주로 장면을 옮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이 오래가서 평소 즐기지 않던 뒷풀이가 꽤 길어졌다. 모두 기분 좋게 맥주 한 잔 하며 수다를 떨었다. 자정이 넘어서 숙소로 가니 펜션을 가장한 모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으니 이런 것도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카페 하도

이튿날 첫 일정은 식사 후 어쿠스틱 라이브 촬영이었다. ㄷ 자 모양의 구조인 카페 하도의 복도에서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촬영을 했다. 빅베이비드라이버는 드라마 ‘연애조작단 시라노’에 삽입되었던 ‘인 더 세임 스톰(In the Same Storm)’을 불렀다. 8월말 발매할 2집에도 다른 편곡으로 수록된 곡이다. 햇살이 들어와 여유로운 기분이 담겼다. 그러나 맘은 바빴다. 다시 제주시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카페 하도에서 촬영 중인 빅베이비드라이버

빅베이비드라이버 - In the Same Storm

제주 미예랑 소극장은 제주시 동문시장 부근에 있다. 통화만 했던 사장님께 처음 인사드리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80명 정도 들어가는 크기의 미예랑 소극장은 연극, 공연이 모두 가능한 공간이었다. 로비에는 예전 있었던 공연의 사진, 기사 등이 붙어있었다. 오늘은 김목인, 빅베이비드라이버, 강아솔 순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제주에 사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후하게 반겨주셔서 공연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도 하고 음반도 팔았다. 다음엔 누구누구와 같이 와달라고 하시기도 했다. 마음이 고맙고 행복했다. 직접 만나 반가운 기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사이즈의 투어를 기획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김목인, 세화해변

김목인 - 한결같은 사람

마지막 날에는 김목인과 강아솔의 어쿠스틱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였다. 제주에 왔으니 해변과 숲에서 찍었으면 했다. 그래서 선택한 장소는 세화 해변과 사려니숲이었다. 날씨가 맑아 세화 해변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작품이 나올 풍경이었다. 해변 바위에 올라 김목인이 “한결같은 사람”을 불렀다. 바람이 많아 녹음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투명한 바다와 맑은 하늘이 모든 걸 해결해줬다. 강아솔은 온스테이지에서 촬영했던 장소인 사려니숲에서 다시 찍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피아노와 함께 했던 음반과 달리 기타 연주로 불렀다. 소리가 여백이 될 때마다 까마귀가 까악까악 했지만 감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아솔, 사려니 숲

강아솔 - 나의 대답

촬영을 모두 마치고 모두가 바라던 흑돼지고기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으나 차량 반납 시간이 애매하게 겹쳤다. 어쩔 수 없이 공항에 가서 먹자 했다. 역과 터미널에서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던 어른의 말씀은 역시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다음엔 꼭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짤 테다 결심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4개 도시, 5번의 공연을 마쳤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두 번째 시즌을 어디로 갈까 생각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인디뮤지션, ‘동네’와 만나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① 전주 군산 편

인디뮤지션, ‘동네’와 만나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② 대전 편

글. 김민규 일렉트릭 뮤즈 대표
사진. 일렉트릭 뮤즈
영상. 슈가솔트페퍼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